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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코 Jan 02. 2022

'내 생각'이라는 위험한 착각에 대하여

생각보다 흔하고 위험한 착각

생각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중요하다. 사람의 행동들과 선택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생각으로부터 발현되기 마련이며,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따라 인생의 경로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번 글에서는 생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생각의 종류는 딱 두 가지다. 자기가 직접 하게 된 생각, 그리고 외부로부터 온 생각. 자기가 직접 하게 된 생각은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통해 가지게 된 생각, 또는 자신이 직접 한 사고를 통해 가지게 된 생각이다. 예를 들어 등산을 해봤는데 경험이 너무 좋아서 '나는 등산이 좋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그렇다.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어봤는데 맛있어서 '나는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 좋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그렇다. (참고로 필자는 강경 민초단이다. 반대 의견은 듣지 않는다.) 어렸을 적에 가난을 겪고, '나는 꼭 부자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그렇다. 자체적인 분석과 판단들을 통해  '테슬라 주식은 더 오를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 생각의 옳고 그름이나 수준과는 상관 없이, 이런 생각들은 자기 자신 내부로부터 발현되는 생각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외부로부터 오는 생각은 다르다. 외부로 오는 생각은 어떤 생각인가? 다른 사람 혹은 책, 언론, 뉴스, 유튜브 등등 미디어를 통해 나에게 도달되는 생각이다. 부모님께서 'xx살까지는 결혼해야 하지 않겠니'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다. 밥을 같이 먹었던 회사 동료가 '테슬라 주식은 더 오를거고 그 이유는 이러저러하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다. 친구가 '연봉을 깎으면서 이직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다. 언론에서 부동산 전문가가 '내년 부동산 경기는 이렇게 될 것이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다. 자기계발서의 작가가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 라고 적어놓은 글을 읽는 것이 그렇다. 알고리즘으로 추천받은 유튜버가 '연애 잘 하는 꿀팁'을 알려주는 것이 그렇다.


이와 같이 외부로부터 오는 생각을 접하게 될 경우 선택지는 세 가지이다.

1. 흘려 듣거나 까먹는다

2. 그대로 받아들인다

3. 나름의 심사숙고와 조사를 거쳐 그 생각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한다


이해하기 쉽게 예시를 들어 생각해보자. 친구와 밥을 먹는데, 이 친구가 'A 회사 주식이 대박이 날 거야' 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자. 당신이 이 친구가 믿음직스럽지 못해서 흘려 듣거나, 혹은 밥을 먹고난 후에 업무가 너무 바빠서 그 이야기를 까먹었다면 이게 1번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그날 오후에 기계적으로 A 회사 주식을 구매한다면 2번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재무제표를 본 후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서 투자하기가 꺼려져 투자를 하지 않거나, 혹은 해당 회사의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해보니 너무 좋아서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면 이것은 나름대로 3번이라고 할 수 있다.


1번의 경우는 당사자의 인생에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므로 일단은 상관이 없다. 3번의 경우는 외부로부터 온 생각이긴 하지만 당사자의 사고를 충분히 거친 후 채택 여부가 결정되었다면 그것은 당사자의 생각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 여지가 다분한 것은 2번이다. 외부로부터 오는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


외부로부터 오는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가? 생각은 결국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어떤 생각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 생각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행동으로, 또 판단으로 발현되기 마련이다. 행동과 판단의 주체는 내가 되겠지만, 그 행동과 판단을 하게 된 경위를 파고 들어가 보면 외부로부터 오는 생각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즉 행동과 판단의 주체와 그 동기를 생성한 주체가 다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2번, 즉 외부로부터 오는 생각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또 아래의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2-a. 외부로부터 오는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인지하는 경우

2-b. 외부로부터 오는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였음에도 이건 자신의 생각이라고 믿는 경우


사실, 외부로부터의 생각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게 되더라도 그것이 내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에 대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 예시를 들어 생각해보면, 내가 A 회사의 주식을 샀더라도 그것은 친구의 생각을 들어서 산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샀다가 잘 되면 친구의 생각이 옳았던 덕분이고, 결국 손절하게 되더라도 친구의 생각이 틀렸기 때문인 것이다. 이걸 알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2-b이다. 외부로부터 오는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였음에도 이건 '내 생각'이라고 믿는 케이스 말이다. 다시 위 예시를 들어 생각해보면, A 회사의 주식을 사야 한다는 것은 내 친구의 생각이었건만, 내가 이것을 나의 생각이라고 믿기로 정하거나, 혹은 그렇게 믿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A 회사의 주식을 사게 되며, 샀다가 잘 되면 '내 생각'이 옳았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고, 결국 손절하게 되더라도 '내 생각'이 틀렸기 때문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원활한 설명을 위해 단순화된 가설적 예시를 들었지만, 2-b, 즉 외부로부터 온 생각을 자기의 생각이라고 믿는 것은 2-a, 즉 외부로부터 온 생각을 밖에서 온 생각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경우보다 훨씬 위험하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로, '내 생각'은 남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며, 이는 이 생각이 나 자신의 행동이나 의사결정, 가치판단에 더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위 예시에서 만약 내가 A 주식을 사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고 믿는다면, 나는 A 주식을 사야 한다는 것이 친구의 의견임을 인식하고 있는 경우보다 더 많은 주식을 사게 될 것임에 분명하다. 왜냐면 그것은 '내 생각'이고, 내가 그렇게 믿는 것이니깐. 남의 생각을 나의 생각이라고 잘못 인식하고 살아갈 경우, 남의 생각으로 인해 내 인생에 더욱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둘째로--이것은 조금 더 무섭고 끔찍한 이야기인데--남의 생각을 '내 생각' 이라고 믿을 경우, 나는 그 생각의 옹호자이자 수호자가 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경우, '내 생각'은 수시로 표출된다. 나는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상대방과 의견 차이가 있을 경우 나는 기본적으로 '내 생각'을 옹호한다. 이것이 남의 생각임을 인지하고 있을 경우, 우리는 생각보다 그렇게 강력하게 그 생각을 주장하거나 옹호하지 않는다. 그럴 만큼의 확신이 없어서도 그렇고, 남의 생각을 남을 대신해서 주장하거나 옹호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미련하고 못난 행동으로 비출 수 있기 때문이다. 위 사례를 들어서 생각해보면, 나는 '내 친구가 A 주식을 사라고 했어. 그러니까 이게 맞아.' 라고 넌지시 이야기는 할 수 있어도, 강력하게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는 순간 완전히 바보처럼 보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내 생각' 이라고 내가 믿는다면, 나는 A 주식을 사야한다고 타인들에게 주장할 뿐 아니라, 반대 의견이 있을 경우 이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게 될 것이다. 이처럼 남의 생각을 '내 생각'이라고 믿을 경우, 남의 의견의 전파자와 수호자가 된다. 남의 의견을 키우고 퍼뜨리는 데 일조한다. 마치 뻐꾸기 새끼를 정성껏 키우는 어미 오목눈이처럼.


