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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작가 Jan 25. 2023

후지마비 고양이는 처음이라 미안해(1)

들깨와의 만남

후추가 집에 오고 나서 나의 오지랖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았다. 결국 가서는 안될 임보의 길을 다시 들어서게 되었다.

때마침 어느 지역의 캣맘 단체의 글을 보게 되었다.

눈도 채 안 뜬 아기 고양이 2마리의 임보글이었다.


어미젖도 안 뗀 아가들은 시간별로 분유와 배변, 배뇨 유도를 필요로 하기에 시간이 여유로운 사람이 적합했다. 나는 프리랜서였고, 항상 집에 있어 냉큼 임보를 자처했다.


아이들은 남매였는지 비슷한 크기였다.

이제 눈을 갓 뜰까 말까 한 아이들이라 고양이 전용 분유를 사서 2시간에 한 번씩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엄마가 핥아서 해줘야 할 배변, 배뇨까지 해줬다.


하지만 이러한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한 마리는 금세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나 아주 어린 아기 고양이의 경우 자기 성질에 못 이겨 무지개다리를 건너기도 한다고 한다.)


나는 혹여 나머지 아이도 잘못될까 봐 전전긍긍했다.

다행히 후추도 자신보다 작은 고양이가 신기했는지 나름 아이를 잘 돌봐 주었고, 아기 고양이는 머지않아 눈이 완전히 뜨여 걸음마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아기 고양이는 이상하게 바들바들 떨면서 잘 걷지를 못했다. 조금 걷다가 픽하고 주저앉고는 했는데, 누가 보아도 뒷다리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나는 아이를 데리고 후추를 입양했던 동물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정확하지는 않으나 아마 어미가 낳을 때 중간에 쉬어 아이 척추가 다쳤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정확하게 알아보려면 MRI를 찍는 수밖에 없는데, 마취를 하고 찍게 되면 아이가 너무 어려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아이의 목숨을 걸고 MRI를 찍을 수는 없었다.

(나의 첫 고양이 레오는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 코마 상태가 되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때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나는 아이들을 마취시키는 것이 두렵다.)

나는 임보를 보낸 캣맘 단체에 이 사실을 알렸다.

캣맘 단체에서는 아이를 다시 보내라고 했지만, 망설여졌다.


이 작고 어린아이를 누군가 24시간 붙어서 돌봐야 할 텐데 그럴 사람이 있을까?


병원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 텐데 과연 낼 사람이 있을까?


지금 아깽이 대란인데(길고양이들의 출산이 몰리는 시기가 있다. 이때 사람 혹은 피치 못할 이유로 길거리에 아기냥이들이 대거 출몰하는 시기가 있다. 이 시기에는 모든 캣맘들과 동물 단체에서 정신이 없다) 그 많은 아이들 속에서 오로지 이 아이만을 위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까?


혹시 내가 무언가 잘못 케어해서 아이가 걷지 못하게 된 거라면 어쩌지?


온갖 걱정과 죄책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나는 아이를 보내지 않았다.

대신 이름을 지어 주었다.

첫째가 후추니 돌림 이름을 할까 하다 연관성이 있는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털 색이 섞인 삼색이.

검고 갈색이 섞인 향신료….

들깨가루가 생각났다.

그렇게 아이의 이름은 들깨가 되었고, 나의 둘째 고양이가 되었다.


들깨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다 해보았다.

병원에서 지어준 약을 먹이고, 다리가 굳지 않게 꾸준히 다리 마사지를 해주었다. 침을 놓아준다는 곳도 알아보았다.


하지만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에 맞기에는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약을 먹여도 마사지를 해줘도 아이는 좀처럼 걷지 못했다.


다리는 점차 감각을 잃고, 주저앉아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거기에 하반신에 감각이 없으니 배변, 배뇨를 혼자 할 수도 없으니 짜주어야만 했다.


“너무 세게 방광을 누르면 터질 수도 있어요. 그러면…. 그냥 즉사합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너무 무서웠다.

내 손바닥만 한 아기 고양이의 방광을 주물러 배뇨와  배변을 할 자신이 없었다.

나의 작은 실수로 아이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들깨는 점점 배가 빵빵해지고, 가득 찬 오줌이 밀려 나와 질질 흐르는 상태가 되었다.

들깨의 털은 오줌으로 찌린내가 나고 떡이 졌다.


나는 틈만 나면 부지런히 들깨를 씻겼다.(씻기는 횟수가 많아져 나중에는 하반신반 씻겼다.) 사람으로 치자면 자신의 옷에 오줌이 묻은 건데 얼마나 찝찝하고 냄새가 났을까……

변도 제대로 싸지 못해 변비가 와서 약을 먹기 일쑤였다.


나는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후지마비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텼다.

두 아이가 형제였는지 함께 우리 집에 왔다. 오늘쪽의 고양이가 들깨다.


들깨의 10년 전 사진이 남아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어찌나 바둥거리며 분유를 먹는지 고개를 잡아주지 않으면 제대로 먹지 못했다.


배가 부른지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는 들깨


나는 들깨를 항상 품에 안고 있었다.


후추가 고맙게도 들깨를 잘 돌봐주었다.


좌식 컴퓨터 책상 아래 보금자리를 마련해 줬다. 아늑한지 둘이 잘 들어가 있었다.


들깨가 후추를 좋아해서 항상 따라 다녔다.


화장품 가게 이벤트 상품으로 미니 욕조를 받았다.들깨에게 맞춤형 욕조다.



이야기는 후지마비 고양이는 처음이라 미안해(2)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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