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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울과 철학 Nov 18. 2021

신을 믿는 이유

나는 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신의 존재가 요청된다고 생각한다.

깊은 우울증을 몇 번 겪고 나서  알게 된 것은  세상사의  고비마다 중요한 선택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은  자신의 확률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일도  그 가능성이 영은  아니다. 그러한  사고방식을 우울증과 같은  질병으로  몸소    느껴본 사람이라면 결정을  내린다는  행위가 얼마나  무겁고 확신 없는 일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고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영위하기 위해  수많은  선택들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능성 때문에  선택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을까?

선택에 대한  확신도  필요하다. 이러한  확신이야 말로 자신감의 밑바탕이 된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모든  일은  가능성 투성이며  우리는  작은 일에서조차  스스로  확신을  얻을 수는 없다.

그래서 요청되는 것이  신의 존재이다. 신은  무한 자체로서 전지전능한 존재이다. 신이  존재하고  그의 말씀이  남아있다면  우리는  그의  뜻대로  행동하고  그  행동에서  만족감과 확신을 얻을 수 있다. 즉, 신은  우리가  행동하는 준칙이 되는 것이다. 그  준칙 안에서  모든 일은  신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이므로  우리는  결정 불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도덕도  신의  존재로부터 연유될       수 있다. 세세한  도덕칙의 목록들의  당위성은 그것들이  신이 원하시는 것이라는 점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준칙들과  내재된  사고방식을  생활철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우울증은  선택불가능성이라는  역경을  겪게 만들지만  생활철학은 온전히  자리잡게  해준다. 우울증을 겪고나서  그는  더 신중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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