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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Dec 22. 2023

영화 <서울의 봄>이 욕먹고 있는 2가지 이유와 분석

이 영화에서 악역들만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는 점을 눈치채셨나요?

안녕하세요. 이전에 올렸던 <서울의 봄>리뷰들이 많은 사랑을 받아서 하나 더 준비했습니다. 오늘 알아볼 것은 <서울의 봄>이 욕먹는 이유 2가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악역만 쓰는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라는 점입니다. <서울의 봄>에서는 악역들만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합니다. 이에 반해 선역들은 서울 표준말을 구사하는데요. 그런데 정우성 배우님이 맡은 ‘이태신’역의 모티브인 ‘장태완’장군께서도 경상도 출신이라는 점, 알고 계셨나요?


하나회는 애초에 육군사관학교 내에서도 경상도 출신 동기들끼리 뭉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악역들로 분류되는 전두광, 노태건은 작품 내에서도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게 어쩌면 정확한 고증입니다. 그러나 이태신 장군의 모티브인 ‘장태완’장군께서도 경상북도 칠곡군, 오늘날 구미시가 되는 곳에서 태어나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의 봄>에서 정우성 배우님은 서울 표준어로 이태신을 연기합니다. 물론, 정우성 배우님이 경상도 사투리로 연기하는 걸 힘들어해서 감독님이 일부러 배제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이태신이 서울 표준어를 구사하는 바람에 악역들만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게 되었어요. 영화를 포함해 콘텐츠에서 캐릭터가 구사하는 말투나 어휘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아주 중요한 장치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사람들에게 선입견을 만들 수도 있어요.


가령, 노비 캐릭터가 영화에 나왔다고 가정합시다. 이 노비가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라고 서울말로 말할 것 같으신가요? 구수하고 친근한 사투리로 말할 것 같으시죠? 이처럼 말투가 주는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울의 봄>에서는 의도적으로 악역들만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게 설정함으로써 경상도 분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겁니다.  이는 자칫 지역감정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한국 영화에서는 <친구>를 포함해서 많은 조폭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이미 사용했기 때문에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투영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게 감독님이 의도적으로 경상도 사람들을 나쁘게 만들려고 한 것 같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작중에서 반란군 중장 한영구의 모티브가 당시 제1군단장이셨던 황영시 중장인데, 이분도 경상북도 영주 출신이셨어요. 그런데 안내상 배우님은 작중에서 서울말로 한영구를 연기합니다. 심지어 안내상 배우님은 대구 출신이세요. 그러니까 악역들 중에 경상도 사투리로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경상도 출신 역할을 맡았음에도 굳이 경상도 사투리가 아닌 서울말로 연기를 했다는 겁니다. 


제 추측인데, 감독님은 그냥 주요 악역들이 실제로 경상도 출신이니까 그건 고증을 따르되, 이태신 역을 맡은 정우성이 사투리 연기가 어색해서 서울말을 쓰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로 정우성 배우님은 <강철비>에서 북한 사투리로 연기할 때보다 <똥개>에서 경상도 사투리로 연기할 때가 더 어려웠다고 인터뷰한 적 있습니다.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8869) 


<서울의 봄>이 욕을 먹는 두 번째 이유는 과한 각색과 역사왜곡입니다.


물론, 영화는 어느 정도 각색이 필요합니다. 영화는 교육자료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일부 관람객들께서는 이 각색의 정도가 조금 편향적이고 지나치다고 비판합니다. 작중에서는 무수히 많은 총알을 쓰며 반란군과 진압군이 상당한 교전을 벌인 것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 12.12사태 동안 사망한 공식 사망자는 3명입니다. 부상자는 총 6명으로 모두 합쳐도 10명도 다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한 중간에 재가를 받으러 간 전두광을 포획할 뻔하다 진압군의 실수로 놓치게 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장태완 장군께서 마지막에 출동해서 반란군과 대치하는 걸로 나오는데, 실제 역사에서는 연병장에 모인 100여 명의 병력을 보고 출동을 포기하셨어요. 그런데 이런 건 모두 극중 긴장감을 주기 위해 넣은 허구입니다. 물론, 이런 각색 때문에 관람객들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겠지만 실제 역사와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역사왜곡 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역사 그대로 나왔으면 영화관에서 그렇게 재밌게 못 봤을 거 같아요. 재미가 없었으면 애초에 잊힐 뻔한 이 역사도 이 정도 이슈가 되지도 못했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마지막까지 땀을 쥐게끔 각색한 것에 감탄했습니다.


오늘은 영화 <서울의 봄>이 왜 욕을 먹는지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그리고 제 추리는 어떠신가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외에도 기회가 되면 경비단 전역자로서 <서울의 봄>을 보신 후에 즐길 수 있는 TMI들을 풀어보겠습니다. 궁금하신 점이나 더 알고 싶은 점, 영화를 보시고 느낀 점을 댓글로 남겨주신다면 다음 영상을 만들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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