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카페 키스톤스피시즈, 한강 윤슬 산책
2022년 첫 글이다. 첫 글을 여름에 쓴다.
이 게으른 사람.
심지어 장마 기간이 시작 됐다.
딸기도 배추도 철이 있듯이, 장마철은
게으른 감성쟁이에게 좋은 글철인가보다.
사실 좋은 철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쓰는 시기이다.
글을 씀으로써 제습기를 돌리지 않으면
속에 곰팡이가 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블로그를 열고 보니, 작년 여름부터
올리지 않은 사진이 밀렸다.
작년 여름부터의 숙제를 풀어나가기엔
이 게으름뱅이를 움직일 원동력이 부족하다.
원동력, 일은 돈 때문에 한다지만 글은? 고독사하지 않으려고 쓰나 보다.
부족한 예산으로라도 남은 사진을 써먹기 위한 방책은,
시간 순서에 관계 없이 끌리는대로 쓰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 이불을 개어 넣고 에어컨을 틀기까지의 시간을 압축해서 내 하고싶은 대로 쓰기로 했다.
한동안 사랑에 빠졌던 키스톤스피시즈 카페.
눈 온 뒤의 맑은 겨울 아침은 그만큼 맑은 감탄사를 자아낸다.
남양주의 한겨울 숲을 가까이서, 자주 볼 수 있어서 벅찬 때였다.
아침에 가면, 나무사이로 빛나는
해를 맞이할 수 있다.
날이 풀리면 한강 윤슬을 찍으리라 다짐하면서
남양주에서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자주 구리한강공원을 찾았다.
겨울은 겨울이더라.
지하철 7호선 2호선으로 지나가면서 멀찍이서 한강의 얼음을 본 적은 많았지만
가까이서 꽁꽁 언 한강을 마주하는 것은 아마도 처음이었다.
겨울을 난 나무들이, 부지런히 꽃봉오리를
준비하는 모습.
키스톤스피시즈에서 보내던 시간이 참 감사했다.
겨울을 지내는 숲, 봄이 오는 순간의 숲의 면면을
자세히 바라보고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겨우내 덮여 있던 낙엽 더미의 아래로
여린 싹들이 돋고 있었다.
이 때가 3월 5일이었다.
카페 키스톤의 뒤뜰 산은 서향-북서향에 가깝기에
봄이 더 천천히 찾아오는 듯 보였다.
글을 쓰는 현재는 6월 마지막 주.
한여름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돌아보니,
시간이 가며 숲이 변하는 모습은 참 신비롭다.
시간이 참 빠르다.
사진에 담긴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도,
여름이 된 지금은 벌써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겠지.
봄은 눈부시다.
어딘가에 부딪혀 반짝이는 햇살을 여유롭게 바라볼 만큼
따뜻해진 날씨 때문인가.
설레이는 마음의 이유를 찾고 싶은
유죄추정의 원칙 때문인가.
꽃피는 봄과 우울한 장마철은
이불킥 할 만한 헛소리를 유발한다.
봄은 눈부시다!
4월, 사진은 늦봄으로 건너 뛴다.
올림픽공원의 잔디가 파릇파릇한 새 옷을 입었다.
언제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낡은 이파리를 걸쳤었는지 잊은 마냥
사람들의 표정이 가볍고 경쾌해졌다.
5월이 되면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느슨해졌다.
2020년 초부터 삶을 옥죄어 왔던 코로나의 가스라이팅으로 부터
드디어 해방되는 듯, 새 삶의 기분마져 느껴진다.
2년간 정말 지긋지긋 했다.
시간이 흘러 이 마저도 잊고 지냈으면 좋겠다.
에어컨을 틀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꿉꿉해지는 것은 날씨 뿐만 아니었다.
제습기에 쌓인 물을 버리고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와야 했다.
2022년의 상반기를 얼기설기 지나 왔다.
글머리 말처럼 겨울부터 여름의 초입까지 나는 눈을 깜빡였을 뿐이었다.
고마운 일보다 미안한 일이 많이 기억 된다.
아쉬운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이 여름동안, 조금 더 제습기를 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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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기종 : SONY A6400 / SONY SELP1810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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