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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작가 Jan 01. 2024

북해도 05편

조잔케이의 료칸에 가다

오늘 아침에는 여유를 가지고 일어났다. 료칸에 가기 위한 송영버스는 2시 30분 출발이어서 점심으로 스프카레를 먹기로 했다. 이왕 삿포로까지 온거 제일 유명한 가라쿠라는 스프커리 식당을 선택했다. 이 식당은 오픈이 11시 30분인데 11시부터 대기를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검색을 해보니 그것보다도 미리 가야한다고 해서 가라쿠 식당에 10시 05분쯤 도착했다. 그런데 이미 우리 앞에 2팀이나 먼저 와있었다. 그리고 심지어 11시엔 이미 밖에까지 줄이 늘어졌다. 


스프카레가 그렇게 맛있는 걸까 궁금했는데  기대보다도 훨씬 정말 맛있었다. 자극적이고 든든하면서 야채와 고기가 들어있어서 건강도 챙기는 이었다. 자극은 마라샹궈 같은데 훨씬 건겅한 맛이었다.  나는 양고기를 골랐고 내 짝꿍은 치킨을 골랐는데 다음에도 양고기를 먹고 싶을 정도로 양고기가 냄새도 안나고 질기지도 않고 최고였다.

스프카레 식당들이 편차가 큰지 아닌지는 제일 유명한 딱 한 식당에만 방문해 보아서 모르겠지만 다음에 삿포로에 오게된다면 대기 없고 예약 가능한 곳도 경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한국에도 강남에 스프카레 식당이 있다고 해서 곧 방문해볼 예정이다.


밥먹고 돈키호테에 들려서 추가로 기념품을 좀 더 사고, 구글맵으로 발견한 카페에가서 커피를 마셨는데 우유가 아주 신선해서 따듯한 카페오레에 공기에 따라서 계속 우유 껍데기(?)가 생겼다.

커피맛은 진하지 않았지만 그 따듯한 우유맛이 좋았다.


송영버스를 탔다. 료칸 가기전에 맥주를 좀 사가지고 가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럴 타이밍을 놓쳤다. 우리 이름을 체크하고 버스에 앉자, 20분정도가 남아서 얼른 편의점에 다녀왔는데 버스가 먼저 출발할까봐 조급했던 나와 20분이나 남았고 우리가 안탔는데 출발 안할거라고 생각했던 내 짝꿍은 서로에게 잠깐 힘들었었다. 하지만 3분만에  대화로 화해하는 우리!

버스는 그날 출발시간보다 조금 더 빨리 인원를 체크하지 않고 출발하긴 했다.


송영버스에서 딸기맛 모찌 아이스크림을 먹고나서 골아떨어진 채로 예약해놓은 료칸에 도착했다. 푹신한 패딩을 입고 얀 눈길을 보고 있으니 잠이 스르륵 왔다.


개인탕, 전세탕, 공용탕이 있는 온천이었는데 따듯한 온천물과 눈과 차가운 공기가 잘 어울려서 긴장과 여독이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료칸 시스템이 잘되어있어서 춥지도 않고 시원따듯(?)했다.

이 료칸에 처음 와보는 우리는 전세탕을 다 경험해보고 싶어서 이날 3시간정도 대기를 했는데, 이제 다시한번 간다면 이 료칸을 좀 더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경험이 쌓였다.


가이세키를 먹었는데 배가 별로 안고파서 그런지 맛있게 먹지 못했다. 또 다른 이유는 북해도에 와서 해산물, 육고기, 야채, 가정식 등 장르별로 맛있는걸 많이 먹었더니 조금만 신선도가 떨어져도 바로 느껴질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온천을 하고 가이세키를 먹으면 사람이 행복해진다.


