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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하마 Jan 17. 2024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도그마 95

- 실패가 아닌 소중한 실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는 탐미적인 장면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극단적이고 도발적인 스토리 때문에 그렇게 대중 친화적이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로서 관습적인 영화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일상의 삶마저 해체하고, 전도시키는 느낌마저 들죠. 먹먹할 정도로 사랑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 <브레이킹 더 웨이브>, 작가주의와 실험정신으로 만든 <백치들>, 극한의 염세와 우울의 판타지인 <멜랑콜리아>, 노골적인 섹스 욕망을 유머와 은유로 버무린 <님포매니악 Vol. 1&2>, 살인의 광기를 생생하게 보여준 <살인마 잭의 집>까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불편한 감정이 들고, 때로는 욕을 내뱉고 싶기까지 하죠. 그래서 영화가 아무리 진실을 이야기하는 거짓말이라고 해도 자기애밖에 없어 보이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한다는 건 미친 짓이죠.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을 존경한다고 했는데 그게 어떤 부분에서는 이해가 됩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와 겹쳐지는 스펙트럼이 있으니까요. 그것 이상은 아니겠죠.      


                                                       영화 <멜랑콜리아>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1995년에 내세운 도그마 이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촬영은 스튜디오가 아닌 로케이션으로 찍을 것.

  2. 모든 사운드는 촬영 현장에서 동시녹음으로 할 것.

  3. 삼각 보조대를 사용하지 말고 핸드헬드(handheld)로 촬영할 것.

  4. 필름은 컬러여야 하고, 일체의 인공조명은 쓰지 말 것.

  5. 특수효과와 필름 필터는 사용하지 말 것.

  6. 오락을 위한 살인과 폭력 장면은 넣지 말 것.

  7. 시간과 공간을 유희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배경은 지금 여기(Here  

     and Now)일 것.

 8. 장르영화는 배제할 것.

 9. 필름은 표준 35mm만 사용할 것.

10. 감독 이름을 타이틀에 올리지 말 것.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도그마 95에 의해 찍은 영화는 <백치들> 정도이고, 그 이후로는 스스로 도그마 이론을 폐기합니다. 그의 영화적 이상이 현실에 맞지 않았던 거죠. 중요한 건 그가 그런 사실을 변명하지 않고, 곧바로궤도를 수정했다는 겁니다. 도그마 95는 실패가 아닌 의미있는 실험이었기에 우울하고 염세적인 스토리임에도 매력적인 장면의 <멜랑콜리아>가 나온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관습적 영화 기법에 대한 경멸과 멸시는 영화에 대한 악마적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 점이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에너지이기도 하겠죠.     

  새해를 맞아 나 자신에게 몇 가지 약속을 한 게 있습니다. 

  첫째, 문장을 쓰는데 있어서 관형어와 부사어는 관습적인 형태가 아니라 싱싱하고 생기발랄하게 쓸 것. 

  둘째, 문장에서 맛과 냄새가 느껴지게 쓸 것.

  셋째, 머리가 마음을 억누르는 어휘와 문장은 갖다 버릴 것. 

  넷째, 쉽게 쓰지만 가벼움에 휘둘리지 말 것. 

  다섯째, 다른 사람의 글을 존경과 배려로 호흡할 것. 

  여섯째, 글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변화시키는데 치중할 것.   

  일곱째, 읽고, 보고, 듣고, 생각하기에 게을리 하지 말 것.  


   * 글쓰는 일은 살아있음을 드러내는 쓰디쓴 몸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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