밖에서 온 생각을 그저 수용하면서도 '내 생각'이라고 착각하고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교육 제도를 생각해보자. 100% 그렇지는 않지만, 교육은 기본적으로 교사/교수가 학생에게 지식을 전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주입식 교육 체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걸 다시 생각해보면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외부로부터 온 생각을 수도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는 '1 + 1 = 2' 라던지 '광복은 1945년에 일어났다' 와 같은 진리나 명백한 사실들도 있지만, 정성적인 내용들과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치 판단 및 평가에 대한 내용들도 분명히 있다. 이런 것들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며, 내 생각이라고 믿게 되지는 않았을까? 여론에 대해 생각해보자. 사회적으로 형성된 여론이 있다. 예를 들어서 xx살은 결혼하기 좋은 나이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 등등. 여론을 따르는 것은 손쉬운 선택이기에 사람들은 많은 경우 여론을 따르거나 여기에 편승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여론을 따르고 있을 뿐이면서도 이것이 '내 생각' 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아가지는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유명인이나 권위 있는 기관의 주장은 일반인이나 유명하지 않은 기관의 주장보다 훨씬 더 큰 무게감을 가지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주장들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인데, 이것을 '내 생각' 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지는 않았을까?


위에서는 주식의 예를 들어서 생각해 보았지만, 외부로부터의 생각을 '내 생각'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얼마의 돈을 잃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얼마든지 끼칠 수 있다. 어느 학교를 갈 것인지, 어떤 전공을 선택할 것인지, 어떤 진로를 선택할 것인지,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인지, 연애와 결혼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인생의 방향성을 송두리채 바꿀 선택들이 있기 마련이고,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어떤 태도와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 등등 인생의 기반이 되는 사안들도 있다. 이런 것들을 '내 생각'이라는 착각에 기반해서 결정하게 된다면, 그것은 얼마나 슬픈 일이고, 어리석은 일인가? 이에 더해 위험하기까지 하다. 외부로부터 온 생각들은 상당수가 순수하다고 보기 힘들다. 교과서에서의 특정 사안에 대한 가치 평가, 정치인들의 주장, 금융사들의 종목 추천...다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내 생각'이라는 착각 속에 살아가게 된다면, 이렇게 빚어진 의도대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가스라이팅이 별 게 아니다. 이처럼 의도를 가지고 빚어진 생각들을 '내 생각'으로 착각하게 된다면 이건 개인적으로도 위험한 일이지만 사회적으로도 위험할 수도 있다. 유대인 학살, 인종 청소, 문화 대혁명과 같은 현대사의 굵직한 비극들은 의도를 가지고 전파된 생각들을 '내 생각' 이라고 굳게 믿은 사람들로 인해 벌어졌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요즘은 특히 외부로부터의 생각에 휘둘리기 더욱 쉽다. 타인과의 대화가 지금처럼 쉬웠던 적이 없었으며, 뉴스 포털, 유튜브, 인스타, 페이스북 등등을 통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다양한 생각들의 범람 속에 빠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외부로부터의 생각들을 하나하나 검증하고 또 곱씹으며 소화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기에, 대부분은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생각들이 '내 생각'으로 둔갑하게 된다면 이건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사실, 완전히 독자적인 생각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생이라는 것은 결국 나와 세상과의 교류인 것이며, 이에 따라 나는 외부로부터의 생각들을 수도 없이 접하기 마련이고, 이런 생각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나의 독자적인 생각에도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외부로부터 온 생각이 '내 생각' 이라는 착각은 극도로 위험한 것이다. 이와 같은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외부로부터 온 생각을 여러번 곱씹어 보고, 또 '왜 그렇지?' 라고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런 생각이 왜 생겼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사고방식과 관점들을 접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검증 및 내재화 작업을 거치게 되면, 그것은 진정 내 생각이 된다. 생각의 씨앗은 밖에서 심겨졌을 지언정, 그것은 내 사상의 토양 위에서 내가 피워낸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생각일 경우, 더더욱 이와 같은 검증 및 내재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내 생각' 이 아닌 내 생각을 하고, 세상과 더 건강한 교류를 하기 위해, 오늘도 생각의 근육을 키워본다.


(오해의 여지가 없기 위해, 이 생각들은 필자가 직접 한 생각임을 밝힌다. 그리고 독자분들에게는 이것 또한 밖에서 온 생각일 터이니, 한번씩 곱씹으며 비판적인 수용을 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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