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7월,
3D 애니메틱 작업이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프로덕션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외주사를 구하기 위해 몇몇 사이트에 공고를 올렸고 여러 스튜디오와 프리랜서분들이 메일을 보내주셨다. 그중 <언더 독>과 여러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작업 경험이 있는 원더스카이 스튜디오와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위의 이미지는 각 샷별로 디테일한 정보와 진행 과정을 정리한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감독은 물론 나중에 각 과정별로 참여하게 되는 작업자들이 진행 과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준다.
샷은 반드시 관객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해야 하는데 최소한 '정보'나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스프레드 시트에 코멘트 칸을 따로 만들어 각 샷마다 '이 샷이 작품에서 꼭 필요한 이유'를 적었다. 딱히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샷이기 때문에 과감히 없앴다. 샷이 필요한 이유를 적고 나면 자연스럽게 카메라의 레이아웃이 떠오른다. 아래 두 연속된 샷을 보자.
이 두 샷 전에 이미 관객들에게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는 아빠와 아들'이라는 정보를 전달이 되었다. 따라서 단순한 정보 전달하기보다는 권위적인 아빠와 소심한 아들 간의 관계와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넣은 샷이다. 그러한 이유로 첫 번째 샷은 아들의 나약하고 소심하고 작은 존재로 표현하기 위해 하이앵글을 사용했고, 두 번째 샷은 귄위적이고 위엄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로우앵글을 사용하여 감정을 극대화시켰다.
또한 추가로 앞선 샷에서 아빠와 아들이 소통하지 못하는 관계를 아빠의 눈이 안경에 가려 보이지 않게 표현했다면 이후 결말에는 같은 로우앵글이지만 손을 내미는 동작과 안경에 가려져 있던 아빠의 눈이 서서히 보이는 연출로 소통하는 관계로 변화되고 있음 보여주었다.
이러한 정보들은 처음부터 같이 작업을 하지 않는 한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애니메틱 릴이 있더라도 감독의 의도와 전혀 다른 작업물이 나오기 쉽다. 그렇기에 이 장면에서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최대한 자세하게 코멘트들을 남겨두어 나중에 작업에 참여하시는 작업자분들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좋다.
8 ~ 10월,
미국에 거주하고 있지만 애니메이팅은 한국에서 작업하게 되어 걱정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주로 카톡이나 메일을 주고받으며 일을 진행해야 했는데 과연 소통이 잘될지 걱정이었고 글로 피드백을 줬을 때 얼마큼 의도대로 작업이 나올지 감이 없던 상태였다. 코로나로 인해 원격 작업이 익숙해져 있던 상황이라 다행히 작업프로세스에 빠르게 적응하였고 구글 시트와 싱크스케치의 드로우오버 기능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큰 문제없이 애니메이팅 작업이 이루어졌다. 오히려 계속 작업해 오던 배경 모델링과 룩 디벨롭, 머리카락 우주 배경 작업이 생각보다 진행이 더뎌 고민할 거리가 많던 나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