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2020년 12월 31일 둘째 봄봄이가 태어났다.
임신 30주 5일 만에 1602g으로 태어나버렸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신랑도 출근을 하고 첫째도 등원을 하고 하루가 시작되었다. 집안 청소를 하다 멍하니 있다 그렇게 반복하던 중 그날 오후 중환자실 간호사님 전화가 왔다. 이제 봄봄이가 기관절개 부위를 매일 소독해야 하는데 그 중 ‘튜브가드’와 ‘기관절개관 목끈’이 필요하다며 내일 의료기상에서 구입해서 오면 된다고 하였다. 내일 아침 일찍 가겠다고 했다. 튜브가드가 뭔지 목끈은 또 뭔지... 일단 메모해두었다.
4월 13일 오전, 첫째 등원 후 바로 병원으로 갔다. 서울대학교병원 앞 의료기상 가게를 가서 메모해둔 튜브가드와 목끈을 달라고 했다.
- 환자 나이가 어떻게 돼요?
- 3kg 대 아기예요..
- 아...니큐에 있어요?
- 아니오 소아중환자실이요..
- 중환자실 앞에 엄마랑 엄마 있을 텐데.. 서로 아세요?
- 네? 저기 어제 수술을 해서.. 제가 잘...
울어버렸다...
사장님이랑 얘기하다 그냥 울었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사장님도 당황하셨겠지만 정말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면서 어서 애기 보러 가보라고 하셨다. 소아중환실에 도착할 때까지 눈물이 계속 흘렀다. 중환자실 앞 벨을 누르고 봄봄이 보호자인데 물품 가지고 왔다고 하니 간호사님이 나오셨다. 물품을 전달하면서 사진 좀 부탁한다고 핸드폰을 드렸다. 잠시 후 간호사님이 다시 나오셔서 핸드폰을 주시면서 아직 어제의 상태와 치료가 별로 달라진 건 없었다고 한다. 주치의 선생님이 따로 전화를 하실 거라 하셨다.
집에 돌아와 전화만 기다렸다. 핸드폰 벨이 울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 하지만 저녁이 다 되어 가도 전화가 없었다. 내가 먼저 해볼까...를 몇 번이고 망설였다.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전화가 왔다. 치료 경과를 더 보고 전화드린다고 늦었다고 하였다. 제일 먼저 난 그날 교수님이 심정지가 6분 정도라고 하던데 정확히 어떻게 된 상황이었는지 물어봤다.
- ... 심정지가 완전히 있지는 않았지만 산소포화도가 0으로 떨어졌고, 심박수도 거의 없는 상태였어요. 그 상태에서 숨 쉬게 도와주는 약 써가며 6분은 아니고 8분 정도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습니다.
아... 8분..
- 제가 찾아봤는데 6분 이상이면 뇌 손상이 확실하다고 하는데...
- 어머님 아기들은 몰라요... 어른들보다 강해요..
# 어제부터 뇌 붙기 빠지는 스테로이드제와 이뇨제 사용
# 뇌 초음파 시행했는데 특별한 손상은 없고, 출혈도 없음- 그러나 뇌 손상 여부는 뇌 MRI를 찍어봐야 정확함
# 오전에 산소포화도, 심박수, 혈압이 다 떨어졌음
# 손이 좀 떨리는 게 경련이 의심됨
# 심초음파를 시행하였는데 별다른 이상 없고 태어날 때 있던 심방 결손 구멍은 다행히 닫혀있는 거 확인
- 되도록 매일 전화드릴 테니 너무 걱정 말고 있으세요...
- 감사합니다.
주치의 선생님이 안심을 시켜주셨지만 심폐소생술 8분... 경련의심... 안 좋은 증상만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4월 14일 수요일
# CPR 후 예후를 보는 수치가 있는데 정상 범위 안에 들었음
# 입거품, 힘주기, 혈압 및 심박수 높음. 이런 것들이 뇌 손상으로 인한 경련 가능성이 있어서 어젯밤부터 오전까지 뇌파를 신경과 교수님께 보여드렸는데 뇌파상 경련 가능성 없다는 소견. 그래도 경련은 염두에 두고 있음.
# 안과 검진을 하였는데 뇌압이 올라간 소견은 없음
# 호흡이 많이 돌아와서 스스로 숨을 쉼, 호흡보조를 매우 낮은 단계로 하고 있음 조만간 호흡기 뗄 예정
# 내일 CPR 예후 수치를 한 번 더 측정해볼 예정
4월 15일 목요일
# CPR 후 예후 수치 괜찮음
# 재우는 약을 많이 쓰는데도 깨는 경향 - 경련이 아니라고 해도 의심이 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 향경련제 당분간 유지, 재우는 약 끊고 지켜볼 예정
# 기관절개술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가 있는지 이비인후과에 요청-내일이나 월요일 볼 예정
# 뇌 MRI 월요일 예정
4월 16일 금요일
# 재우는 약 줄여서 잠에서 깨었음
# 팔다리 아등바등, 입 쩝쩝, 경련의심 증상 있어서 향경련제 사용 유지
# 혈압이 계속 높아서 뇌압이 높아져서 그럴 가능성으로 뇌 초음파 촬영해보았으나 뇌압이 높아지진 않았음. 추후 다시 확인 예정이고 뇌 MRI 찍을 때까지 뇌압 약 사용
# 콩팥 간 검사 - 이번에 소아 중환자실에 내려가기 전 신장 쪽이 문제가 있었다고 했었음, 그것이 기능적 문제인지 아이가 힘들어서 일시적인 문제인지 검사할 예정이었는데 이번 소아 중환자실에서 검사해보니 특별히 나빠 보이지는 않음
4월 17일 토요일
# 재우는 약 줄여서 깨어있는 상태, 호흡기도 가장 낮은 단계인데도 호흡 잘하고 있음
# 콧줄로 조금씩 수유하고 있음
# 혈압이 계속 높아서 혈압약 복용 중
4월 18일 일요일
# 특별한 검사는 없고 어제랑 비슷한 상태
# 뇌 MRI를 찍어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지는 신기할 정도로 잘 지내고 있음
우리 봄봄이 파이팅!! 걱정마 엄마가 항상 기다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