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자전거

아들의 자전거 - 성장 20

by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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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자전거


예전에 아들과 라이딩을 할 때면 대부분 나란히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달렸다. 나란히 달리기에 여의치 않은 길이라면 바로 앞서가며 내 속력에 잘 따라오는지 수시로 뒤돌아보며 달렸다. 아빠가 전화통화를 하거나 지도를 확인하려고 멈춘다면 아들도 멈췄다. 그러던 아들이 뜬금없이 속력을 내며 추월해 훌쩍 앞서가기도 하고 아빠가 멈춰도 본인이 이해할만한 이유라면 그냥 지나쳐 가게 되었다. 물론 적당히 멀어지면 기다릴 줄도 안다.

자전거는 누군가 함께 타더라도 자의적으로 접촉을 조절하기가 수월하다. 자전거를 타는 내내 대화도 할 수 있고 터치도 할 수 있다. 반면에 출발만 같이 할 뿐 말 한마디, 대면 한번 없이도 함께 할 수 있다. 심지어 도착시간, 도착 장소를 달리하면서도 함께 할 수 있다.

아들의 자전거 속력이 시속 10km 미만일 때는 나란히 달리며 대화를 나눴다. 속력이 10km를 넘어서며 대화보다는 같은 풍경을 보면서 달렸다. 속력이 15km를 넘어서며 서로가 시야에서 수시로 벗어나며 각자의 라이딩을 하게 된다. 속력이 20km를 넘어서면 서로가 자전거 타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아들은 이제 20km를 어렵지 않게 넘기게 되었다. 아빠의 하나마나한 이야기도, 쓸데없이 진지한 이야기도 부드럽게 거절하며 사정권을 벗어난다. 멀어지는 아들의 자전거가 걱정보다는 아쉽고 대견하다. 이제는 아들이 자기만의 속력으로 달릴 수 있도록 거리를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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