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검진 받기 위한 첫 번째 숙제 금식하기
나는 7마리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7마리의 고양이를 모시고 있는 집사다.
집사란 고양이님이 어디 아프신 곳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하며, 허기지지 않게 제때 식사를 차려드리고, 입맛에 맞게 다양한 간식도 챙겨드려야 한다.
사실 나는 내가 원해서 7마리의 집사가 된 것은 절대 아니다. 동물 보호 단체에 속해 있다거나, 어떤 특별한 사명감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눈 깜짝할 사이 1마리의 고양이가 7배나 불어나 있었다.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정신줄을 놓쳤다고나 할까.
하는 짓이 워낙 여우 같고 이쁘다 보니, 다른 모든 고양이들도 내 새끼 마냥 이뻐 보이더란 말이다.
아마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라면 이 말뜻을 이해할 거다.
나의 7마리 고양이들은 모두 스트릿 출신(길고양이)이다. 그렇기에 정확히 태어난 날은 모른다.
대략 나에게 온 시점과 당시 아이의 크기를 감안해 생일을 추정할 뿐이다.
아이들의 이름은 대부분 향신료 쪽인데 간혹 몇 마리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추후에 이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겠지만, 아이들 이름을 지을 당시 난 순댓국을 즐겨 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의 고양이들은 조금 특이 사항이 있는데 3마리가 후지마비 고양이라는 점이다.
각자의 여러 이유로 하반신이 마비가 되어 4 다리로 걷지 못한다.
하반신 아래로 마비가 되어 있기에 자율적으로 배변, 배뇨도 어렵다. 사람이 직접 압박 배뇨를 해줘야만 한다.
오늘은 후지마비 고양이 중 연탄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연탄이는 턱시도 고양이다.
턱시도 고양이는 마치 턱시도 옷을 입은 것처럼 털의 색이 검다. 영국 귀족 신사처럼 말이다.
나는 언젠가
“턱시도 고양이가 제일 사람한테 다정하게 군데.”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확실히 그런 것 같다.
매너가 있다고 할까? 다정함이라고 할까?
아무튼 다른 고양이들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연탄이는 지속적인 구토 증상이 있다.
원래 고양이는 헤어볼을 가끔 토하기도 하지만 연탄이의 구토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사료를 먹고 바로 토해 소화를 시키지 못하거나, 노란 물 형태의 구토를 올리기도 했다. 심할 때는 하루에 몇 번씩 토하기도 했고, 설사를 동반하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에 가보아도 특별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컨디션이나 식욕에도 문제가 없었기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구토가 심해져 이번에는 제대로 검사를 받아 보기로 했다.
마침 노령 묘에 해당하는 아이들의 비중이 높아져 겸사겸사 7마리 고양이 모두 건강검진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동네에는 아주 작은 동물 병원이 하나 있었고, 평도 그다지 좋지 못했기에 꾸준히 다닐 믿을 만한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때마침 연탄이 구조 당시 담당했던 의사 선생님이 병원을 개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집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연탄이를 처음 진료했던 의사 선생님께 가는 것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그 병원을 택했다.
병원에서는 정확한 검진을 위해서는 8시간의 공복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물도 먹으면 안 된다.
그래서 최대한 아침 일찍 병원 예약을 하고 예약 시간에 맞춰 밤부터 금식을 했다.
연탄이는 식욕이 왕성한 아이다. 그래서 밥이 없으면 달라는 의사 표현을 명확히 한다.
아침에 밥이 없으면 자는 나를 깨우거나
사료통을 톡톡 건드려 밥을 달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도통 밥을 줄 낌새가 보이지 않자, 뭔가 이상한 모양이었다.
후지마비 고양이 연탄 병원 가다(2) 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