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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Apr 23. 2023

쓰담쓰담

나의 카페2

하얀 눈이 쌓인 황량한 곳에 우두커니 지나가는 나그네를 위한 오두막이 생각난다.

어디선가 읽었던 글의 문구가 떠오르는 곳이네요.

나이 지긋하신 노신사가 포장된 작은 디저트 빵을 주문하며 그렇게 말했다.

아...오아시스같은 이라고 덧붙여 준다.

그리고는 가는길에 친구를 만날수도 있으니 한봉지를 더 달라고 한다.

나는  아무말 없이 500원 할인 창을 눌러 각각 할인된 금액으로 결제를 했다.

노인의 가냘픈 몸매와 보잘것 없어보인 행색을 안타까워 한것일까를 몇번 되뇌여 봤지만 그건 아닌것 같다.

설마 저 말에 매료된 것일까?

오두막!

 아무것도 없는 공사장 입구에 홀로 있는 작은 아파트 상가

아파트 주민보다 공사장 인부가 오히려 더 많은듯 보이는....

작업이 없는 주말이면 황량하기 그지없는 하지만 그 몇사람의 단골과 가끔 우연히 찾은 사람들의 옹달샘 같은 곳

다급히 뛰어들어와 화장실을 찾는 사람이 종종 있다.주변에 건물이 하나도 없어 볼일이 급해지면 참 황당 할 것 같다.

가끔은 미안해 하며 음료를 달라고 하지만 절반은 그냥 화장실만 이용 한다.

처음엔 그랬다.수도세 전기세 휴지값 달세.....


아파트엔 노인들이 더 많이산다.

아프고 몸이 불편하고 게다가 다들 당뇨가 있으시단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님이 없음에 지쳐서 남편이랑 투닥투닥 싸우게 되고 디저트는 안팔려서 절반을 폐기해야만 했다.

토스트를 팔다가 포기하고,크로플 종류를 늘이다 다시 줄이고 그러다 누군가 와서 케이크를 찾으면 또 케이크를 주문했다가 없앴다가 옥신각신

머릿속이 매일매일 장터마냥 시끄러웠다.


그러던 어느날 공사장에서 주민과 학생들을 위해 신호를 봐주시고 도로 교통을 정리하시는 일명 신호수 아저씨가 손님을 데리고 오셨다.

아저씨인줄 알았는데 모자와 마스크를 벗고 보니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다

본인은 72세라신다.

정말 몰랐다.매일 아침마다 보고 아이들 하교시간마다 뵈었지만 아저씨인줄 알았다.

일을 하다가도 간간이 맥주한캔을 하실정도로 술을 좋아 하신단다.

그래서 커피는 잘 모른다고 데리고 온 여성분에게 차를 사주고  입을 여셨다.

'조금만 기다려봐라 여기 곧 아파트 공사 들어오면 공사장 인부가 늘어 날거다.

요즘은 공사장 인부들도 세련되어 차도 마시고 간식으로 디저트도 먹더라.조금만 더 버텨봐라.

여기 아파트는 장사에 도움이 덜 될거다.'

'한동은 영구 아파트라 극빈층인데다가 몸이 아픈 사람들이라 바깥 출입조차 힘든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그나마 움직일수 있는 사람은 정신이 온전치 않는 경우가 많다고 후에 다시 찾아와 일러주었다.

그날은 몰랐었다.

데리고 온 여성분도 정신지체3급이라고....

취업을 시켜줄려고 봤더니 숫자를 헤아리기 조차 힘들어 한다고......그런분이 매일 인사를 너무 열심히 해서 그냥 차한잔 대접하고 싶었다고 그래서 데려왔다고.....


그리고는 그뒤로 매일 평일이면 외출후 그냥 자연스럽게 매일 차를 마셨다.

오늘은 고구마라떼,레몬에이드,모카라떼...늘 이건 뭐예요 저건뭐예요?그리고는 계산은 아저씨가 할거예요.

왜 아저씨는 차를 사주시는 걸까?

뻔뻔스러울 만치 매일을 그렇게 차를 마셨다.

나는 또 고민했다.그냥 이렇게 나는 그냥 차를 주면 되는걸까?


그쯤 부터 아저씨는 매일 매일 카페를 들러 이얘기 저얘기 공사장 소식을 전해 주시고 매일 손님을 데려왔다.하지만 문제는 아저씨가 늘 사주신다.

하루에 만원도 어떨땐 2만원도.....

괜찮다 하시면서 미안해서 뭐라도 챙겨드리면 안받으시다가 어떤날 빵이라도 챙겨드리면 그다음날 다른 걸 가지고 오셨다.


어느날 아침 먼저 출근한 아저씨가 등교길 아이들을 봐주시다 문을 여는 나를 보고 달려 오셨다.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손에 쥐어 주신다.

집에서 떡을 했는데 맛보라고 가져 왔다고 조금밖에 못가져왔다고

왈칵 정말 울뻔했다. 아침 출근길에 떡을 챙겨 내가 출근 할때까지 호주머니에 넣어두셨을걸 생각하니.....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너무너무 생각나고....

어떻게

어쩌면 이분은...어떻게 이렇게...이럴수 있는거지

그동안의 아픔들이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떠올랐다.

20년이 넘도록 뵈어온 시어머니는 나먹으라고 물한잔을 챙겨주신 적이 없는데 매번 본인 자식들 챙기느라 나에겐 명절날 일만 시키시는데....

그래서 그 손 마저 놓아 버렸는데

남들은 오죽할까 하며 벽을 치고 살았는데....

어쩌면.....그런 상처마저 어루만져 주시는 것 같아 그냥 눈물이 났다.

무뚝뚝하고 우직한 손이 괜찮다고 자꾸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괜찮아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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