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지금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까지,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은 '자존심'이었다. 가난으로 인해 무시당했던 경험은 깊은 상처로 남았다.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아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삼국지의 유비가 시골 촌구석의 제갈공명을 삼고초려하는 장면에 감명받아 '나도 공부를 하면 무시받지 않겠구나'라고 어린 마음에 생각했다. 뒤돌아보지 않고 주경야독이 딱 맞는 생활을 하며 공부에 매진했다. 학교에 다녀와서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동안, 내 마음의 무게는 조금씩 힘을 얻었다.
아버지가 고등학교까지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돌아가신 후, 다행히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때는 야간대학이라도 진학하고 싶었고,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취직해야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다행히 상고 졸업 직후 조폐공사 공채에 합격하여 목표한 성공을 이루었다.
취직하고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되었다. 그렇게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동료의 아주 작은 평가로 시작된 인간관계 고민 때문에 철학과 종교 서적에 기웃거렸다. 그 흐름이 나를 한의대까지 데려다주었다.
결혼을 하고 자녀가 태어난 후부터는 가장 소중하게 지키고 싶은 것이 '나의 두 아이들'이 되었다. 아이들처럼 불완전한 존재를 세상에 데려온 사람으로서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스무 살까지 다방면에 걸쳐 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나와 남편만 바라보는 소중하지만 미완성의 인격체, 그러나 나와는 다른 존재! 내가 아무리 힘들고 아파도 자녀가 1순위였다. 아이들을 위해 못 한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바쳤다.
아이들 둘 다 성인이 되어 나의 보호가 거의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독립을 이루고 자기 삶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비로소 멈춰 섰다. 그리고 조용히 내게 다시 질문한다.
"너는 앞으로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어?”
오랜 세월 가족과 일, 공부라는 이름의 책임 속에 살았던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지금 내가 가장 소중하게 지키고 싶은 것은 바로 '나의 자유'이다. 내 안에 가득 차 있던 일, 가족, 타인, 책임감 등을 비우고 나 자신으로 채우고 싶다. 거기에 누구의 시선에도 매이지 않는 마음,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억지로 일어나 몸을 혹사시키지 않는 삶을 갖고 싶다.
무위자연처럼 억지로 만들지 않고 부드럽게 흘러가며 살아가는 자유.
그래서 오늘도 몸과 마음의 욕심을 비우고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무게가 가벼워지면 바람처럼 자유로워질 것이다. 아직 그 자유의 결은 온전히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삶에 대한 욕심을 비우면 자유로워질 것이라 확신한다. 세상 떠날 때 미련이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요근래 의도적으로 타인의 시선을 덜 의식하고, 뭔가를 할 때 완벽하려고 하는 마음은 점차 비워가고 있다. 평생 해오던 관성이 있어 쉽지는 않다. 그러나 늘 그렇듯 노력하는 중이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감사한 느낌이 드는 그런 하루를 만들고 있다. 평안한 마음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하루—그런 하루가 점점 늘어가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큰 자유이다. 그렇게 가볍지만 걸림이 없는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일—
그것이 지금 내가 가장 소중하게 지키고 싶은 나의 자유다.
[나를 만나는 시간 12]
Q. “해야 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삶으로 건너가는 길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질문은 나를 성장하게 합니다. 성장은 어제와는 조금 나은 존재가 되는 과정입니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질문 매주 수요일 토요일에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