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단상Ⅱ
- 여전히 헤매는 사랑의 골목길
총을 하늘을 향해 쏘면 처음에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다가 중력과 마찰력으로 인해 점점 속도가 줄어듭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멈추고, 방향을 바꿔 낙하하기 시작하죠. 일정 속도에 이르면 저항력과 중력의 크기가 같아지면서 합력이 제로가 되어 가속도 없는 등속도 운동을 하게 됩니다. 인간의 사랑도 그런 게 아닐까요. 젊은 날에는 뜨겁게 불타오르며 모든 걸 다 태워버릴 듯한 기세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타성에 빠지고, 사랑의 흔적마저도 일상에 묻혀버리기 마련이죠. 중년의 부부가 거리에서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하면 불륜으로 오해받기도 하고, 그런 걸 요구하면 ‘어떻게 가족끼리 그래!’ 말하기도 하죠. 사랑은 신발이나 승용차가 아닙니다. 오래됐다고 낡은 게 아니죠. 더 숙성될 뿐인데 그걸 모르고 쓸데없이 곁눈질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모든 선택에는 배제가 따르는 법입니다.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건 세상의 다른 여자들은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죠. 그런데 곁눈질을 하기 일쑤입니다. 멍청한 것도 아닌데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도 모르고 제짝을 놔두고 여전히 딴 여자한테 한눈을 팝니다. 굳이 이런 녀석을 사랑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니 사랑받을 자격이나 있는 걸까요?
그 많은 날들을 오직 한 사람을 사랑하다가 그 한 사람만을 미워하는데 남은 인생을 다 보냈다는 게 허망합니다. 사랑하고, 미워한 게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렇게밖에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나. 할 일이 그것밖에 없었나. 나 자신은 비워둔 채 다른 사람으로 내 인생을 채우려고 했던 건 아니었을까요. 초등학교 미술시간 내내 찰흙으로 말을 만들었다가 뭉개고, 다시 만들었다가는 다시 뭉개버리고 하다가 며칠을 내내 그렇게 보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린 욕망이 다 채워지지 않아 그렇게 시간을 허비했던 거죠. 사랑하든 미워하든 먼저 찾아야 할 건 자기 자신입니다. 거기서부터 시작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