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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파업농성 종료

[시선; 여름에서 봄을] 편집위원 열음

노동절을 하루 앞두었던 지난 4월 30일, LG트윈타워 파업농성이 종료되었다. LG의 일방적인 해고 통보 이후 농성을 시작한 지 136일만에 이뤄낸 합의이다.


민주노총 전국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분회의 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여의도 트윈타워 로비 등에서 농성을 이어오며 사측에 요구한 것은 크게 네 가지였다. 첫째, LG트윈타워로의 복직 및 고용승계를 보장할 것. 둘째, 청소노동자들의 정년을 연장할 것. 셋째, 사측의 일방적인 해고 이후의 임금을 보전할 것. 마지막으로 구광모 LG 회장과의 직접 대화를 통하여 합의를 이루어낼 것. 특히 노조는 첫 번째의 요구안이 결렬될 경우 조합원들이 여러 사업장에 흩어져 원활한 노동조합 활동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며 농성 초반부터 여의도 트윈타워로의 복직을 강하게 희망했다.


그러나 4월 30일 분회 측에서 발표한 입장문에 의하면 노조에서 요구하던 트윈타워에서의 원직복직 대신 조합원 전원이 LG마포빌딩으로 옮겨 근무하는 쪽으로 양측이 최종 협상하였다. 조합원들이 다른 장소가 아닌 트윈타워의 로비를 점거하여 농성을 이어갔던 저의가 사내에서 경시되었던 청소 노동의 가시화 및 트윈타워로의 복직에 대한 열망에 있음을 생각해본다면 마포빌딩으로의 이직은 농성을 결집하던 구심점을 사측에 빼앗긴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하지만 사측에서 마포빌딩 상근자들의 노조활동을 인정하며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기로 한 점, 상근자들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공공 서울지부에 전했다는 점, 무엇보다 LG트윈타워로의 고용승계 및 원직복직을 제외한 나머지의 요구안 관철에 성공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결과는 고무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농성의 성과를 저평가하기보다는 100일이 넘는 긴 농성 기간 동안 노조로 하여금 계속하여 투쟁할 수 있게 한 힘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농성 종료를 알리며 발표한 입장문에서 분회는 연대에 대한 감사함을 보다 강조하였다. 전국 각지에서 도착한 온정의 손길은 노조원들이 조금이라도 편한 환경 속 농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왔으며, 약자를 향한 대기업의 횡포에 분노하며 LG 불매에 목소리를 높였던 시민들의 관심은 노조원들의 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모든 연대가 있었기에 노조원들은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연대를 통해 연결되었던 경험은 노조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큰 감동을 남겼다. LG트윈타워 파업농성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다름 아닌 ‘연대’의 힘인지도 모른다.


편집위원 열음 / yeoleumse@gmail.com



참고문헌

기사 및 온라인 자료

강예슬 (2021. 05. 03.).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136일 만에 투쟁 마친다. 매일노동뉴스. Retrieved from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644

최지희 (2021. 02. 09.). LG 트윈타워 농성 청소근로자에 “LG마포빌딩 근무” 제안. 조선일보. Retrieved from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2/09/2021020902531.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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