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번째 에세이
단어수집의 매력
기록열풍 속
어떤 깨달음을 주고, 성찰을 만들어 내는 소위 표현력 쩌는 문장들을 수집한다는 사람이 꽤 되는 것으로 안다. 누구는 필사를 하기도 하고 스마트폰에 메모하고 사진도 찍고, 캡쳐도 하고 SNS에도 올리고 ...각자의 방법으로 문장을 모아두는 사람이 주위에만 해도 제법된다. 기억을 위해서 혹은 나중에 써먹으려고.
그런데 나는 문장보다는 어떤 단어, 어휘에 좀 더 무릎을 탁 치고 기억해두려고 하는데 왜냐하면 그것들이 훨씬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나도 문장들을 아껴 모았지만, 오래 두고 구경하기엔 좋았는데 짧은 기억력으로 대단한 문장들을 기억해서 활용도 하지 못할 뿐더러 내 상황에 맞지 않으면 응용하기가 영 어려워서 포기하게 되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단어는 얼마든지 입맛대로 막 구사할 수가 있어서 얼마나 유용한지.
얼마전에 어느 작가를 소개하는 글에서
‘이러저러한 풍문에도 아쌀하게 대중 앞에 당당하게 나선 ㅇㅇㅇ’
(역시나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아무리 찾아도 정확한 문장을 찾아낼 수 없고 그래서 출처도 밝히기 어려운 점 양해부탁 드립니다)의 문구를 보자마자 "아쌀하다"는 단어에서 주는 그 뉘앙스가 너무 칼칼하고 시원시원한 느낌이라 바로 구글에서 검색 후 나만의 단어로 저장을 해두었다. 검색해보니 일본어 '아싸리'가 어원이라는 추측이 있기는 하지만 제주도 방언으로 '깨끗하다'는 표현의 의미라고 한다. 흐리지 않고 개운한 것, 남은 것이나 자취가 전혀 없다는 의미로 그래서 사람에게 형용할 때에는 구김살이 없거나 떳떳하고 올바르다라는 뜻까지 가진 단어였다. (출처 국립국어원) 입에서 혀를 굴려 나오는 카랑카랑한 발음처럼 뜻마저 함께 매력적이였다. 저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뜻을 알았으니 다음 순서는 마치 원래 알던 단어처럼 태연하게 대화 속에서 구사하는 것이다,
'와 저 사람 뭔가 아쌀한데가 있어- 그렇지 않냐" 바로 이렇게. 어디든 갖다 붙일 수 있다.
'쓸모'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단어수집의 유용성은 또 있다.
누군가의 문장을 인용하는 일은 지적재산권에 위배 될 소지가 있어서 잘 기억한다고 한들 어디 기획서나, SNS, 책에라도 쓸라치면 반드시 출처를 달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단어는 얼마나 너그러운지,
남이 쓰던 단어를 여기저기 훔치고 베껴쓴다고 해도 암묵적으로 '단어정도는 괜찮지-' 의 정서가 깔려 있어 아무도 개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쪼잔하게 그런걸로 태클이냐-' 하고 당사자 역시 당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 나의 경험이 담긴 소중한 단어들을 가감없이 공유하고자 하니, 모두 다같이 죄의식 없이 마음껏 도용하시라. 그래서 여기저기 더 절묘하게 사용되기를 (브런치) 작가로서 희망한다. 희망에 희망을 더하자면 사실은 나도 타인의 마음 속에 담긴 단어 리스트와 그 속에 담긴 야무진 스토리를 알고싶다.
알고나서 당당히 훔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