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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시간 13]

Q.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by 연하


1. 나는 왜 멈출 수 없는 삶을 살았나


내 삶의 중반부까지는 '책임감'과 '완벽성'이라는 엔진으로 작동했다. 14세 이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좋지 못했던 현실은 나에게 '성공해야 한다'는 강력한 마인드를 가속도로 붙여줬다. 삶의 답안지는 늘 단답식 정답 찾기 같은 것이라고 믿었다. 정답을 맞히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면 미친 듯이 몰입했다. 하나를 성취하면 곧바로 다음 과제를 찾아 나섰다. 실패는 있을 수 없었다. 실패란 곧 중단이었고 나는 목표 달성이라는 단어에 내 평생의 노력을 걸었다.

거기에는 아쉽게도 멈추는 법!이라는 법조 안은 없었다.

실패를 마주하면 원인을 분석하며 성공할 때까지 다시 달렸다.

그 과정은 나에게 엄청난 성취감과 충족감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멈춤 없이 달리는 것, 끊임없이 성취하는 것이 나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믿었다. 내리막길이라도 자전거는 멈출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나는 계속 가속이 붙은 채로 쭉 전진했다.


이 강박은 건강마저 후순위로 밀어냈다. 이미 20대 후반부터 과로로 인한 간 질환을 앓아왔다. 그런데도 "별일 아니야, 이 정도면 괜찮아, 할 수 있어"라며 계속 전진했다. 피로가 몰려와도 그때그때 치료하고 약을 복용하고, 자투리 시간에 그날 필요한 공부를 하고 설거지하는 틈에 강의를 들었다. 심지어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플 때도 글자에 집중했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 대가를 지금 혹독하게 겪고 있다. 어느 날 몸이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듯 명확한 신호를 보내왔다. '이제는 멈춰라'.


2. 고독한 구도자가 발견한 '일 중독'의 실체

돌아보면 아무도 나를 그렇게 몰아세우지 않았다. 스스로 만들어낸 목표에 대한 달성이라는 강박에 이끌려 쉼 없이 질주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 삶은 목표 성취 이외에는 재미가 없었다. 즐기기보다는 억지로 ‘견디는 삶'에 가까웠다. 유일한 취미는 독서뿐이었지만 지금 와 생각하면 그마저도'미래 성장에 필요한 지식을 쌓는 노동’이었다. 순수한 즐거움이 아닌, 성장이라는 목표가 깔려 있던 것이다. 이것을 두고 일 중독이라고 하는 것이 분명하다.


지금 관객석에 앉아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듯 지극히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선으로 과거를 바라보고 있다. 324페이지에 달하는 '자기 역사 쓰기'와 ‘아이캔 대학에서의 공부’, 그리고 ‘91일간의 나에게 질문하는 여행’을 통해 조금씩 나를 이해하고 알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나는 늘 무언가에 예속되어 있었다.

일, 가족, 심지어 '공부'라는 굴레 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했었다. 50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그런 깨달음을 얻고, 나를 묶고 있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다. 나의 변화는 가족과의 대화 방식을 바꾸어놓았다. 과거처럼 미안함에 주저하지 않고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이 내가 과거의 나에게서 얻은 가장 절실한 교훈이다.


3. 나는 '무위자연'의 삶을 완성한다

이제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삶이다. 이는 조급함 대신 여유를, 성과 대신 균형을, 불안 대신 나다움을 선택할 수 있는 삶이다. 자연스러움, 여유, 균형 등은 성과와 관계없이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가치다. 그런 나에게 칭찬할 수 있는 것도 내 마음의 여유이다.

그런 마음이 나를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상태로 인도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힘주지 않는 삶, 욕심을 비우고,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하여 걸림 없이 사는 삶이다.


나는 여전히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다. "이만하면 충분해, 천천히 가도 괜찮아". 지금까지의 관성은 여전히 나를 재촉한다. 그러나 나는 오뚝이가 벌떡 일어나듯 뇌 속에 '천천히'를 장전하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


나는 앞으로도 일하고, 공부하고, 글을 쓰고,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소통을 할 것이다. 그것은 나의 기본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성취와 성공을 위함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고자 한다.


지금은 AI 습득을 위해 공부 중이다.

예전엔 성취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 달렸다면 지금은 AI 기술과 소통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나에게 큰 즐거움이 되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마음의 비움’을 통해 자유를 얻을 것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 이유 없이 감사함을 느낄 수 있도록 순간을 더 많이 경험하고 싶다.

삶은 늘 오늘이다.

오늘은 어제 계획한 대로 슬슬 걷다가,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예전처럼 나를 자책하지 않을 것이다. 그 순간 '이럴 때도 있지!'라고 말하며 그 자리에서 심호흡을 하고 다시 걸을 것이다.

계획이 틀어진 순간에도 나를 포용하는 선택, 그것이 진정한 자유다. 그렇게 살다가 세상 떠나는 날을 미련 없이 맞이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선택하고 걸어갈 진정한 나의 자유 선언이다.


[나를 만나는 시간 14]


Q. 지금 내 삶에서 꼭 내려놓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질문은 나를 성장하게 합니다. 성장은 어제와는 조금 나은 존재가 되는 과정입니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질문 매주 수요일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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