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니엄 Feb 07. 2022

[나들이] 리필 문화 확산 위해 필요한 것은?

리필 매장 확산이 더딘 이유는 위생 규제 때문...'해외는 규제 없어'

제로웨이스트가 더는 낯설지 않은 시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도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지인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는데요. 비닐 대신 에코백,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이용하는 것부터 시작해 아예 샴푸나 린스 같은 제품들을 리필(소분)해 사용하는 분들도 있죠.


여러분은 리필 매장을 한 번이라도 방문해본 적 있으신가요? K-순환경제 이행계획에 의하면, 정부는 리필 매장 확산을 통해 소비자 참여를 유도할 계획인데요.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포장재 없이 내용물만 리필해가는 가게를 쉽게 볼 수 있으나, 아직 국내에선 찾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 설치된 리필 매장 수는 78개. 이마저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죠.



리필 매장 확산이 더딘 이유는 다름 아닌 ‘위생’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세정용 제품은 ‘화장품’에 해당해 개인 용기 등에 덜어서 판매하려면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란 자격증을 갖춘 이가 가게에 상주해야 하기 때문이죠. 사실 자격증을 딴 이후에도 공급처가 위생 문제를 이유로 물건 납품을 거절하는 일도 있는데요. 우리와 달리 유럽에서는 이런 리필 매장 운영에 있어 별도 자격이나 규제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다행히 화장품 리필 매장에 맞춤형화장품조제관리사를 둬야 한다는 조항이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통과하면서, 2년에 걸쳐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데요.


지난 주말 방문한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알맹상점’도 시범사업이 운영 중인 곳 중 하나였습니다. 알맹상점은 2020년 6월 문을 연 제로웨이스트 가게인데요. 25평 남짓의 작은 가게이나 생활에 필요한 모든 상품이 진열돼 있었습니다.


세제나 화장품 등 액체류는 큼직한 통에 담겨 있는데요. 각 용기 앞에는 제조업체, 책임판매업체, 제조번호와 일자 그리고 성분까지 꼼꼼하게 표시돼 있었습니다. 해당 제품 모두 환경부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샴푸, 린스, 바디클렌저 등 리필 제품 모두 브랜드별 종류가 다양한 것도 눈길이 갔습니다.


매장을 방문한 날, 리필 스테이션 저울 앞에는 고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먼저 고객들은 저울에 각자 준비해 온 용기를 올려 무게를 측정했는데요. 이후 원하는 제품 앞에 가서 용기에 필요한 만큼 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카운터에서 용기 무게를 제외한 내용물만 계산하면 끝이었는데요. 매장에 상주한 직원이 고객들에게 화장품의 주요 성분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알맹상점에서 사용 중인 용기들 모두 세척과 소독 과정을 거쳐 재사용되는데요. 쓰레기가 나올 수 있는 구멍들은 미리 다 막아버린 덕에 알맹이만 판매하는 ‘알맹’ 상점의 모습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날 알맹상점 리필 스테이션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경기도에서 찾아왔단 고객의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알맹상점을 비롯한 다른 매장에서의 시범운영이 성공적으로 종료돼, 리필 매장이 전국 각지로 빠르게 퍼져나갔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들이] 과일 개별 포장, 꼭 필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