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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이동권

[시선; 봄에서 겨울을] 편집위원 이내

지난 1월 22일과 설 연휴 전날인 2월 10일, 서울지하철 4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촉구 시위가 있었다. 휠체어를 탄 시위참가자들은 당고개역에서 서울역까지 이동하며 승하차를 반복하는, 이른바 ‘승하차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불쾌감을 표했다. 관련 기사에는 ‘가장 즐거운 마음으로 귀가할 명절 연휴 전 퇴근 시간에 시민에게 불편을 준다’, ‘왜 본인들 편하자고 시민들에게 불편 겪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류의 부정적인 댓글이 수두룩하다.


시위 참가자들이 이 시기에, 이러한 방식으로 이동권 투쟁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2001년 1월 22일, 설을 맞아 역귀성한 장애인 부부가 4호선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리프트 추락으로 크게 다치고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리프트가 역사 내 유일한 이동수단이었기에 벌어진 참사였다. 이 사고를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본격화되었고, 올해로써 투쟁은 20주년을 맞았다.


20년간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1년 13.74%에 불과했던 서울지하철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율은 현재 90%를 웃돌고 서울시 저상버스 도입률 역시 58%로 점차 개선되어 왔다. 개선에 의의를 둔다면 이만해도 훌륭한 성과라며 갈채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분적인 ‘개선’일 뿐이고 그마저도 서울에 국한되어 진행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이동권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2022년까지 지하철 엘리베이터 100% 설치”, “2025년까지 시내버스 저상버스 100% 도입”과 같은 시위 구호에서 확인할 수 있듯 투쟁이 목표하는 바는 개선이 아니라 100% 도입, 즉 ‘표준 되기’이기 때문이다.


김도현 <비마이너> 발행인은, 장애는 비장애인 중심 환경 때문이지 손상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모든 손상이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이동과 소통 방법,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제된 사회에서 손상은 ‘장애화’되지 않을 수 있다. ‘100% 이동권’은 손상을 장애로 만드는 기존의 교통 세계를 개편해 손상을 ‘그저 손상’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첫걸음이다. 지금의 표준은 너무 많은 사람을 배제한다. 이 표준을 뒤집을 때, 비로소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오롯이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위원 이내 / dlso9827@gmail.com


참고문헌

온라인 기사

이가연 (2021.01.22.). 20년째 보장 못 받는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들 쇠사슬로 ‘버스 점거’. 비마이너. Retrieved from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42 

하민지 (2021.02.10.). “예산 없는 ‘이동권 보장’ 약속은 기만이다”… 장애인들 지하철 타기 투쟁. 비마이너. Retrieved from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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