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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선 Oct 18. 2023

훈제생선 요리

직접 잡은 생선

삼 일 전 세차게 몰아친 비바람 덕에 진흙탕 바다를 유지했던 터라 오늘 아침 만난 에메랄드색이 가득 섞인 푸른 바다가 놀랍게 신비롭다. 물결이 가라앉은 마냥 바다는 사진 속에서 정지된 느낌조차 들었다. 그 순간만큼은 어떤 미동도 눈에 띄지 않는다. 바닷가에 살아본 지 몇 달 밖에 되지 않아 그런 터였다. 눈부시게 비추는 햇살과 햇살 사이를 날아다니는 갈매기가 아름답게 느껴진 것은 나만이 아니었나 보다. 아침 산책을 하는 많은 이들이 걷다 말고 바다를 기분 좋게 바라보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은 바다에 나가야 해. 바다는 잔잔한데, 갈매기 떼가 엄청나."

"그럼 우리 잠깐 나갔다 오자!"

아침식사도 거른 차라 급하게 커피 두 잔을 테이크아웃을 한 뒤 보트를 끌고 부두로 나갔다.

마침 몇 달 전 사 둔 보트의 최종 점검을 마친 뒤였다. 마을이 가까이 보일 정도로 멀리 나가지 않았는데 피시 파인더에 엄청난 물고기 떼를 볼 수 있었다.

"와, 엄청난 뱅어 떼야. 뱅어 떼에 가려 큰 물고기는 보이지도 않아!"


아침식사 중인 고동빛 Muttonbird 새들이 물 위에 잔뜩 모여 있는 곳이었다. 모여있는 새들 사이에서 낚싯대를 던졌다가는 새를 건져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작은 새들 사이사이에 갈매기가 하늘에서부터 빠른 속도로 돌진한다. 금세 통통한 생선, 카화와이 한 마리를 물고는 눈앞에서 사라진다.

이럴 경우 작은 새들 사이에 낚싯대를 던지는 것이 쉽지 않아 가짜 미끼인 루어를 물속에 살짝 떨어뜨리고는 낮은 속도로 보트를 움직이는 트롤링낚시를 한다. 루어를 떨어뜨린 지 2분도 되지 않아 금세 걸려들었다. 미리 떨어뜨려 놓은 낚싯대를 모두 걷어 올리고, 보트의 엔진을 끈다. 물고기가 걸려든 하나의 낚싯대에 집중하여 잡아 올린다. 혹시나 하여 그물망을 낚인 생선을 공중으로 거의 올릴 때쯤 밑에 받쳐둔다. 결국 힘 좋은 카하와이는 낚싯바늘에서 튕겨 나와 내가 밑에 받쳐둔 그물망으로 떨어졌다. 톰슨 씨가 팔딱 거리는 물고기의 아가미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숨을 끊는다. 순간 터져 나오는 피방울들에 놀란 나는 뒷걸음친다. 빨간 피 때문에 낚시꾼들은 바닷 위나 물속에서 생선의 숨을 끊기도 한다. 건져 올리는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낚싯바늘에 걸려 있기 때문에 낚시 바늘을 빼내는 것도 기술을 요한다. 낚시 바늘이 물고기의 입 근처에 걸려 있다면 다행이지만 목구멍으로 들어가 있다면 도구를 이용해서 빼내야 한다. 숨통을 끊어도 몸통은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바다로 떨어뜨리기도 쉽다.

뉴질랜드의 10월 바다에는 봄 뱅어가 가득하여 뱅어를 잡아먹으러 온 카화와이들이 잔뜩 물 위쪽으로 몰려들었다. 지인들을 줄 요량으로 우리가 먹을 분량 외에 몇 마리 더 잡아 올렸다. 두 시간 만에 많은 생선을 잡았고, 바다에 넘쳐나는 물고기들을 두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생선요리이다. 밥과 반찬이 늘 준비되어 있는 한국과 달리 우리 집은 매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 생선을 잡았으니 당연히 생선요리가 메인이 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톰슨 씨는 소금기가 가득한 보트의 엔진은 물론 겉과 안을 깨끗한 물로 씻어냈다. 보트를 깨끗이 정리하고 나서 잡아 온 카하와이를 손질했다. 이웃들을 줄 생선은 비늘제거와 내장정리만 하고 횟감용과 남은 생선은 필렛을 떠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생선 두 마리 정도의 훈제는 내장정리 후 반을 갈라 펼쳐 요리하면 된다.  


