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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봄봄 Dec 28. 2021

욕심을 내려놔야 한다.

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우리 아이는 결국 태어난 지 103일, 교정일 38일에 기관절개술을 했다..     

     

2020년 12월 31일 둘째 봄봄이가 태어났다.     

임신 30주 5일 만에 1602g으로 태어나버렸다.


4월 27일 오전 10시 30분 봄봄이가 수술방에 들어갔다. 문 앞에서 잠깐 기도를 하고 병실로 다시 올라가 병실 청소를 했다. 봄봄이가 없을 때 깨끗이 해두려고 시트부터 새로 갈고 병실 안을 40분 정도 소독을 하면서 청소를 하고 다시 수술실 앞에 갔다. 앞에서 20분 정도를 더 기다리니 수술 끝났다고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라는 전화가 왔고 지금 회복실로 이동했다는 문자가 왔다. 앞에서 기다리니 교수님이 나오셨다.      

     

# 수술실에 들어가서 기도를 다시 보니까 저번에 풍선 시술도 같이 해서 기도를 다시 넓혔는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서 좁아져 있었다. 아기들은 오히려 회복력이 빠르기 때문에 풍선으로 넓혀놔도 다시 되돌아가는 경우가 있는데 봄봄이가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시 넓히지 않고 더 이상 좁아지지 않고 염증이 가라앉는 처치만 하고 나왔다. 3개월 뒤에 수술실에서 다시 보고 다음에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 그래도 아기들은 커가면서 기도도 넓어지니... 3개월 뒤에 다시 보도록 하죠.     

     

빨리 기도가 넓어져서 캐뉼라를 빨리 빼고 싶은 건 욕심이었을까. 기도가 조금이라도 넓어졌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은 안 했지만 정말 봄봄이가 기적적으로 이번에 수술실에 들어가서 기도가 넓어져 있어서 캐뉼라를 빼는 그런 상상을 했었다. 정말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더니... 그래... 천천히 더 기다리자... 불과 뇌 MRI 찍기 전까지는 살려만 달라고 뇌만 아무 이상 없게 해달라고 기도해 놓고...     

     

회복실 앞에서 한참을 기다린 뒤 봄봄이가 나왔다. 눈도 떠있었다. 정말 대견하다. 회복실에서 건강하게 나오다니... 그래... 이것만도 감사해야 한다.     

     

저녁 회진 때 호흡알레르기과 교수님이 이비인후과 교수님께도 들었겠지만 이번에는 기도가 넓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봄봄이는 잘 해왔으니 기다려보자고 하셨다. 그럼 이제 봄봄이는 분유량을 늘려보자고 하셨다. 분유 3시간마다 80cc 먹고, 그중 20cc는 입으로 먹는 연습하자 하였다.      

     

주치의 선생님이 오셔서 봄봄이 이제 수액도 안 맞아도 되니 중심정맥관 제거하고 내일은 24시간 심전도 검사 홀터 검사 한번 해보자고 하셨다. 심전도 기계를 붙여서 하루 24시간 동안 생활 중 심장을 상태를 검사하는 것인데 나도 예전에 해본 적 있어서 조금 불편한 것은 있지만 아픈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알겠다고 하였다.      

     


4월 28일 오전 교육간호사님이 다시 오셨다. 오늘은 캐뉼라 교체 공부하고 인형에다 소독과 교체해보자고 하셨다.      

     

# 캐뉼라 교체     

     

- 교체는 보통 7일마다 또는 응급상황 시 교체를 한다.     

- 준비물     

캐뉼라(3.5 portex), 캐뉼라 한 단계 작은 사이즈(3.0, 위급상황 시 필요), 목끈(미리 사이즈에 맞게 해놓기), 윤활제,     

헥시콜 스왑 (또는 멸균면봉 + 생리식염수), 라텍스 글러브, 멸균거즈, 튜브가드(Y-거즈), 소독용 드레싱 세트 + 핀셋, 엠부백     

- 방법     

① 먼저 손을 깨끗이 씻거나 손소독을 한다.      

② 헥시콜 스압, 튜브가드, 멸균거즈, 캐뉼라를 오염되지 않게 포장만 손이 닿도록 하면서 소독용 드레싱 세트에 올려놓는다.       

③ 윤활제는 처음은 버리고 두 번째를 드레싱세트에  짜놓는다.     

④ 흡인을 하고 더러워진 튜브가드를 살살 제거한 후 라텍스 글러브를 오염되지 않게 낀다.      

⑤ 새 캐뉼라에 윤활제를 바르고, 한쪽 끝에 새 목끈을 한쪽 끼우고, 새 캐뉼라의 방향을 잘 보고 튜브가드도 미리 끼워 놓는다.      

