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기계장치로 볼 것인가. 유기체로 볼 것인가
어떠한 사물이든, 주제이든 그것을 바라보는 유일한 하나의 관점은 존재할 수 없다. 조직 또한 마찬가지이다. 조직을 바라보는 커다란 두 관점은 조직을 기계장치로 볼 것인가, 유기체로 볼 것인가로 나눌 수 있다. 급변하는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후자의 관점에 자신 있게 손을 들 수도 있겠으나, 조직은 그렇게 간단한 존재가 아니다. 조직의 목적과 본질, 현대사회의 변화 속도를 감안하여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도 나는 결국 어느 하나의 관점을 포기할 용기는 없었다. 소신이 없다고 지탄받을 지언 정 내가 바라보는 이상적인 조직은 규율과 질서를 기반으로 역동성 있게 움직이는 조직, 그것밖에 없다.
조직은 지속적인 성과(물질적 또는 정신적)를 내야만 영속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성과를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요소들은 분업, 권한과 책임, 규율, 명령의 통일 등 기계장치로서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의 개념들이다. 물론 인간을 기계부품으로 취급하는 비인간성에 대한 비판이 존재한다. 그러나 성과창출의 실패로 조직이 와해되어 조직의 성원으로서 누리던 권리를 박탈당하게 하는 것보다 더 비인간적일까? 워라벨(Work & Life Balance)과 개인주의로 현대인의 가치관이 대변되면서 고전적 관리 이론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물질·정신적 풍요는 고전적 관리를 통해 산업활동을 벌인 조직들의 업적이다. 규율과 질서는 조직의 필수조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기존의 관점만 견지한다면 조직의 성장은커녕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 그러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있는 융통성을 발휘하기에는 조직의 규율과 질서는 너무 견고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유기체적인 관점의 접근이다. 정치, 경제, 문화의 급변 속에서 조직은 전략목표와 과제를 수시로 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여 성과를 내기 위해 조직 전반의 유연한 변화와 그 속에서의 시너지∙협업은 선결조건이 되어야 한다. 결국 조직을 유기체로 바라보는 관점 또한 조직의 보다 나은 발전을 위한 충분조건이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어 버렸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말이다.
그렇다면 서로 대립되는 이 두 가지 관점의 팽팽한 기싸움을 조직은 과연 효과적으로 중재할 수 있을까? 두 관점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내 짧은 소견이다. 규율과 질서는 조직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변화에 대한 민첩성은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고 조직의 미래를 창출하는 경쟁력으로 인식해야 한다. 어느 한쪽의 관점에만 치우치다 보면 구태의연한 관료주의 조직이 되거나, 기본기가 부실한 비효율적인 조직이 되어 버릴 수 있다. 이상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조직 구성원들은 규율과 질서를 준수하여 각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최소한의 안전장치) 그 후에 각 기능 간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더욱 성장해야 한다.(=미래 창출의 경쟁력)
나는 서두에서 두 관점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입맛에 맞게 조직을 기계장치로 보았다가 유기체로 보았다가 변덕을 부리겠다는 뜻은 아니다. 항상 두 가지 관점으로 조직을 바라보며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사냥꾼은 탐욕스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사냥꾼이 결국은 승자가 될 수밖에 없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