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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작가 Sep 29. 2023

EP1. 혼자의 시간

취업하고 간 유럽여행

대학생 때 2번의 유럽여행 후 취업 준비 기간이 도래하고 코로나 전염병이 유행해서 오랫동안 장기여행을 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딱 해외 나갈 수 없는 그 시기에 코로나가 터져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 않았다면 새로운 직장을 가지기 전 고군분투 하던 시기에 나는 얼마나 떠나고 싶었을까?

내가 이번에 유럽여행에서 느끼고 싶은 것은 첫 번째, 나는 외국에서 살고 일해보고 싶은지와 두 번째, 나는 돈을 아낄 시기가 왔을 때 여행을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인지

세 번째,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마지막으로, 친구랑 가는 여행은 어떤지

이다.


마침 공항버스가 집 근처로 다니고 있어서 시간표도 안 보고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만약 매진이면 다음 차 기다리면 된다는 여유를 가지고 여행을 출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고 나서 깨달은 사실은 내가 너무 안일했다는 것이다.


버스에 실은 나의 짐은 버스표 매진으로 인해 기사님에 의해 다시 전달되었고 그렇게 허겁지겁 공항버스 예매 어플을 설치한 나는 주변에 있는 모든 역의 공항버스가 매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날 이 인근에서 단 하나 남은 한자리 내 출국시간 이후였다!


카카오맵으로 경로를 찾아보니 지하철로는 2시간이 넘게 걸려까마득했고 택시비는 아까웠다. 주변   역을 모두 조회해 보니 결국 회사 앞 버스정류장에서 공항버스를 타게 되었다. 휴가 내고 여행 가는데 여행갈라고 다시 회사 앞을 오다니...!

공항에 갈 때는 무조건 사전에 버스를 예약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1시간 30분 만에 탄 공항버스가 이제 인천 바다 도로를 달리고 있다. 바다를 보니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며칠 전에 본 책 <모든 삶은 흐른다>가 생각나서 밀리의 서재로 몇 구절  읽었다. 바다를 보면서 이 파도에 대한 책을 읽으니 내 침대에 누워 이 책을 읽을 때보다 더 와닿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다는 파도가 오지 않도록 억지로 막거나 무리하지 않는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냥 다가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가슴을 부풀려 차분하면서도 깊게 숨을 들이쉬자.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긴장이 풀리고 답답했던 기분이 가라앉는다.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삶을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지만 그에 대한 책임도 내가 져야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임을 적게 지려면 그만큼 삶을 기획하고 열심히 살아야 되지 않을까. 나는 절제하면서 열심히 살아야 흘러가는 삶이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대기선 밖에서까지 기다리는 정도였다. 체크인은 모바일로 했지만 따로 짐만 붙이는 곳이 없어 보여(물어보니 진짜 없었다! 모바일체크인은 좌석 예약용인 걸까)  줄을 서야 했다. 오늘은 정말 여러 가지로 일찍 나서길 잘한 날이다. 만약 내가 오늘 파도처럼 흘러가는 대로 살았으면 오늘 바위에 맞아 멘이 부서졌을 것이니 말이다. 여유롭게 나와서 마음만 파도처럼 흐르는 게 이득인 거 같다.

오늘 처음으로 공항 라운지를 가보고 싶어서 라운지 혜택이 있는 카드도 준비했다. 라운지를 가서 아점저(?)를 먹으려고 간식도 사 먹지 않았다.


30분 넘게 줄을 섰는데, 체크인 시간이 아니라고 2시간 후에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음.. 아무래도 파도처럼 흘러가는 대로 살았어야 했나 보다. 결국 배고팠던 나는 밥을 먹으러 갔는데 출국장과 가까운 4층 식당가보다 지하 1층이나 1층에 있는 식당이 더 좋았던 기억이 어서 거기로 갔다. 너무 힘들어서 고기가 땡겨서 보쌈정식을 시켰는데 15000원에 꽤 괜찮은 밥이 나왔다.

오늘 알게 된 사실을 정리하면서 밥을 먹었다.

1. 공항버스 미리 예약

2. 체크인 시간은 3시간 전

3. 밥은 지하 1층에서


굶주려서 텐션 없을 때의 나와 든든히 밥 먹고 후식 먹는 나는 다른 사람이다. 인천공항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크리스피크림이다. 공항으로 누구 마중 나갈 때 거의 항상 먹는 크리스피크림 도넛. 점심을 꽤 든든히 먹었지만, 항상 그렇듯 먹고 싶은 도넛은 여러 개였다. 겨우겨우 참아가면서 글레이즈드 한 개만 샀다.


아까와는 다르게 텅 빈 카운터가 보인다. 이제 카운터 오픈이 1시간 남았는데 눈치 봐서 빨리 줄 서야 한다. 점심을 너무 든든히 먹어서 게이트 들어가도 라운지를 가지 않을 거지만 빨리 짐을 어딘가에 맡겨버리고 싶다. 비록 13kg밖에 안 나가지만 확실히 24인치 캐리어는 크다. 라운지 카드는 이따가 환승 대기 때 이용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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