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는 올해 11살이 되었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추운 겨울 들깨를 뜨끈한 곳에 있으라고 전기장판 위에 올려놨다. 들깨도 그곳이 마음에 들었는지 몇 시간이고 누워 도통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들깨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내심 뿌듯했다.
하지만 그것이 큰 문제가 되었다.
들깨가 전기장판에 오줌을 싸자 오줌이 점점 뜨겁게 데워져 다리에 화상을 입는 결과를 낳았다.(나는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들깨는 자신이 화상을 입었다는 것도 모른 채 며칠을 지냈고, 나는 들깨의 상처가 다 아물고 딱지가 생기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하반신에 감각이 없기에 들깨는 아픈 줄 몰랐고, 반응이 없으니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미리 앞서 세심하게 생각하지 못한 나의 불찰이었다.
들깨는 내가 처음으로 돌보게 된 후지마비 고양이다.
나는 너무 서툴렀고, 무지했다. 들깨의 몸 구석구석을 살피고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항시 살폈어야 했다.
들깨가 나에게 온 지 2년이 넘어가자, 우리는 합이 슬슬 맞아갔다.
내가 손을 대면 들깨의 방광이 알아서 내 손에 착하고 감겼다. 내가 손으로 들깨의 방광을 주물럭 거리면 들깨는 다리를 바르르 떨면서 오줌과 응가를 했다.
들깨의 실수는 점차 줄어들었고, 매일 바닥에 싸던 오줌과 응가는 한 달에 두어 번 정도로 그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나는 들깨가 좀 더 쾌적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 고양이 전용 휠체어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지금이야 반려동물의 휠체어가 잘 나오지만 당시에는 없었다.
수소문 끝에 미국에서 휠체어 관련 공부를 하고 오신 분이 강아지 휠체어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집에서 꽤 먼 거리였는데 들깨를 데리고 그곳을 찾았다.
하지만 고양이라서 그런지 자꾸만 몸이 쏙 하고 빠져나오고 불편해하는 통에 휠체어 제작이 쉽지 않았다.
혹시 수술이라도 할 수 있을까 큰 병원에 가서 검사도 받았지만, 들깨는 이미 골든 타임을 놓친 상태이기에 수술 후 변화가 없다고 했다.
처음부터 후지마비의 삶을 살았기에 지금의 자신의 몸에 적응이 된 상태여서 오히려 휠체어와 수술이 불필요하다는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의사 선생님이 나 외의 다른 식구에게
“몸이 불편한 고양이는 오래 못 살아요.
너무 정 주지 마세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들깨는 올해 11살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수없이 문 턱이 닳도록 병원을 다녔다.
들깨는 운동량이 부족해서인지 암컷인걸 감안해도 3킬로가 겨우 될 정도로 컸다. 체구가 작아서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이빨도 아주 작다.
이제 노령묘에 움직임이 덜한 탓에 뱃살이 많이 찌기는 했지만, 아직도 나한테는 11년 전 처음 만났던 아기와 같다.
나의 무지함으로 고생한 2년을 빼고는 들깨는 설사 한 번 구토 한번 한적 없이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
이제는 오줌이나 응가실수도 절대 하지 않는다.
때문에 자기 옷에(털) 오줌이 묻는 법도 없다. 모래를 사용하는 고양이보다도 훨씬 깨끗한 기특한 들깨다.
들깨는 몸이 불편해서인지 조금…. 아니 많이 까칠한 편이다. 어쩔 때는 이유 없이 그냥 지나가다가도 뭔가 기분이 나쁘면 기어코 다시 와 나를 물고 가기도 한다.
눈도 10시 10분을 가리키는 탓에 항상 표정이 뽀로통해 보인다.
그래도 나는 그런 들깨나 너무 좋다.
앞으로 20년만 더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 세상 모든 후지마비 동물들에게
사랑이 함께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