야식으로 라멘을 나와서 라멘을 먹어보았는데 그냥 잔치국수 같은 그런 맛이었다. 이것도 다음에 간다면 그냥 패스하겠지만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료칸에서 전세탕 대기가 길어 거의 3시간을 줄을 기다리는 것에 사용했다. 저녁먹고 전세탕까지 마치니 벌써 저녁 9시었다. 온천은 정말 제대로 하긴 했다. 전세탕을 위해서 3시간이나 대기한 이유는 바로 여러 전세탕을 가야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고, 경험을 많이 해보면 좋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활동적인 3시간을 줄을 서는데에 썼다.

이런 일을 계기로 나는 내 인생에서 내가 경험을 많이 하고 이익을 많이 얻기 위해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욕심은 내 경험에서 나온 불안함에서 기인할 때가 있어서 아얘 없애기엔 쉽지 않다.

하지만 2024년에는 나의 이런 모습에 조금 변화를 주고 싶다. 예를 들어서 내가 조급하거나 짜증이 날때, 무엇을 얻기 위해서인지 생각하고 진짜 가져야 하는지 안가지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는 료칸에서 맥주를 마시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료칸는 휴식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면에서 좋은 곳인거 같아서 시원한 맥주보다는 따듯한 녹차를 마시며 몸에 알콜을 쌓지 않는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조금 일찍일어나 라운지로 가니 사람이 없어서 독서를 하면서 고요함을 만끽했다. 짝꿍도 일어나서 내려왔길래 각자 공용탕 구경을 하고 아침에 제공되는 유산균 음료도 마셨다.

전세탕은 천연수라고 써있지 않았는데 공용탕엔 천연수가 있어서 그 물이 훨씬 좋았다.


방에 돌아와 직접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내려 마셨다. 엄청난 힐링 그자체


우리는 오늘 조식중 마지막 타임을 선택했는데 아침을 온전히 즐기고 조식을 먹을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체크아웃 시간이 계속 신경쓰인다는 점도 있긴했다.

조식은 우리 입맛에는 어제 먹은 저녁 가이세키보다 훨씬 맛있고 즐거운 식사였다. 직접 생선도 구워먹고 편백찜도 먹고 참치회와 계란요리도 맛있었다.

료칸에서는 잘 쉬고 잘 먹고 따듯하게 있다가서 좋은 느낌이었다. 신발안신고 다니고 따듯한 바닥에 양말신고 다니는 느낌이 힐링이었다. 료칸은 단연코 힐링 그 자체


삿포로역에서 바로 공항을 가기전 산도리아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다 팔려있었다.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다음에 삿포로 오면 산도리아, 벤또, 가성비 우동, 안 유명한 스프카레, 내가 갔었던 라멘집을 가야겠다.


공항에서 각종 선물을 사고 남은 엔화로 에비소바 이치겐에서 새우 돈코츠라멘을 먹었다. 라멘 거리에서 줄도 제일 길고 유명하길래 기대했는데 우리는 삿포로 시내에서 먹은 라멘이 더 맛있었다.

이 날 아침에 료칸 조식 먹고, 공항에 도착해서도 엄청 많이 먹었다. 먼저 헤어지기 아쉬운 키노토야 아이스크림 한번 더 먹어주고, 키노토야의 애플파이를 따듯할 때 먹었다. 키노토야의 애플파이는 정말로 레전드였다. 배가 불러도 맛있다는게 느껴지는 맛이었다. 배가 불러서 키노토야의 바움쿠헨과 애플파이는 사놓고 먹지 못해서 비행기에서 먹자고 했다.


키노토야 디저트가 다 너무 맛있어서 바움쿠헨은 오히려 평범하게 느껴졌지만 절대 평범한 맛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치즈 타르트가 대박이었다.

다음에 삿포로오면 키노토야를 많이 먹어야겠다. 다음에 삿포로에 오면 체중미달 또는 영양실조인 상태로 와야하지 않을까.


이렇게 홋카이도 여행은 많은 좋은 기억들을 남겼고 우리는 한국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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