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아름다운 곳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 예정이다. 지평선은 숨겨지고 인공의 스카이라인이 해를 삼킬 것이다.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을 실행해 본다. 전략적으로 면적을 구획하고 적정 구조물을 배치하며 상호 연계를 돕는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을 경영하여, 공공의 만족도와 토지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이다. 비록 게임에 불과한 진두지휘이지만, 도시를 계획한다는 것은 수십 수백수 앞을 내다보는 일이다.
성인이 되며 처음 독립한 지역은 완성형 대도시였다. 도시 구성 요소의 거의 모든 것이 구비된 지 오래된 곳이었다. 무엇이 되었든 빼곡하다 못해 여러 겹으로 적층 되었고, 생활 반경을 넓거나 좁게 조절하는 것이 가능했다. 선택의 연속이었으나, 없는 것을 찾기는 힘들었다.
짧지만 강렬했던 시골살이는 그와 반대였다. 시설과 환경이 부족하기 그지없었다. 직장·주거 접근성이 떨어졌고 그나마 있는 편의시설은 유일한 선택지인 경우가 많았다. 하나뿐인 치킨집. 하나뿐인 약국. 하나뿐인 분식집.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드물게 지나가는 버스를 타거나 자차로 번화한 타 지역을 다녀와야 했다. 낮은 인구밀도라는 원인으로, 도시에서는 흔한 문명의 이기를 쉽게 누리기 힘들었다.
극명하게 차이 나는 거주 환경을 겪고 나서 도시 발달의 지표쯤으로 세우게 된 것은 배달 음식을 얼마나 다양하게 주문할 수 있는지이다. 프랜차이즈에서 상권을 분석하고 지점을 내어주는 과정 덕에, 역세권이나 학세권과 같은 환경 표현을 넘어서 특정 브랜드 접근성에 대한 신조어로 지역구의 가치를 정하기도 한다. 인구 유입과 소비가 활발할수록 발전이 있고, 발전할수록 도시가 더욱 팽창하고 밀도가 높아지는 피드백이다.
그런데, 비워진 새 땅이라면 어떨까? 택지개발을 통한 신도시 건설은 시뮬레이션 게임과 음률을 같이 한다. 동시에 모든 시설을 건설할 수 없기에 순서를 정할 수밖에 없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질 수 없지만, 어느 쪽을 먼저 들여서 닭장을 채워나갈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교통, 주거, 정치, 경제, 문화 등 필요한 시설은 많고 어느 것 하나 중요도가 낮은 것이 없다. 다만, 도시를 일궈내는 과정이 부동산으로 얻는 이득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를 바란다. 최소한의 생활 기반을 다지고 나서 거주인구가 유입되도록 '배려'하는 시나리오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