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봄에서 겨울을] 편집장 현정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우리가 자비를 힘과, 그리고 힘과 정의를 합친다면, 사랑은 우리의 유산이 되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게 될 것이다.” 지난 1월, 제46대 미 대통령 조 바이든의 취임식에서 어맨다 고먼(사진)이 낭송한 축시의 한 구절이다. 그리고 이는 한 환경법 전문가가 트럼프 내각이 후퇴시킨 100여 개의 환경 관련 법률을 “진정 전례 없는 유산”[1]이라 비꼬아 비판한 것을 떠올리게끔 한다. 그간 트럼프 내각의 환경보호국은 탄소 배출 규제를, 에너지부는 에너지효율 기준을 완화했고, 내무부는 사업 환경성 조건을 약화해 더 많은 토지가 화석연료 시추용으로 쓰일 수 있게끔 했다. 이러한 역행의 대가는 18억 톤의 온실가스 추가 발생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취임한 바이든이 임기 첫날 한 일 중 하나는 키스톤 XL(Keystone XL) 송유관 건설 허가 취소로, 정부의 탈-화석연료 의지를 보여줬다. 다만 이 조치는 대통령 행정 권한이 즉시 발휘될 수 있는 작은 영역 중 하나였다. 앞으로 트럼프의 ‘전례 없는 유산’을 처분하는 일이 늘 이만큼 시원스럽지는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처분할 방책으로 전 대통령 임기 종료 후 60일 이내에 확정된 모든 규정을 뒤집는 법률 활용도 논의되었지만, 마냥 반갑지는 못했다. 해당 법으로 폐지한 법률과는 추후 유사한 내용의 법률 제정이 불가능해지기에 지난 정부에서 약해진 환경 규제들을 비슷하지만 더 강력하게 대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보수 우위의 대법원, 예산과 인원 감축으로 쪼그라든 환경보호국 등 기후 문제 논의가 펼쳐질 장마저 쇠약해져 있어, 바이든 내각이 이전 정책을 취소하는 데만 2년 혹은 그 이상이 소요되리라 예측된다. 그러나 새 정부는 동시에 오바마 때에 멈춰있는 환경 정책을 갱신하고, 정의로운 전환[2]을 고민하며, 텍사스주 이상 한파처럼 이미 도래한 위기에 적응해야 한다.
트럼프 임기라는 잃어버린 시간을 통해 우리는 기후 정치의 필요성을 확인한다. 나아가 우리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시민 각각의 힘이 얼마나 귀중한지 깨닫는다. 한 예로 국가기후평가보고서[3] 발간에 관한 치밀한 방해가 무용하게 된 것을 들 수 있겠다. 당시 정부는 보고서가 기후 문제를 덜 위급하게 묘사할 것을 요구했고 담당 기관 의장을 파면했으며, 추수감사절 직후 보고서를 발표해 관심을 분산하려 했다. 그러나 정부의 압박과 술수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보고서의 기조를 유지했고, 언론사들은 되레 열띠게 보도를 실었다.
미국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 변화를 보면 트럼프를 악당으로, 바이든을 구원자로 단순화해 해석하기 쉽다. 그러나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가 대표한 것은 오직 트럼프 한 명뿐이 아니며, 트럼프 시대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대항해온 사람들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처럼, 선거날 뿐 아니라 매일의 삶에서도 옳은 선택을 쌓아나가야 할 테다. 미래는 그렇게 바뀔 것이다.
편집장 현정 / byulgot@gmail.com
[1] The Trump Administration Rolled Back More Than 100 Environmental Rules. Here’s the Full List. (2020). The New York Times.
[2] ‘정의로운 전환’, 또는 ‘공정한 전환’이라 함은 현재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에너지 전환을 실행할 때 동반될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특히 화석연료 생산지역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고용 불안, 지역상권 침체, 소외 등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한다.
[3] 국가기후평가보고서(National Climate Assessment, NCA)는 미 연방정부와 학계의 과학자들이 함께 발간하는 가장 권위 있고, 향후 수년간의 미국 기후 정책 기조 결정의 배경이 되는 중요한 보고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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