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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번들 May 11. 2022

꽃망울, 잎망울을 틔워 봐요

Dear Life

  봄이 왔다. 얼어붙은 대지에 싹이 트고 메마른 나뭇가지에서도 망울들이 폭죽처럼 터진다. 생명의 역사는 올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남녘에서 올라오는 봄소식에 마음이 들떠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어려운 사람에게는 봄철이 더 힘들게 다가온다. 자기 속은 아직도 추운 겨울인데 밖에는 화려한 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봄이 왔지만 봄이 온 것이 아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 우울해지고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함에도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너무 쉽게 자기 자신과 상대에게 어떤 잣대를 들이댄다.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우리는 그 평가에 구속되게 된다. 한 여학생은 ‘공부’라는 잣대로 동생과 비교당했다. 그녀의 엄마는 공부 잘하는 동생과 자기를 비교하면서 공부 못하면 장래가 없다고 비난하였다. 야단을 맞고 나면 화가 치밀어 올라 죽고 싶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그녀는 엄마에게 비교당할 때마다 자해하기 시작했다. 몸에 상처를 내면 스트레스가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이 여학생의 문제는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장래가 없다’라는 엄마의 비합리적 신념 때문에 생겼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 본 사람들은 모두 잘 알고 있지만, 공부만 잘한다고 인생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지닌 재능을 발견하고, 그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기회를 주는 일이다. 어떠한 길이 자녀의 행복을 위한 길인지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공부라는 기준 하나로 인간적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자식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먼저 자식이 원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만약 자녀에게 부모의 욕심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면 자녀는 저항을 하게 된다. 이 여학생은 엄마의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녀의 자해는 정말 죽으려는 의도가 아니다. 엄마와 잘 소통하며 지내고 싶은 마음의 표현인 것이다.  엄마는 그 엄한 잣대를 내려놓고 따뜻한 봄볕을 내리쬐어 주면 된다. 그럴 때 자연의 생명력은 이 학생의 꽃망울, 잎망울을 활짝 피게 할 것이다.(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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