훈제요리로 적합하다는 카화와이만 잡았다. 주메뉴는 훈제요리가 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두 마리는 훈제를 했고, 두 마리는 회를 떠서 먹었다. 고등엇과에 속하는 카화와이 생선은 회로 먹어도 비리지 않고 고소하며 쫄깃쫄깃하다. 사실 고등어라는 생각에 어떤 맛일지 걱정했었는데 그 어떤 회보다 식감이 좋고 맛있다고 느껴졌다. 물론 막 잡은 싱싱한 회였으니 말할 것도 없다.


뉴질랜드에서 종종 사용하던 훈제조리도구를 창고에서 꺼냈다. 가정용 훈제도구인지라 규모가 작다. 제일 먼저 준비할 것은 양념된 생선, 라이터, 향이 좋은 톱밥(chip wood), 철판, 집게, 장갑 정도이다. 훈제요리에는 콜드 스모킹과 핫 스모킹이 있다. 훈제도구 규모가 작고 핫 스모킹일 경우 조리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게 걸린다. 훈제를 하는 도구나 방법이 상황마다 다른데, 우리 집의 경우 바로 잡은 생선 두 마리를 요리하는 것이라 늘 제일 간단하고 빠른 방법인 핫 스모킹으로 한다.


훈제를 할 때 제일 중요한 양념을 좌우하는 것은 황설탕이다. 훈제를 하기 전에 시간을 두고 황설탕 양념을 생선위에 충분히 해주어야 한다. 굽는 데는 약 15-25분 정도로 짧게 걸려 금방 맛있고 따뜻한 생선요리를 먹을 수 있다. 양념이 생선에 잘 베어야 그만큼 더 맛있는 요리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 양념에 신경을 쓴다.

 

손질된 생선을 반으로 갈라 펼친 후 그 위에  후추와 소금을 앞과 뒤에 골고루 적당히 뿌린다. 훈제를 하면 짜게 느껴질 수 있으니 과한 소금은 좋지 않다. 일반 소금도 가능하지만 레몬솔트를 추천한다. 옵션으로 허브향을 좋아한다면 로즈마리 허브를 살짝 뿌려주는 것도 좋다. 제일 중요한 황설탕은 펼친 생선의 살 위에 골고루 빈틈없이 채워주고 설탕이 녹을 때까지 충분히 재운다. 양념이 어느 정도 녹아 흘러내렸을 때 양념물을 떠서 다시 생선 위에 올려주어도 좋겠다. 양념이 한 시간 이상 충분히 베었다면, 훈제요리 도구 안의 그릇에 불을 붙여 훈제를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훈제도구를 위에 올리고 톱밥이 깔린 철판을 넣는다. 톱밥은 태우는 것이 아니라 톱밥을 데워 그 향을 생선에 입히는 것이다. 톱밥 위 철판에 생선을 넣고 뚜껑을 닫은 후 20분 후 고기가 익었는지 확인하고 꺼내면 요리가 완성된다. 이미 양념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대로 먹으면 된다.

싱싱한 카화와이를 직접 잡아 기분이 좋은 오늘, 아이들과 맛있는 저녁식사까지 할 수 있는 바닷가 생활에 보너스점수가 추가가 되었다.


*Kahawai 카화와이: 고등어 과에 속하는 뉴질랜드 생선으로 봄과 여름철(9월-5월) 사이에 많이 잡힌다. 카레와 파이 등에 자주 이용 되며, 뉴질랜드에서는 훈제생선용으로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Muttonbird 머튼버드: 식용 조류 알려진 새. 바다에서 오징어나 새우등 해물을 잡아먹고, 육지에서 산다.

*Chip wood 톱밥: 생선을 훈제할 때 사용하는 톱밥은 사과, 체리, 마누카 나무 등 향이 좋은 것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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