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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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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델 Jul 22. 2021

나는 여행을 잘하고 있는 걸까?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뉴질랜드 여행은 그야말로 매우 즉흥적이었다.


사실 나의 여행의 목적지는 정말 오랜시간동안 고민한 곳들보다는 이렇게 즉흥적으로 우연한 기회로 선택되어지는 곳이 많았는데 호주 어학원의 짧은 과정이 끝나갈 즈음 호주 여행이나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여행사에서 우연히 뉴질랜드 매직버스(지금은 사라진)로 뉴질랜드 전역을 여행하는 것을 듣게 되었고 단순히 교통비만으로 따지기에는 내 기준으로 조금 비싸다 싶은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이번 핫딜이 끝나면 언제 또 이런딜이 뜰지 모른다는 여행사의 호객행위에 스스로 호갱이 되어버렸다.




새벽 매우 이른 시간. 간간히 도시를 청소하는 청소부만이 텅빈 거리를 채울 뿐 이토록 적막한 시드니는 처음이었다. 공항행 트레인에 오르면서 시작된 여행.

익숙함을 버리고 새롭고 낯선것을 느끼기 위해 가는 여정이 바로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드니를 출발한지 오래 되지 않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했다. 미리 정해놓은 숙소조차 없어서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급하게 예약을 마치고나서야 뉴질랜드에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길. 조용하고 아름다웠으나 외로웠다. 시끌벅적 여행의 설렘을 일행들과 나누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나는 혼자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오로지 나의 선택으로 모든 것이 정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반면 여행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이 동시에 밀려오는 것이다. 혼자라서 무서운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나눌 대상이 없다는 외로움이 더 큰것 같다.





시끌벅적한 도심에 적응되어 있던 나에게 크라이스트 처치는 도시 전체가 마치 성당 안처럼 느껴질만큼 조용하고 한적했다. 숙소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눈 스위스에서 온 친구를 통해 근처 서점에서 저렴하게 책을 샀다는 말을 듣고 여행다닐 동안 틈틈히 읽을 책을 구입했다.

해리포터.

이미 한국어로 읽었던 내용이라 이해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을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렇게 책한권 사들고 시내를 돌아다녔다.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캔터베리 박물관을 방문했고 아트 갤러리에 전시된 미술품들을 둘러보기에 채 몇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사실 크라이스트 교외에 멋진 곳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가보려했는데 아쉽게도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서 환전해야하는 상황에서 생긴 여러 문제들로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한 채 그렇게 크라이스트 처치에서의 일정이 끝이나 버렸다.




여기서 드는 의문.

과연 나는 뉴질랜드에 도착한 이후 며칠동안 어떤 여행을 한 것일까?

뉴질랜드는 나에게 있어 세계일주의 첫번째 목적지이자 세계일주에 앞선 연습과도 같았다. 과연 어떤 여행이 잘한 것이고 혹은 그렇지 않은 것일까?



흔히 한국인들은 관광지에서도 조차 국민성을 발휘해 매우 바쁘게 움직인다고 했다. 그도 그럴것이 나 역시 처음 유럽 배낭여행을 갔을때 한달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동안 최대한 많이 보겠다는 일념으로 새벽같이 일어나 버스에 오르고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며 야경까지 보고 돌아오는 여정을 약 한달동안 반복했다.

야경을 보고 오는 길 하루는 왠지 꽉차게 보낸 것 같은 뿌듯한 느낌에 제대로 여행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당시에는 길거리에 흔한 카페에 앉아 커피한잔 마시며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을 정도였다. 초반 며칠은 적응이 되었지만 갈수록 바닥나는 체력과 부실한 식단탓에 신경은 예민해지고 함께 갔던 일행과도 잦은 말다툼을 벌이곤 했다.


과연 그것이 여행일까?

앞으로 나는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보낸 이틀을 짧게 정의하자면 외로움과 삽질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내가 처음와보는 어느 도시를 거닐었고 낯선이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으며 국적이 다른 현지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 했다. 이것도 여행이 아닐까?

익숙함을 버리고 새롭고 낯선것을 느끼기 위해 가는 것.

나는 그것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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