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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작가 Feb 13. 2023

고양이 기저귀 사용법

신생아용 기저귀가 최고다.



후지마비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나는 가끔 디엠을 받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것은 연탄이를 입양한 후부터였다.

연탄이는 들깨와 달리 기저귀를 사용한다.  그 때문인지 후지마비 고양이, 특히 기저귀를 착용해야 하는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님들에게서 연락이 많이 왔다.

그중 제일 많은 질문은 아래 두 가지다.



혹시 기저귀는 어디 거를 사용하시나요?


배변 배뇨를 몇 시 간격으로
어떻게 해주시나요?



우선 우리 집에는 후지마비 고양이가 세 마리 있다.

나의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후지마비 고양이는 성별에 따라 굳어지는 다리 모양이 달라지는 것 같다. 


암컷인 들깨는 인어공주처럼 두 다리가 가지런히 한쪽으로 뻗어있는 것과 달리 수컷인 연탄이와 소금이는 오른쪽 다리는 꺾인 채 굳고, 왼쪽 다리는 곧게 뻗어 있다.

(지인의 후지마비 고양이 두 마리도 위와 같았다. 기회가 된다면 암컷, 수컷 혹은 마비가 되어 있는  척추 번호에 따라 굳는 다리의 모양이 달라지는 것에 대해 통계학적으로 수치를 내보고 싶다.)


들깨의 경우는 다리가 한쪽으로 길게 뻗어 있어 기저귀를 채우면 쏙 하고 빠져버렸다. 그래서 기저귀를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렸다.



반면 연탄이는 항문과 생식기가 바닥에 닿아 쓸리고 있는 상태였고, 마비로 인해 항문이 꽉 닫히지도 않아 변이 항상 조금씩 흘러나왔다.  거기에 오른쪽 다리가 꺾인 채 굳기 시작하면서 항문에 맞닿아 흘러나오는 변이 발에 묻었다. 연탄이가 지나간 자리는 변이 묻어 보이는 즉시 닦지 않으면 금방 굳어버려 청소가 힘들었다.

연탄이는 우리 집에 오고 나서 며칠 지나고 나서의 몸무게가 300그람이었을 정도로 아주 작은 고양이였다. 그 작은 고양이를 돌보느라 나는 외출은 커녕 집 밖에도 못 나갔다.


철장 케이지가 있었지만, 연탄이를 가두지는 않았다.

연탄이의 어린 시절은 묘하게 동정심이 가는 얼굴이었는데 그게 사람 마음을 묘하게 흔들었다. 내가 연탄이를 입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얼굴때문이었다. (오지랖 + 모성본능이 만렙 상태였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힘들었다.

언제까지나 내가 뒤를 따라다니며 연탄이의 똥과 오줌을 닦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후지마비 고양이로서의 삶의 질도 중요하지만, 케어하는 사람의 삶의 질도 중요했다. 나는 연탄이와 내가 앞으로 함께 공존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야 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기저귀를 채웠다. 계속 변이 흘러놔왔기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물론 아기 때는 너무 작은 체구 때문에 사람용이던 동물 용이든 간에 맞는 기저귀가 없다.


그렇다면 만들어야 했다. 그것도 손쉽게 말이다. 그래서 사용한 것이 양말이었다. 그것도 성인용이 아닌 아동용 양말이었다.

(연탄이가 너무 작아서 성인용 양말은 훌렁 벗겨져 버렸다.)


양말의 밴드 부분을 배에 두고 가위로 나머지 부분을 가위로 자른다. 꼬리와 다리 부분을 구멍을 내어 만들고 그 안에 배변 패드를 여러 장 잘라서 겹쳐 넣고 끼워 준다. 좀 젖었다 싶으면(오줌) 한 장씩 빼는 형태였다.


사실 이 방법이 기저귀 대용으로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기저귀를 사용할 만큼 자라면 그때는 동물 전용 기저귀가 아닌 사람용 신생아용 기저귀를 사용한다.


동물 전용 기저귀는 굉장히 비싸다. 고작 열개에 몇 천원 한다. 평생 기저귀를 구입해서 사용해야 하는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었다.


그래서 대체로 찾아낸 것이 바로 신생아용 기저귀다.

동물 전용 기저귀와  비교해 말할 수 없이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모양과 크기가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 (동물용 S사이즈와 신생아용 기저귀를 맞대어 보니 사이즈, 모양 모두 똑같았다. 동물 기저귀 대용으로 사람 기저귀를 강력 추천한다.)


다만 몇 가지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사람용이기 때문에 꼬리 구멍이 없다. 그래서  꼬리가 빠질 수 있도록 가위로 꼬리 구멍을 내주고 옆의 부분이 쓸리지 않게 밴드 부분에 칼집을 넣어 좀 더 편안한 형태로 만들어 준다.

신생아용 기저귀 한묶음은 60개가 들어있다. 연탄이와 소금이는 한달가량 사용하는 것 같다.

연탄이와 소금이의 기저귀 사용량은 서로 다르다.


연탄이는 아침에 하나 저녁에 하나 총 두 개를 사용한다. 중간에 오후 3시쯤 한 번 더 배변 배뇨를 해주는 시간이 있으나 연탄이는 기저귀를 깨끗하게 사용하는 편이기에 아침에 찬 기저귀를 한 번 더 사용 후 저녁에 새 걸로 다시 갈아준다.

(탄이는 항문에 아주 조금씩만 변이 새어 나오는 정도여서 기저귀를 깨끗이 사용하는 편이다.)


소금이의 경우에는 아침에 똥꼬를 깨끗이 닦고 기저귀를  착용한다. 우리 집에 온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압박  배변 배뇨가 쉽지 않은 녀석이다.


더군다나 방광이 예민해 배뇨가 잘 되지 않아 다른 아이들과 달리 오후 3시 전인 12시쯤에 한 번 더 배뇨를 해준다. 그러면서 연탄이가 사용했던 깨끗한 기저귀를 재활용한다.


오후 3시에도 연탄이가 사용했던 기저귀를 재활용하고 저녁 마지막 타임에는 또 한 번 씻고 새 기저귀를 사용한다.


연탄이는 하루에 2개의 기저귀, 소금이는 4~6개 정도의 기저귀를 사용한다. 그 중 2개정도는 연탄이가 사용했던 기저귀를 재사용하고 있다.


사람용이라고 하더라도 매달 구입해야하는 지출 비용은 만만치 않다. 기저귀가 더럽지 않다면 재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이 후지마비 고양이를 키우고, 기저귀가 필요한 고양이를 둔 집사님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연탄이를 처음 만난 날이다.


구조하고 병원에 입원하던 중 찍힌 사진이다. 당시에 이름이 아검이(아기 검은 고양이)였다고 한다.


병원 입원 당시 사진이다.


기특하게도 큰 수술을 잘 견뎌냈다.


양말 기저귀를 차고 처음으로 예방 접종 맞으러 병원에 외출한 연탄이


연탄이는 나를 닳아 눈을 뜨고 잔다.


기저귀 찬 연탄이


사진 찍으려니 하품을 해버리는 소금이


들깨는 다리가 곧게 뻗어 있다.


더운 여름날에는 가끔 기저귀를 빼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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