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네디 Aug 30. 2023

읽히지 않는 글이라 하여 슬퍼하거나 노여워마라

글쟁이들이 모인 공간으로 알고 왔지만

실상 글 잘 쓰는 이들로 가득 찬 곳은 아니었다


글만 잘 쓰면 되는 줄로 알았지만

어느 사진을 올려야 할지 고민할 줄은 몰랐다.


블로그 세계의 피상적 세태를 견디다 못해 나왔건만

옮긴 이곳에서 조차 내 한숨은 여전하다.


나는 얼마 전 대중성에 관해 한참 고민했다.

상념을 거듭하다 보니 주제를 달리 했던 그 이전의 고민들 역시 비슷한 맥락이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누구를 미워한다면 그도 나를 미워하는 게 자연스럽듯

내가 근래의 대중성을 납득 못하기에, 대중의 취향도 내게로 향할 리 만무할 테지.


나는 그냥 대중을 탓하련다. 

내 속 편해지기 위해 그러련다.

내 필력 더 키우기 위해 그러련다.

내 아직 만난 적 없지만 내 글 알아주는 이들 더 기쁘게 해 주고 싶어서라도 그래야 한다


더 잘 썼다면 더 많은 사람이 알아줬을 거라는 비아냥 따위는 하지도 마라

읽어 달라 구걸한 적 없고, 맘에 들지 않걸랑 무시하면 될 일이다.


잘 썼는데 찾아주는 이 없다는 설움 따위도 갖지 마라.

잘 팔리는 고가 명품들이 모두 실용적이더냐?


써야 할 이유를 돌아보기 바란다.

이름이 알려지고 싶은 건지

돈 벌고 싶은 건지

진정 쓰고 싶어서 쓰는 건지


나는 다시 살 작정으로 글을 시작했고 아직 살아있다.

선택에 만족했고, 시기에 적절했으며, 치유에 탁월했다.


과거 어디에서는 지극히 야한 소설로 뭇 남성들을 흥분케 했고

언젠가는 카지노 얘기로 도박에 빠진 성인들을 열광케 했으며

얼마 전까지 날 자주 찾는 이웃 대부분이 주부들인 블로그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지라

지금 당장 특정 무리를 대상으로 어떤 책을 내면 잘 팔릴지 알 것도 같지만   

나는 단지 당시의 하고 있는 생각을 쓰련다.


관종 소리 들어가면서까지 아득바득 자신을 알리려는 일념으로 괴상한 짓 영상 찍어 올리는 이들이 가소롭게 여겨지니 난 그냥 실속 있게 가련다.


작아져만 가는 출판시장에서 쏟아지는 책들과 경쟁하며 만부 팔아 천 몇백 얻는 희박한 확률, 낮은 수익에 기댈 바에는 인생 공부 삼아 도전했던 오토바이 배달을 다시 시작해 건강과 금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련다.


글 쓰고 나서 내 글에 자뻑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블로그에서 맺은 인연으로 오늘날까지 못난 놈 응원해 주는 몇몇 사랑스러운 이들이 가슴 벅차게 고마우니

난 그냥 나와 그들을 위해 쓰련다.

대중과 나, 서로를 향한 거부감을 감안하고, 인정하며 나 하던 대로 하련다.




내 부디 잘 되길 바라며 칭송의 댓글을 달았던 이들에게 권면건대,


인류 역사상 본인 스스로 실패라 치부했던 결과가 의외의 성공을 낳았던 사례는 쫄면을 포함해 몇 안 되는 걸로 봐서,

결국 자신이 흡족해하는 창작 결과물이어야 본디 목표 달성에 유리할 터.

노출되고, 많이 읽히고, 많이 팔리기를 갈망하기보다


본인이 잘 쓰는 글

본인이 만족하는 글

본인이 만족하기 위해 잘 쓰는 노력으로 기원하는 바 꼭 이루시길......



keyword
작가의 이전글 필리핀 시골마을 아버지와 아들(ANAK)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