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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봄봄 Dec 07. 2021

고마워...

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2020년 12월 31일 둘째 봄봄이가 태어났다.

임신 30주 5일 만에 1602g으로 태어나버렸다.      


4월 19일 월요일, 드디어 뇌 MRI를 찍는 날이다. 정말 길고 긴 일주일이 지났다. 원래는 갑자기 찍는 것이라 예약을 못잡아 오늘 저녁 늦게나 찍을 수 있다고 했는데 주치의 선생님이 봄봄이 상태도 안정되었고, 빨리 결과를 보고 싶다고 하여 오늘 되는 시간, 비는 시간이 있으면 빨리 찍었으면 하신다고 하였다. 그래서 시간이 언제가 될지 몰라 MRI 찍기 1시간 전 즈음해서 알려 줄 수 있다고 했다. MRI 찍으러 가고 오는 사이 봄봄이를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오후 12시가 지나서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오후 2시 정도에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였다. 그래서 오후 1시쯤 집에서 출발하여 1시 반이 좀 지나서 병원에 도착했다. 친정엄마도 외출하셨다가 봄봄이가 보고 싶다며 뒤따라 오셨다. 2시가 넘어서 다시 물어보니 3시로 미뤄졌다고 했다. 정말 병원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뭐 이제 1시간쯤이 기다리는 것도 일도 아니었다. 그때 마침 중환자실로 들어가던 봄봄이 중환자실 담당 교수님을 만났다.      


교수님이 봄봄이는 정말 잘 지내고 있다고 하였다. 오늘 뇌 MRI를 찍어봐야 정확하겠지만 지금까지의 검사들, 예후들 모두 신기할 정도로 괜찮아서 아마 오늘 뇌 MRI도 괜찮을 것 같은 예상을 한다고 했다. 친정엄마가 교수님께 그냥 우리 안심시켜주려고 하는 말 아니냐고 묻자, 이렇게 말하는 건 어느 정도 수치나 상태 등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책임감 있게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다.      


친정엄마는 봄봄이가 두 달이 넘도록 중환자실과 병실을 왔다갔다하고 결국에는 기관절개술에 심폐소생술까지 한 것에 병원과 의사들에게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 물론 친정엄마뿐만 아니라 나와 신랑도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것에 화도 나고 원망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결국 봄봄이를 치료해 줄 곳이고 사람들이기에 원망 섞인 말은 했었지만 화는 내지 못했다. 그러나 한 성격하시는 우리 엄마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비슷하게 따지듯 물어보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에 최고의 의사들이 애를 이렇게밖에 치료를 못하느냐 교수님이 잘못하신 건 아니지만 애를 여기 보내고 저기 보내고 치료시기를 놓쳐서 애가 저 지경까지 온 거 아니냐... 난 말리는 척했지만 엄마가 틀린 말 하는 건 아니라서... 난 봄봄이를 계속 맡겨야 하는 입장에서 하지 못했던 말을 엄마가 다해주고 있어서 엄마 그만해 말하면서도 속이 시원했다.      


교수님은 봄봄이가 나중에 노벨상을 받을 아이였는데 이번 일로 못 받게 되는 일은 있을 수 있어도 살아가는데 자라는데 다른 보통 아이들과 다를 게 없을 것 이라며 재치있게 말을 해주셨다. 지금까지 의사선생님들 많이 고생하시는 건 알고 있었지만 원망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으니 원망도 화도 더 이상 나지 않았다.           


3시가 되어도 아직 검사하러 갈 기미가 안 보이자 친정엄마는 애들 하원할 시간이 다가와서 먼저 집으로 돌아가셨다. 3시 반 정도 되어서야 봄봄이가 뇌 MRI를 찍으러 중환자실에서 나왔다. 하... 봄봄아... 일주일 만이었다.           

일주일 동안 사진으로 봤을 때 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피부가 좀 안 좋아진 거 빼놓고(지금 피부가 문제는 아니니까) 나와 눈도 맞추고 좋아 보였다. 뇌 MRI를 찍고 봄봄이는 다시 소아 중환자실로 들어가는데... 곧 다시 만날 예감이 들어서 그런지 울긴 울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내일쯤 정확한 결과가 나오면 전화를 주신다고 하였다. 일주일을 기다렸는데... 하루쯤이야...      

     

4월 20일 화요일, 아침부터 계속 전화만 기다렸다. 결과가 나왔을 법한데도 오후가 되어서도 전화가 없어서 답답했다. 이번에는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지만 하필 주치의 선생님이 다른 환자 검사하는데 가셨다는 것이었다. 저녁까지 기다리다가 다시 전화를 했다. 주치의 선생님은 많이 기다리셨을 텐데 오늘 계속 바빠서 전화를 빨리 못 드려 죄송하다고 하였다.      

     

# MRI 상 문제 소견 없음. 저산소 손상이라고 머리 앞쪽에 산소가 종종 비어있는 게 보이는데 이 정도는 아기들에게 종종 있는 정상 범위임

# 부종을 막기 위해 탈수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제 수액으로 영양을 주고 있음

# 눈도 맞추고 잘 웃음

# 항경련제는 현재 주사로 주다가 곧 입으로 줄 예정이고 2~3주 후에 경과보고 끊을 예정

# 오늘 호흡기 다 뗐음

# 신장 초음파도 다시 찍었는데 이상 없음 

# 콧줄로 분유 10cc 주고 있는데 15cc로 늘릴 예정  


      


하느님 감사합니다. 정말 착하게 살겠습니다.      


정말 우리 봄봄이 대단한 것 같다. 정말 대단하다. 나보다 훨씬 훨씬 낫다. 대단한 딸을 뒀다.  미친듯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전화를 끊고 신랑이랑 나는 진짜 진짜 기뻤다. 나는 기뻐서 울었다. 첫째가 엄마 왜 울어라고 물어봤다. 첫째 손을 잡고 방방 뛰며 빙글빙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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