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처럼 Mar 26. 2022

길을 잃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7시 50분에 출발합니다!' 했는데, 8시가 넘어도 내려오지 않는다. 

8시 10분, 참지 못하고 주차장을 나와 체육관 앞으로 가니 아이들이 하나 둘 나온다.

차에 태울 아이들을 얼른 태우고 출발을 한다. 

습관적으로 우회전을 해서 차를 몰고 갔다. 그렇게 막 달렸다. 

도착 해야 할 곳은 서울 광문고등학교 체육관, 10시 경기니 9시에 도착할 계획이었다. 

비가 내리니, 분명 길이 막힐텐데, 마음이 급하다.

고속도로에 들어가는 갈림길이다. 일단 직진을 했다. 아차, 포천 방향이다. 이미 들어섰으니 방향을 틀 수가 없다. 그래도 10시 경기니 아직 여유는 있다. 다행히 우회전을 하란다. 우회전을 하고 좌회전을 하래서 했다. 

뭔가 이상하다. 마음이 급하니 좌회전으로 길을 내려섰다. 어라, 차는 없는데, 저 멀리서 덤프트럭이 올라온다. 아차 싶어서 얼른 왼쪽으로 빠졌다. 다시 우회전 길을 찾아 올라가는데 뭔가 이상하다. 다시 제자리. 유턴을 하라고 해서 또 달린다. 같은 자리를 돈다. 다시 우회전, 제대로 찾았다. 막 달리다 알았다. 어디서부터 잘못이 되었는지. 포천과 구리 방향에서, 구리고 가야 하는데, 또 포천으로 들어섰다. 포천과 구리를 갈라놓는 주황색 봉들 옆에 일단 정차를 했다. 주황색 봉을 넘어서 구리로 가야 한다. 에라, 모르겠다. 넘었다. 주황색 봉들이 딱딱할 줄 알았는데, 부드럽게 넘어간다. 봉들이 끊어지지 않고 갈대처럼 넘어섰다 다시 일어났다. 

다시 출발. 뒷자리 아이가 묻는다. 언제 도착하냐고. 9시 30분에 도착할 거라 말해준다. 막 달린다. 또 길을 놓쳤다. 40분이면 갈 거리인데, 톨게이트를 몇 개를 거쳤다. 이유는 모른다.

전화가 온다. 죄송하다고 10분 더 걸려 도착할 거라 말해준다. 

아무튼 도착은 했다. 뒷자리 앉은 아이가 토할 거 같단다. 옆에 같이 앉은 아이가 아예 토하고 시작을 하자 한다. 도착시간 9시 45분. 휴!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래도 경기 전에 오기는 왔다.

왜 그랬을까. 좌회전 해서 직진할 거리를 왜 우회전을 했는지. 알수가 없다. 

비가 와서 들뜬 것도 있고, 초행길에, 비가 와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은 것도 있고, 아무튼 정신이 없었다. 

어쩌면 거꾸로 주행과 주황색 봉을 넘어 과태료가 날라올지도 모른다. 그게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목숨은 안전했으니 다행이고, 몸 풀 시간은 부족했어도 시간 안에 아이들을 경기장에 보내서 다행이었다. 휴~ 과태료가 날라와도 웃으며 지불해야지.

지금 내가 어떤 길을 잃고 중심을 못 잡고 있는지도 한 번 생각해보자.

작가의 이전글 요상한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