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오염: 더 나은 순환경제를 위하여’ 참석한 패널들 협력 강조
지난 10일 ‘플라스틱 오염: 더 나은 순환경제를 위하여’란 토론회에 참석한 스테판 브뤼조 교수가 남긴 말입니다.
주한프랑스대사관과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공동 주관으로 개최된 토론회. 이날 토론회에서 브뤼조 교수를 비롯한 전문 패널들은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선 지역 차원을 넘어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프랑스 남브루타뉴대에서 바이플라스틱 및 해양 쓰레기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브뤼조 교수. 그는 토론회 기조강연에서 북아프리카 튀니지 비제르트 해안에서 홍합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정도를 분석한 결과, 홍합 1g당 미세플라스틱 2조각이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즉, 홍합 100g당 미세플라스틱이 200조각이 들어있단 것인데요.
그는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환경 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밖에도 쥐와 조개 등을 같이 분석한 결과, 이상행동·번식 장애·염증 반응·소화기 문제 등이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의 입자가 작을수록 건강에 더 안 좋은 영향을 준단 것도 확인됐는데요.
브뤼조 교수는 이어 유럽 하천 내 플라스틱 처리 비용만 2억 6,000만 유로(한화 약 3,502억원)가 필요하고, 이를 전 세계로 넓히면 120억 유로(한화 약 16조원)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연안정화활동을 통해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어디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단 것.
또 영유권이나 배타권이 미치지 않는 공해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누가 얼마나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도 문제인데요. 브뤼조 교수는 “(이런 이유 때문에) 해양 청소는 유토피아적 발상이며 비현실적이란 생각이 든다”며 “불법 투기 방지, 수거, 재활용 등 여러 주체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브뤼조 교수는 플라스틱 사용에 대해 현실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여러 소재와 비교해 플라스틱은 가볍고, 다양한 모양으로 변형이 가능하단 이점이 있는데요.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 덕에 포장이나 건축 등 여러 산업에서 활발하게 사용된단 것.
이 때문에 브뤼조 교수는 “미래에도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생각할 수 없다”며 “좋은 플라스틱 자재를 찾아 친환경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죠. 그러면서 플라스틱의 사용시간과 수명의 적절한 중간지점을 찾는 것이 쟁점이라고 이야기했는데요.
브뤼조 교수는 이어 “플라스틱 용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수명 종료 단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식품·농산물·환경·산업 등 용도에 따라서 수명을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죠.
브뤼조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합니다. 세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0년 2억 1,000만 톤에서 2020년 4억 6,000만 톤으로 20년간 2배 이상 늘었는데요. 이중 약 1,0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앞서 브뤼조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해양 플라스틱 처리 문제는 환경 및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요. 이날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폐플라스틱 처리를 위해선 플라스틱 설계에서부터 수명을 고려하는 순환경제와 함께 지역을 넘어 세계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뤼조 교수는 프랑스에서 제정된 순환경제법을 이야기하며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사용하는 기업들이 대비할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프랑스는 2020년 2월 제정된 ‘낭비 방지 및 순환경제법’에 따라 올해부터 과일 및 채소 등 30개 품목에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이 금지됐는데요. 브뤼조 교수는 “우리에게 시간이 없지만, 기업과 노동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들이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도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윤 교수는 에너지 문제와 더불어 폐기물도 정의로운 전환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임을 역설했는데요. 그는 “많은 중소기업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공장에 고용된 형태”라며 “(그렇다고) 플라스틱 다소비를 유지하는 형태는 가능하지 않다. 프랑스에서 한 것처럼 사회적으로 어떻게 함께 풀어낼 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죠.
윤 교수는 이어 “생산자가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재활용 및 수거 시스템과 사회기반시설이 결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또한, 진정성을 보여준 기업의 물건을 소비자들이 구매함으로써 사회를 좀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