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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잡이 JINI Jul 19. 2024

전라남도 영광, 사춘기 아들과 여행하기

전남영광 여행, 사춘기 아들과 대화하는 게 어려운 건, 저뿐일까요~

전라남도 영광에 청보리 목장이라는 한우목장의 사장님과 인연이 20년쯤 된 듯싶네요. 놀러 오라는 사장님의 사투리에 "꼭 들를게요"라는 약속을 몇 번이나 어기고, 큰 맘먹고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사춘기의 아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빠랑 전라남도 영광의 한우목장 여행 갈래? 맛있는 영광굴비 사줌"

"알았어, 근데~~, 내가 뭐 살게 있는데~"


'음~~ 조건을 건 여행을 하자는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데, 사줄게, 같이 가자"

"방송 녹음하는 마이크인데~"


'핸드폰을 보여주며, 마음에 드는 것 2개 중 하나를 선택해서 사달란다~'

'좀 비싸다~ 고민하는 흔적을 보이면 안 된다.'


"자세히 보고, 좋은 걸로 사자, 이왕 사는 거~"


결국, 성우를 꿈꾸는 아들의 조건, 방송용 마이크를 사주는 것으로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영광에 있는 한옥펜션을 예약하고, 여행 가기 전 날 마트에 가서 바비큐로 구워 먹을 삼겹살, 양고기와 미국산 프라임척아이롤, 시즈닝을 구매했습니다. 상추, 고추, 마늘과 함께 찌개용으로 먹을 알탕을 끓일 재료들도 구매했다. 잘 익은 김치를 넣고 이것저것 넣어 여행 준비를 마쳤습니다.



'운전 중 대화를 해 볼까 하고, 학교생활이며, 꿈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았는데 역시나 대꾸는 없네요~'

이어폰을 꽂은 귀만 보일 뿐...,

사춘기의 아들과 아빠는 대화할 일이 별로 없는 듯싶습니다.

일산에서 영광으로 드디어 출발, 대략 4시간 정도 걸린 듯싶습니다.


전라남도 영광 표지판


영광하면 영광굴비 정식을 안 먹을 순 없지요~

영광굴비 맛집, 목장 근처의 "법성포 굴비정식"으로 사장님이 안내해 주셔서 보리굴비, 고추장굴비, 굴비지리탕과 함께 전라도의 손맛이 깃들은 나물 반찬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 질문에 대답도 잘하고 하니, 조금은 마음이 놓이네요.


맛있는 집입니다. 내부는 전통한옥처럼 대화하면서 먹기 좋게 호실로 구분이 되어있습니다. 맛있게 먹느라 사진을 못 찍었네요.

법성포 굴비정식, 출처 한국관광공사

목장으로 향했습니다. 한우목장이란 생소한 여행주제에 관심을 가져 줄까?라는 걱정이 살짝 들긴 했습니다.

사춘기아들의 프라이버시는 중요하니,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습니다.


사춘기 아들이 처음에는 어색해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도 하네요. 한우의 사진을 찍고, 카카오톡으로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는 거 같습니다.


내 직무가 식품 MD이었다 보니, 전국의 목장을 정말 많이 방문하는 편이었습니다. "동물복지농장"을 추구하시는 사장님의 고집 때문인지 목장에서 자라는 소들은 행복해 보입니다. 예전에는 1년에 3~4번은 항상 방문하던 목장이었는데..., 직무가 바뀌고 4년 만의 방문이라 그런지 무척이나 새롭네요.


6만 평의 목장부지에 세월의 흔적이 뭍은 4개 동의 우사와 신규로 지은 4개 동의 우사에는 한우가 700두가 건강히, 평화롭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따듯해지면 방목시키려고 초지를 조성한 방목초지의 면적이 4만 평 수준 되는 듯싶습니다. 건강하게 자라는 송아지들을 방목할 때 와서 보면 평화로운 목장의 그림이 펼쳐지곤 하는 동물복지형 목장을 추구하시는 사장님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집니다.


목장의 규모가 크다 보니, 목장 내에 TMR사료공장도 있어 직접 사료를 만들어 주는 특별한 목장입니다.


