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우에노 주리

- <양지의 그녀>에서 만나다

by 노란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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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주리는 스펀지 같은 얼굴을 가진 배우입니다. 어떤 배역이든 인물의 성격을 정확하게 흡수해서 분석해 자신의 표정과 눈빛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내죠.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서는 평범한 일상을 비틀고 낯설게 만들어서 보통 사람의 소중한 의미를 반어적으로 보여줬다면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는 만화적 인물을 만화 이상으로 완벽하게 창조했죠. <아버지와 이토씨>에서는 가족이지만 서로를 너무나 모르는 나머지 현실적인 문제로 갈등하고 반목하다가 결국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가족애를 회복하는 딸의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연기해서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무반주 첼로 같은 연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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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의 감독 미키 타카히로가 연출한 <양지의 그녀>에서는 우에노 주리의 새로운 매력을 보게 됩니다. 로맨스 판타지인데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우에노 주리의 완벽한 표정과 눈빛이 몰입도를 높여줍니다. 꽃미남 배우인 마츠모토 준을 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죠. 영화를 보는 내내, 보고 나서도 고양이가 얼마나 사랑을 했으면 사람으로 환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긴 예전부터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 개를 가졌다는 말이 있으니까 환생의 극적 조건은 가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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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고스케가 길고양이를 구해주는 장면과 함께 타이틀이 뜹니다. 고양이가 중요한 소재라는 걸 알 수 있죠.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여주인공 마오가 고양이의 환생이라는 과거 회상과 사실적인 장면을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암시합니다. 먼저 마오의 머리 스타일을 고양이의 털과 흡사하게 꾸몄습니다. 고양이처럼 어린 마오가 정글짐에 올라앉아 있는 첫 장면도 빼놓을 수 없죠. 정글짐은 엔딩 장면에서도 다시 수미상관 수법으로 반복해서 나옵니다. 고양이로 시작해서 고양이로 돌아가는 거죠. 고양이를 암시하는 마오의 행동은 영화 중간중간에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 영화를 처음 볼 때는 거의 눈치챌 수 없죠.

S#. 야외광고판 사진을 찍으러 다닐 때 마오가 펜스를 훌쩍 뛰어넘는 것.

S#. 에노시마 수족관에서 고스케는 ‘정말 굉장하다.’했을 때 마오는 ‘맛있겠다!’라고 한 것.

S#. 에스컬레이터에서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것.

S#. 어항에서 금붕어가 없어진 것.

S#. 쇼핑몰에서 모빌을 보고 정신없이 좋아하는 것.

S#. 여행가는 데 생선이 맛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

영화가 거의 끝나갈 즈음에 영화 중간의 그런 장면들이 다 고양이를 암시했던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미키 타카히로 감독은 라스트에서는 보너스 씬을 베풉니다. 이번 생을 마치고 떠나는 마오가 고스케에게 앞으로 여덟 번 더 환생할 수 있으니까 다시 만날 때까지 서로 살아가고, 다시 만나 새로운 고리를 만들자고 하죠. 그리고 바로 더블 보너스 씬으로 마오가 떠난 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거리에서 고스케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길고양이를 만나게 되죠. 그 길고양이를 바라보면 마오가 고양이를 안고 나타납니다.

‘고양이,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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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간에 비치 보이스의 노래 wouldn`t it be nice가 나오고 우에노 주리가 흥얼거리기도 하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도 나옵니다. 노랫말 가사의 의미가 영화의 메시지와 통한다는 생각이 나 혼자만 든 생각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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