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바로 오늘일 줄은…
후지마비 고양이들은 방광염을 달고 산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의지로 배뇨를 할 수 없는 노릇이니, 아무리 사람이 열심히 압박 배뇨를 해준다 하더라도 깨끗이 방광이 비워지지는 않는다.
그 때문에 방광에 슬러지(결석)가 생기는데, 수컷의 경우는 요도가 길어 혹여라도 그 부분이 슬러지로 인해 막힌다면 뚫어서 배뇨를 해줘야 한다. (참고로 연탄이는 수컷이다.)
최대한 물을 많이 마시게 해서 오줌을 자주 뉘어주는 방법이 최선이다.
연탄이의 경우가 그렇다.
아무리 내가 시간에 맞춰 열심히 압박 배뇨를 해줘도 스스로 누는 것과는 하늘과 땅차이다.
나는 피하 수액은 말로만 들었지 내가 직접 놓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연탄이는 몸에 수분이 부족해 당분간은 피하 수액을 놓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다행히 15일 정도만 맞추면 된다 했지만, 바늘로 누군가를 찌르는 행위를 내 손으로 한다니 상상만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연탄이는 유독 내 손만 타는 아이이기에 다른 식구들에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시범을 보이기 위해 나와 연탄이를 조용한 방으로 불렀다. 연탄이는 깔때기를 쓰고 나타났는데 아마도 수액을 놓다가 뒤로 돌거나 입질할 것을 방지하는 것 같았다.
피하 수액을 놓기 위해서는 먼저 나비 모양의 바늘 굵기를 선택해야 한다.
굵은 바늘은 빨리 수액을 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늘이 굵은 만큼 고양이들이 놀라거나 불편해 할 수도 있다. 반면 얇은 바늘은 아이들이 거부감을 덜 느끼지만 굵은 바늘에 비해 수액이 천천히 들어간다.
나는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23호 사이즈의 바늘을 선택했다.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기에 간호사 선생님들 앞에서 직접 해봄으로써 몸으로 익히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간호사 선생님들도 흔쾌히 동의했는데, 극도로 긴장을 해서 그런지 배가 살살 아파오고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올 듯 울렁거렸다.
간호사 선생님들의 지도하에 연탄이의 목덜미 부분을 손으로 잡아당기자 살가죽이 당겨왔다.
바늘을 그곳에 꾸욱 눌러 꽂자 무언가 톡 하고 찔러지며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바늘이 연탄이의 살을 뚫고 들어가는 데 성공한 것이다.
나는 그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사실 해보면 별거 아닌 일이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가 담겨 있다. 성공함에 있어 기뻤지만, 썩 유쾌한 느낌과 감촉은 아니었다. 불쾌함과 쾌락이 공존한다고 할까?
생각했던 것보다 연탄이가 정말로 얌전히 잘 있어 주어 덕분에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수액이 들어가면서 바늘을 찌른 부위가 부풀어 올라 혹처럼 보였지만, 잠시 후 수액이 몸속으로 퍼져 혹은 금세 가라앉았다.
멍군은 겁 많고 쫄보인 내가 의외로 잘했다는 것에 놀란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나 자신도 적잖이 놀랐으니 말이다.
가끔 나는 생각해 보았다.
나중에 나의 7마리 고양이들이 나이가 들어 이동할 갈 기력이 없어지거나 더 이상 병원에서 조차 손 쓸 수 없을 때, 그때는 내가 직접 수액을 놓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그게 지금 당장 벌어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말이다.
연탄이는 지금도 약을 꾸준히 복용 중이다.
추후에 약을 복용해도 구토가 가라앉지 않아 결국 위내시경까지 해야만 했다. 결론은 만성 위염이었고 한 달 약을 복용 후 휴약 후 다시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연탄이도 힘들었겠지만 이번 일로 나도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다묘 가정의 집사로서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서는 미리 마음의 준비와 혹시 모를 큰 병원 비용의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