사춘기 아들이 사장님께 이것저것 질문도 하고, 저한테도 말을 건네네요. 어차피 이 분야는 전공분야라 자세히 설명을 해주니 흥미를 보이네요. 잘 왔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심갖는 아들

사진 찍은 것을 카톡의 친구들에게 보냈더니,

친구들이 답장을 했는가 봅니다.


"그럼 거기서 우유 먹나?, 우유 아이스크림 먹는 거 아냐?"

"거기서 한우 구워 먹냐?"


살아있는 한우를 본 적이 없는 도시의 학생들이 물어볼 수 있는 수준의 질문이라 생각했습니다.


"젖소와 한우를 구분하지 못하는구나~, 목장과 식당을 착각하나?"

"그런가 봐~~, 친구들은 한우 기르는 걸 본 적이 없을 거니까, 하~하~하"


아들도 친구들의 질문이 재미있었는지 웃는다.

사장님도 재미있으신지 웃으신다.

사춘기 아들이 웃으니, 저도 웃음이 나네요~


한우목장에서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영광에 한옥펜션 단지가 있는데, 우리는 "숲쟁이 펜션"이라는 곳에서 숙박을 하기로 했습니다. 야외에서 바비큐를 할 수도 있고, 실내에서도 구워 먹을 수 있도록 방과 주방이 구분되어 있어 편리했습니다. 펜션에서 조그마한 어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가 보입니다. 풍경도 좋고, 조용해서 숙소는 잘 예약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라남도 영광 한옥 숲쟁이 펜션

추와 채소를 씻어서 준비하고, 불판을 준비하고, 알탕을 끓일 때쯤 사장님이 도착하셨습니다.

삼겹살, 양고기, 소고기의 순서로 구웠으며, 시즈닝을 뿌려 맛나게 구워 먹었고, 사장님도 맛있으시다 하니 기분이 좋네요. 특히나, 아들내미가 싫은 내색이 없어서, 이런 환경 속에서도 맛있게 잘 먹고, 자연스럽게 대화도 하니 마음이 편안하네요.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사춘기 아들이기 때문이겠지요~

사장님이 가시고, 씻고, 온돌에 이불을 깔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들은 핸드폰을 하느라, 조금 늦게 자는 듯싶네요~


영광 불교 도래지


영광이 백제시대의 불교 최초 도래지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2~3km 내에 있는 불교 최초 도래지까지 산책을 했습니다. 인도에서 온 불상도 있었습니다. 수염이 있는 불상은 처음 본 듯싶고, 상당히 남성적인 불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불상은 대부분 둥글둥글, 평온한, 약간은 여성적인 온화한 느낌인 것 같은데, 인도에서 온 불상은 차이가 확연히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수해안도로의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며, 사춘기 아들과 대화를 해본다.

역시, 게임 이야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본인의 꿈인 성우에 대해서도 잠깐잠깐 이야기를 한다.


아들의 꿈을 응원하기엔, 나 스스로가 너무 세속적인 걸까? 그냥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을 가주면 좋겠는데~, 뜻대로 되기는 쉽지 않을 듯싶네요. 어찌 되었든  "꿈이라는 것을 꾸는 아들"이 나름 좋네요.


백합죽 맛집 "영광 백수식당"

아침 겸 점심으로는 영광 현지인 맛집인 유명한 "영광 백수식당"이라는 식당에 백합죽을 먹으러 갔습니다.

전라도답게 밑반찬이 맛있습니다. 족발을 서비스로 주네요. 백합조개로 끓인 백합죽, 정말 맛있네요. 현지인이 아니면 모를 만한 허름한 옛날 건물로 들어가니, 손님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들도 생각보다 맛있게 잘 먹네요.


"아들, 맛 괜찮나~"

"어, 맛있네~"


사춘기 아들과 아빠의 대화는 항상 짧네요~

어쩌면 우리만 그런 것 일지도~



사장님과의 오래간만에 본 만남은 여기서 마무리했습니다. 다음에도 아들과 함께 또 놀러 오라 하신네요. 사장님의 따스한 미소를 뒤로하고 일산으로 다시 돌아오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어찌 되었건, 아들은 방송용 마이크를 얻었고, 나는 사춘기 아들과 여행을 할 수 있었으니

'그럼 됐다. 여행에서 꼭 무엇인가를 얻어가야 하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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