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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엄 Dec 20. 2021

아쿠아포닉스가 불러온 농활의 추억

물고기와 채소의 하이브리드, 아쿠아포닉스 농법을 알게 되다

안녕하세요. 에디터 고래입니다.


여러분은 논일을 해보신적 있으신가요? 저는 대학교때 농활에서 처음 논에 들어가봤는데요. 노란 장화를 신고 질퍽한 논을 들어가면 비릿한 물내음과 푸릇한 풀내, 꾸리꾸리한 잡내까지 논에는 정말 온갖 생물들이 살고 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되죠. 제가 갔던 논은 우렁이 농법을 하는 친환경 논이라서 더 다양한 생물을 접할 수 있었을 겁니다. 어떤 ‘약’도 칠 수 없으니까요.


갑자기 왠 대학교때 농활 얘기냐면요. 제가 이번주에 작성한 ‘아쿠아포닉스’를 조사하면서 그때 한창 유행했던 친환경 농법이 떠올랐거든요. 당시는 직전까지 유행했던 오리농법이 한물 가고 우렁이가 유행하던 때였다고 해요. 우렁이가 물 속 잡초를 먹는 습성을 이용해서 제초제 없이 친환경으로 쌀을 재배하는 방식이었는데요. 비록 제초를 위해 이용하는 우렁이는 ‘맛이 없어서’ 먹지 않는다고 했지만, 우렁이와 벼를 함께 키운다는 점에서 아쿠아포닉스와 비슷한 점이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 Ancient-origins


아쿠아포닉스처럼, 순환경제로 가는 방법을 찾으면서 정말 신기한 아이디어를 많이 접하게 되는데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 사람 생각은 다 똑같구나”하는 생각이 들곤해요. 현대의 아쿠아포닉스의 아이디어가 사실은 고대 아즈텍과 중국부터 있었단 걸 알았을 때처럼요.


고대 아즈텍에는 ‘치남파스(Chinampas)’란 농법이 있었는데요. 아즈텍 말로 치남파는 ‘상자’라는 뜻이래요. 나무로 만든 상자에 채소를 심어서 일종의 섬을 만들어 강과 호수 표면에 띄웠기 때문이라는데요. 강에는 고대 도시에서 흘러나오는 폐기물이 영양분을 공급했죠. 이 덕분에 23만명 이상의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었다니 놀랍지 않나요?


반면 중국에서는 조금 더 아쿠아포닉스에 가까운 방식이 시도됐는데요.물고기, 오리, 식물을 공존하는 통합 양식 시스템이었죠. 연못 위에 오리 사육장을 세우고 연못으로 떨어진 오리의 배설물은 물고기의 양분이 되고, 이 물을 길어 논과 밭에 사용했단 거죠. 어쩌면 새로운 아이디어는 누가 먼저 ‘과거’를 기억해내느냐의 싸움인지도 몰라요. L모 전자가 기억상실증만 안 걸리면 삼모전자보다 성공했을 거란 우스개소리처럼, 우리 인류는 엄청난 가능성들을 그저 ‘잊고 있는 것 아닐까요?’


© 분뇨를 물고기 사료로 활용하기 위해 연못 위에 위치한 동물 사육장_Milkwood


론 자료를 더 찾아보면서 과거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갖고 온다고 되는게 아니란 (당연한) 사실도 새삼 알게됐는데요. 논이 다양한 수생식물과 공존하는 장이기도 하지만,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의 주요 배출원이라는 거에요. 논에서 쓰이는 퇴비 등의 유기물질이 물 속에서 분해되면서 메탄가스가 나오기 때문이라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인도 환경보호기금 연구진이 메탄 발생을 줄이는 논 관리 방법을 연구하기도 했더라고요.


이것처럼, 그리니엄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대안을 찾다보면 ‘해결할 수 있나?’ 싶다가도 다른 문제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아쿠아포닉스만 하더라도 적합한 어종이 따로 있더라구요. 제가 찾아 본 아쿠아포닉스도 대부분 민물 물고기를 키우고 있었는데요. 저는 미끄덩한 식감과 흙내 때문에 민물고기를 못 먹거든요. 우리나라는 특히 삼면이 바다라, 바다물고기가 익숙한 식문화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아쿠아포닉스가 대중화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죠.


이렇듯 여러 기술과 아이디어를 볼 때마다 깨닫는게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는 “마스터키”는 없다는 거에요. 하지만 누군가는 지속가능한 바다물고기를 위한 대안을 만들고 있겠죠? 자신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제 콘텐츠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저는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다양한 해결책을 내주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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