⑥ 목끈을 제거한 후 캐뉼라를 한 손으로 잡은 뒤 헥시콜 스압을 드레싱 세트에 누르거나 멸균거즈로 눌러 알코올을 적당히 빼고, 캐뉼라를 살짝 들어 스압 하나는 아래쪽 하나는 위쪽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피부와 캐뉼라 접촉부위를 닦는다.      

⑦ 이때 손수건을 물에 적시거나 깨끗한 물티슈로 봄봄이의 목을 닦아준다.     

⑧ 알코올이 날아가도록 기다리면서 거즈로 알코올 부분을 닦는다.     

⑨ 이제 삽입되어 있던 캐뉼라를 제거하고 준비한 새 캐뉼라를 신속하게 기관 속으로 삽입한다.      

⑩ 목끈은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두고 고정한다.     

- 주의사항      

교체 시에는 응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 사람은 교체 및 소독을 실시하고 다른 한 사람은 아이를 잡아주거나 보조 역할을 해야 하므로 두 사람이 같이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잘 보면서 응급상황에 대비해야 하며 엠부 백과 산소 발생기 작동을 익혀놔야 한다.     

     

처음이라 그런지 무섭고 어려웠다. 선생님도 어머님들 처음에는 무서워하신다. 그러다가도 나중에는 정말 쉽게 하시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잘 익혀두고 이미지트레이닝 계속하다 보면 익숙하게 잘 하실 수 있다고 하셨다. 캐뉼라가 봄봄이 목숨줄인데 내가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만 계속된다.     

     

교육이 끝나고 심전도 실로 내려가 심전도 기계 달았다. 내일 오전 11시에 병실 간호사에게 빼달라고 하면 되다고 하였다. 병실에 올라오니 인턴 선생님이 봄봄이 중심정맥관 제거해 주신다고 기다리고 계셨다. 중심정맥관이 있어서 안아줄 때에도 조심스럽고 불편했었다.  또 봄봄이와 침대에 같이 자기도 조심스러워서 난 보호자 침대에서 잤었는데 이제 오늘부터는 침대에서 같이 잤다. 중심정맥관이라도 빼니 너무 홀가분해 보였다. 다음은 콧줄이다!!!     

     

오늘 오후에는 친정엄마가 봄봄이를 보기 위해 오셨다. 동영상으로만 보았던 봄봄이의 웃는 모습을 영접하기 위해 오셨다. 할머니는 6년째 부르고 있는 곰세마리를 불러 주었다. 봄봄이는 조금 튕기다가 곰세마리 유혹에 빠져 활짝 웃어주었다. 옜다 웃음.! 친정엄마가 다녀가시고 저녁에 전화 오셔서는 한번 보고 갔더니 계속 눈에 밟힌다며 빨리 집에 오라고 하였다.      


오후 교수님이 회진 때 오셔서 오늘 입으로 먹는 거 더 늘려보고 콧줄빼자고 하셨다. 궁금한 거 있냐고 하셔서... 교수님 퇴원은 언제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어머님이 직접 소독도 하고 캐뉼라 교체도 할 수 있을 때 보내드릴 거라 하셨다.      


회진 후 팰로우 선생님이 오셔서 봄봄이가 분유를 입으로 잘 먹으니 오늘 40cc까지 늘려서 먹여보고 잘 먹으면 내일 콧줄 제거하자 하셨다. 그래 진도 팍팍 빼자!     

     

- 우린 언제 집에 갈 수 있나요.     

- 교육받으시고 계시죠. 그럼 내일부터 어머님이 소독을 해보기로 하시죠.      

- 인턴 선생님은 오셔서 봐주시긴 하시는 거죠?      

- 네 병원에 있을 동안은 어머님이 하시되 인턴 선생이 봐주실 거예요. 그리고 캐뉼라교체는 최소 두 번은 하고 가야 되는데. 보통 일주일에 한 번인데 화요일 수술실에서 한번 교체를 해서... 어머님은 언제 퇴원하고 싶으세요.     

- 두 번은 교체하고 가야 되나요? 5월 5일 이전에는 가고 싶은데요.      

- 그럼 금요일 한번 월요일 한번 교체해봐요. 캐뉼라교체할때는 제가 봐드릴게요.     

- 네!     

     

봄봄이가 중환자실에서 병실로 올라온 저번 주 금요일부터 지금까지 첫째랑 전화 한 통화도 하지 않았다. 통화를 하면 서로 계속 울어서 아예 안 하기로 했다. 다행히 첫째는 잘 놀았고 엄마 몇 밤 자고 오냐고 묻기는 해도 엄마를 찾지는 않았다. 꾹 참고 있는 첫째를 생각해서라도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적어도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같이 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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