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reddit 미국의 유명 커뮤니티에는 ‘Shower Thoughts’라는 게시판이 있다. 이 게시판엔 샤워하면서 생각한 것들을 적는 곳으로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한 엉뚱하면서도 참신하고 재밌는 글들이 많이 있다.
이처럼 우리는 누구나 샤워를 하면서 풀리지 않는 고민을 생각하거나 감정에 깊게 심취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고민이 생기거나 풀리지 않는 걱정이 생기면 샤워를 하곤 했다. 샤워를 하면서 정리가 되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명확해지고 해결책을 찾게 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머리카락 우주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 사람들이 샤워를 하면서 했던 고민이나 생각들이 머리카락에 새겨져 배수구로 떠내려가 생긴 고민의 세계 '
라는 세계관을 떠올렸다.
머리카락에 사람들의 고민이 새겨진다는 아이디어는 어릴 적 즐겨보던 애니메이션 <머털도사와 108 요괴>에서 머털이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 후~ 불면서 자신이 원하는 대상 말하면 변신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데 여기서 영향을 받아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문장으로 정리하고 시각적으로 고민의 세계는 어떻게 생겼을지 상상하다 보니 고민이 모이고 해결되는 세계이니 자연스럽게 우리 뇌의 뉴런 구조를 닮은 세계를 떠올렸다. 실처럼 복잡하게 엉켜있는 뉴런들의 구조가 머리카락이 엉켜있는 모습과 시각적으로도 유사했기에 딱 맞아떨어졌다.
이렇게 계속 상상해가며 다음과 같이 구체화시켜보며 문장으로 정리해 보았다.
1. 머리카락 우주는 고민의 세계이고 우리 뇌의 모습(뉴런들)과 닮아있다
2. 머리카락 우주는 물속과 유사한 유사 무중력 상태이다 (몸의 체중이 덜 느껴진다)
3. 뉴런들은 머리카락으로 이루어져 있고 다양한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염색 포함)
4. 뉴런의 전기자극처럼 머리카락으로 이루어진 기둥 사이로 화려한 색의 형광 빛들이 빠르게 움직인다
5. 머리카락 우주는 전 세계 모든 배수구와 연결되어 있고 크기는 우주처럼 무한하다
6. 머리카락에 새겨진 고민들은 나무의 열매처럼 기둥에서 자라나는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7. 이곳에 사는 털로 덮인 생명체는 고민이 잘 해결되게끔 이곳을 관리하며 산다.
8. 이 생명체는 사람들의 고민을 에너지화하여 생명을 유지한다
이렇게 계속 세계관을 구체화시키는 동시에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자료를 찾다 미국 워싱턴 ARTECHOUSE라는 곳에서 뉴런을 주제로 ‘뉴런의 삶’이란 전시회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관람객이 마치 우리 뇌 속에 들어가 구경하는 듯한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머리카락 우주>도 관객이 주인공과 함께 머릿속을 탐험하는듯한 기분이 들게끔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