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에게서도 배운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Q.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에게서도 배운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들이 내게 가르쳐준 교훈은 무엇이며,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더 단단하게 만들었나요?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게서 배운 지독한 교훈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 속에서 무리 지어 살면서 서로 소통하며 살아간다. 무리 생활에서는 가깝게는 가족, 학교, 직장, 결혼 등 여러 관계가 발생하며, 그 관계 속에서 갈등이 생길 때 우리는 큰 어려움을 겪는다.
돌이켜보면,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내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들의 존재 자체가 삶의 무게였지만, 그들의 날카로운 말과 시선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던진 쓰라린 교훈들은 결국 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들의 혹독한 가르침은 나를 벼랑 끝에 세웠지만, 결국 그 벼랑은 나를 더 멀리 도약하게 만드는 단단한 땅이 되어주었다.
첫 번째 교훈은 '멸시'가 최고의 동기 부여가 되었다는 것이다. 열네 살, 중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안일을 돕던 내게 한마디 말이 비수처럼 날아왔다. "쟤도 우리랑 같은 학년인데, 학교도 못 가고 저러고 있네." 그 손가락질과 멸시가 담긴 말은 가난이 주는 서러움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깨닫게 했다.
'어떻게 하면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은 꼬리를 물었고, 답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삼국지 속 제갈공명이 지혜로 난세를 헤쳐나가듯, 공부로 내 운명을 바꿀 수 있겠다는 깨달음이었다. 그것이 내가 공부에 몰두하게 된 첫 번째 계기였다. 주변 여건이 좋지 않을지라도, 공부에 몰두하는 데는 나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깨달음도 함께였다. 그리고 공부는 실제로 해보니 몇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그 첫째는 늘 나 자신을 잘 다스리는 것이었다. 상황이 힘들어도 목표점을 보고 달성할 때까지의 끈기와 지속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했다. 다행히 끈기와 목표에 대한 지속력은 높은 편이라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결국 그 멸시의 시선은 나를 원하는 학교와 꿈꾸던 무대로 이끌어준 가장 강력한 추진 연료가 되었다.
두 번째 교훈은 '콤플렉스'가 탐구의 시작이 된다는 점이었다. 공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의 일이다. 한 동료가 나를 가리키며 "촌에서 왔다, 촌스럽다"라고 말했다. 사실 촌에서 왔으니 촌이라고 한 것은 맞는 말이었지만, 뭔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때에도 불편한 감정이 들 때마다 외면하지 않고, 책을 파고들거나 사람들에게 물으며 답을 찾는 습관이 있었다.
왜 기분이 좋지 않은가의 답을 찾다 보니 '촌스럽다'는 것은 무엇이며,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 근본적인 질문은 나를 동서양 철학과 인문학의 세계로 이끌었다. 철학 공부는 자연스레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졌고, 이는 철학과 의학을 함께 아우르는 한의학으로 나를 이끄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세 번째 교훈: '가족'은 내가 마주해야 할 숙명적 스승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사람은 자녀이다. 직장에서 일을 할 때나 일 관계로 만난 사람들 때문에 힘든 일은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교차로에서 스치고 만난 사람들이다. 스치고 나면 다시 안 봐도 되는 것이다. 미칠 듯이 힘든 상황이 발생해도 '이 또한 지나간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라고 계속 되뇌곤 했었다. 문제는 가족이다. 가족과 결혼으로 인해 생기는 또 다른 가족들 때문에 생기는 갈등은 진짜 힘들었다. 그중 가장 힘든 사람은 역시 자녀다. 다른 가족들은 만남의 횟수를 줄이면 갈등이 더 나아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자녀와의 관계는 오롯이 내 책임이다. 나와 남편이 주 양육자이다. 자녀는 따라쟁이다. 매 순간 나를 금방 따라 한다. 그래서 말과 행동을 늘 조심해야 하고, 자녀는 내가 낳았지만 또 다른 인격체이며 만들어지고 있는 미완성 생명체다. 협상도 잘 안 되고 비합리적인 면도 있다. 어느 정도 합리성을 갖추고 독립하기까지 20년 이상 걸린다.
그 독립과 합리성을 위해 정말 많은 공부를 했다. 먹여야 하니 음식 연구도 심도 있게 했고, 공부도 시켜야 했기에 학년별, 과목별 공부법을 연구했고, 성장 시기에 따른 심리 변화에 맞춰 심리학도 공부를 했다. 친구를 사귀고 학교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대인관계에 대해 지도해야 해서 인간관계 공부도 심도 있게 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기 위해 경청하는 법, 말하는 법도 공부했고, 체력을 길러주기 위해 운동법도 공부했다. 스트레스받을 때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스트레스 관리법도 공부했다. 이처럼 아이들은 정말 많은 것들을 가르치러 오신 귀하신 스승님이시다. 아이들은 나를 특정한 분야가 아닌, '삶 전체'를 탐구하게 만든 유일한 존재다. 살아보니 외부의 적은 끊어낼 수 있지만, 가족은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다. 이들은 나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는 진정한 책임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었다.
마지막 교훈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는 진실이었다. 어려서부터 '착하게 지내라',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을 듣고 자랐었다. 그런데 막상 살다 보니 인간관계에서는 어릴 적 가르침이 통용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던 이 문제의 실마리는 심리학 책의 한 구절에서 찾았다. '열세 명이 있다면, 그중 열 명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고, 두 명은 당신을 좋아하며, 한 명은 당신을 싫어한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는 헛된 미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나를 싫어하거나 기분 나쁜 말을 했던 사람에게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나와 뜻을 같이하고 성장을 도모하는 사람들과 사적인 시간을 할애하며 관계의 질을 높이고 있다.
이제 나는 안다. 당시에는 죽을 것처럼 힘들었지만, 나를 흔든 그 모든 말들이 사실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귀한 숫돌이었음을. 그 상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음을. 누군가 내게 또다시 날카로운 말을 던진다 해도, 나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다. 오히려 '만족할 만한 답을 찾을 때까지, 이번에는 이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차례인가?' 하고 조용히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뿐이다. 그렇게 얻은 통찰은 나를 헛된 감정에 소모되지 않게 하고, 오직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로만 활용하게 만든다. 이런 경험들은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면서 내 속에 분노를 쌓는 대신,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에 집중하게 한다. 이처럼 과거의 힘든 경험이 현재의 나를 행동하는 '실용적인 낙관주의자'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과거의 여러 고난들에 대해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사한다. 나를 괴롭혔던 모든 시련이야말로, 예측 불가능한 세상을 당당히 걸어 나갈 수 있는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나를 만나는 시간 9]
Q. 올 한 해를 돌아볼 때, 내가 가장 크게 배운 삶의 교훈은 무엇인가요? 그 깨달음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리고 그 지혜를 누군가에게 전한다면 어떤 말로 전하고 싶은지 써보세요.
질문은 나를 성장하게 합니다. 성장은 어제와는 조금 나은 존재가 되는 과정입니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질문 수요일, 토요일에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