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 수액이 대체 뭐죠?
연탄이는 8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납치당하듯 병원으로 옮겨졌다.
외출 고양이가 아닌 이상 집고양이가 외출을 하게 되는 이유는 병원에 가는 일뿐일 것이다.
고양이는 인간과 함께 살아도 특유의 야생성이 많이 남아 있는 동물이라 한다. 그 작은 몸으로 험난한 야생에서 살아남아야 했기에 경계심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서 집고양이가 밖에 나가게 되면 보통 3가지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무서움에 벌벌 떨며 울거나
호기심에 바깥 구경을 하느라 정신이 없거나 한다.
또는 웅크린 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는 고양이도 있다.
꼭 위의 행동만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의 7마리 고양이들은 대부분 3가지 유형에 속한다.
연탄이의 경우는 복합형인데,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으로 나타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병원에 갈 수는 없었다.
근래에 들어 애묘인들도 많이 늘고 고양이에 대한 인식도 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고양이가 목 놓아 운다면 당연히 눈살이 찌푸려질 일이었다.
나는 멍군에게 병원까지 운전을 부탁했다.
예상대로 연탄이는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쉬지 않고 울어 재꼈다.
정말 한 번도 쉬지 않고 울었는데, 8시간째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터라 탈진할까 봐 걱정될 정도였다.
병원은 집에서 꽤 거리가 있었고, 자차를 이용하면 그나마 1시간 조금 넘는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연탄이는 구조 당시 200그램도 채 안 되는 어린 아가였는데, 큰 수술을 이겨내고 살아남았다. 덕분에 병원 생활이 조금 길었는데 그때 담당 간호사님과 의사 선생님이 연탄이를 기억하고 반가워했다.
신기하게도 연탄이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울음을 뚝 그쳤다.
잔뜩 겁에 질려 내 팔을 꼬옥 잡고만 있는 게 아닌가.
여기서 더 울었다가 뭔가 큰일을 당하리라는 것을 동물적으로 직감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나대면 안 되는 곳인지를 알았는지도.
연탄이의 차례가 되어 의사 선생님에게 현재 연탄이의증상을 간단히 이야기했다. 의사 선생님은 연탄이가 이제 나이도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기본 건강검진은 다 해보자고 했다.
초음파를 보기 위해서는 배털도 밀어야 했는데
생각해 보면 진료를 위해 배털을 미는 것이 당연한데,집사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것이 귀여운 절차라고 생각했다. 사람이었다면 절대 물어보지 않는 질문이라 신선했던 것 같다.
연탄이는 의사 선생님을 따라 알 수 없는 방으로 갔고 나는 대기실에서 검사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내내 초조했다.
혹시나 큰 병이 있는 것은 아닌지,
혹시나 내가 늦게 병원에 와서 병을 키운 건 아닌지,
혹시나 내가 아이를 잘못 돌봐서 그런 건 아닌지,
아직 아무런 결과도 듣지 않았는데 죄책감이 먼저 밀려왔다.
병원비도 걱정이었다.
병원은 고양이만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곳이라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었다.
다행히 그동안은 7마리가 크게 아프거나 다친 적이 없었기에 특별히 병원비로 지출되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고양이이가 노묘로 들어섰고 그에 대해 준비도 해야 했다. 나는 나의 7마리의 고양이들이 언제까지나 어리고 건강할 거라는 착각을 했었던 것이다.
연탄이의 검사 결과가 끝나자 의사 선생님은 나를 진료실로 불렀다.
피검사 차트와 엑스레이, 초음파를 보여주며 설명을 해주셨지만, 생소한 의학 용어와 알 수 없는 숫자들로 머리속은 뒤죽박죽 되었다. 의사 선생님의 말을 80% 정도는 못 알아들은 것 같다.
아니면 혹여 그동안 몰랐던 병이 연탄이에게서 발견되지는 않았을까 긴장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피검사 수치나 다른 것은 딱히 이상이 없었다.
구토를 유발할 만한 이유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양쪽 신장에 결석이 있고, 기형적으로 바뀌어서 언젠가는 신장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아이라는 말을 들었다. 현재로서 딱히 치료할 것은 없고 앞으로 더 나빠지지만 않게 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장 걱정할 것은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내가 직접 피하 수액을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후지마비 고양이 연탄 병원 가다(3) 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