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석 관극기, 현대판 판소리 뮤지컬 개봉박두!
정동 세실 극장에서 진행되는 창극 법정 드라마 <흥보 마누라 이혼소송 사건>을 보고 왔다. 2023년 4월 11일부터 19일까지 짧은 기간 동안 공연된다.
나는 팬텀싱어의 애청자인데, 크로스오버 장르에 우리 소리를 하는 참가자들이 등장하기에 관심이 슬슬 생기던 차였다. 매회차 소리를 하는 참가자들의 실력이 매우 좋았던 것에 더 나아가, 이번 공연을 보게 된 계기도, 팬텀싱어4에 참가한 김수인 참가자가 창극 배우라는데서 비롯하였다. 창극에 대한 홍보가 더 많이 돼서 대중화되면 참 좋을 것 같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 흥보전을 ‘이혼 소송 사건’ 법정드라마로 각색하여 재밌게 풀어낸다. 현대적 복식과 장치 등을 더한 것이 아니라 때 묵은 스토리라인까지 새롭게 만들어냈다.
흥보 마누라가 이혼소송을 건다는 내용이 제목에 드러나니, 흥미진진한 것은 이혼의 사유일 것이다. 잉꼬부부의 대표 같았던 흥보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극은 재미있는 상상력을 통해 웃음과 울음을 모두 이끌어낸다. 흥보 부인이 사유에 대해 상세히 전하는 대목대목이 애절하다. 또한 해학의 민족답게 웃음과 애드리브도 야무지게 챙긴다. 조선시대 장터에서 열렸던 가면극이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울고 울렸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이 극을 보게 된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배심원 석이다. 사진에서 보이듯, ‘O’, ‘X’가 적힌 팻말로 법정에 참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얼쑤~’, ‘좋다~’ 등의 추임새와 ‘우~’ 같은 야유도 가능하다. 물론 이는 객석에서도 가능한데 아무래도 무대에 좌석이 있다 보니 더 적극적인 표출이 가능하다. 또한, 배우들도 호응이 너무 민망하지 않게 잘 받아주시니 걱정하지 마시길. 뮤지컬 등 여러 공연에서 뜨고 있는 ‘이머시브(immersive)’공연형식에 발맞추어 가고 있는 것이다.
공연에서는 배심원 자리를 6석으로 배정하고 있는데, 이 중 1명은 배심원장으로 활약할 수 있다. 배심원장은 초반부 법정(무대 중앙)에서 선서문을 말할 수 있다.(쓰인 것을 읽으면 되기에 그리 어렵진 않다) 배심원석 예매 시에 주의할 점은, 극 시작 40분 전에 도착해서 미리 배심원단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과, 의상을 검정으로 맞춰 입으면 더 좋단 것이다. 후자는 강제적인 것은 아니지만 컨셉을 정하고 맞춰가면 더 즐길 수 있기에 추천한다!
나는 배심원석을 예매하고, 정보가 없어서 조금 고민했는데 다름 아니라 내향형 인간이기 때문이다. 배우인양 무언가를 해야 할까 봐 두려웠다. 색다른 관극경험을 위해 도전해 봤는데 아주 괜찮으니 너무 두려워말고 예매해 보시라고 하고 싶다. 극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 하시는 분은 음향과 각도에 따라서 배우들이 조금 안 보이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화려한 대극장 뮤지컬이 라이선스, 무대 장치 및 소품, 많은 수의 앙상블 등을 이유로 16만원, 18만원을 호가하는 시대에 만원, 2만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는 수준의 공연이다. 현대판 판소리 뮤지컬, 창극을 관람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