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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Jul 31. 2021

강원도 속초 낭만가도_Romantic Road

[바다가 보이는 장사-영랑-동명 동네길 산책]


                         

장사항 – 등대해변 – 포장마차/카페거리 – 등대전망대 – 영금정 동명항(방파제 길/빨간 등대) - 동명동 성당 


 ▶ 강원도낭만가도길 (고성~속초~양양~강릉~동해~삼척) 

 ▶ 속초 사잇길 : 제2길 장사영랑해변길




아침에 태양이 뜨는 우리 집, 멀리 등대 전망대가 보인다




이틀 동안 내린 비로 창문을 여는 순간 산뜻한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멀리 보이는 바다의 꼬리 한 냄새에 참지 못하고 이른 아침 헐렁한 집순이 옷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집에서 바로 도로를 건너면 바다가 있지만 부러 장사항으로 가 오늘의 길 걷기를 시작했다. 


글을 쓰면 꼭 '오늘 걷는 길'을 소개하고 싶었다. 

시시콜콜하게 지나칠 수 있는 곳이지만 걸어보면 정감 있고 낭만이 가득한 길이다. 

이곳은 '강원도 낭만가도'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며 구불구불 한 옛길을 간직한 속초에서 몇 안 되는 길이다. 


속초에서 제일 많이 걸었던 길, 

새벽, 아침, 오후, 저녁, 밤까지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는 이곳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다. 


장사항부터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걷기 편하다. 사람이 없어 오롯이 나 혼자 내 집 앞바다를 걷듯 분위기를 잡고 걸어본다. 비 온 후 바람이 불면 유난히 바다 냄새가 코끝까지 찌릿하게 올라오고 피아노 치듯 파도소리는 ‘도레미파솔라시도’ 손가락이 쉬지 않고 음계를 친다. 





동해, 속초바다
장사항에서





걷는 발걸음이 오늘따라 더 가볍다. 


바다를 끼고 내려오면 작은 등대해변이 나온다. 시간이 지나 기후 변화로 생긴 해변으로 아직도 멈추지 않고 점점 더 모래사장이 넓어진다. 나름 영랑동의 운치 있는 해수욕장으로 여름에는 비치의자도 있어 수영도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곳이다. 한 번은 저녁 무렵 등대해변에 앉아 맥주를 마실 때 멀리 보이는 '등대전망대'를 보며 프랑스의 ‘몽생미셸’이 떠올랐다. 바다와 나무에 쌓여있는 전망대가 낮보다는 밤에 더 닮았다. 파리를 다녀온 지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그 생생하고 성스러움은 잊을 수가 없다.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며 손꼽는 나만의 여행지가 있는데 그중 한 곳으로 정상에 올라갔을 때 여기가 ‘천국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내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 꼭 하늘로 올라가는 듯 착각이 들었으니까. 





등대해변에서 본 전망대





등대해변을 지나면 내가 일 했던 카페가 나온다. 

이 길을 3년 넘게 걸었다. 





바다가 정말 예쁜 속초





걸을 때마다 무심코 지나간 길인데 지금은 바다를 보며 걷다 보니 많은 일들도 생각나고 ‘다시, 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내려놓았던 마음이 무거워진다. 잠시‘쉼’을 선택했지만 그 쉼의 기간은 아직 나도 모른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깊게 생각하기보다는 언제부턴가 그 생각을 지우기 위해 그동안 미뤄왔던 걷기를 다시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걷다 보면 잡념이 없어지고 몸도 가벼워져 잠도 잘 온다. 






카페 'SEESEA' 바다를보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살다 보면 내가 하고 싶다고 해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다시 기회는 찾아온다고 하지 않는가. 

그때까지 '걷고, 뛰고, 멈추고, 쉬고, 주저앉고, 다시 일어서고'를 반복하며 '나'를 찾아가면 된다. 

이 믿음은 이제는 제법 살아온 '나''인생 법'이다. 

거창하지 않은 투박한 철학은

남한테 피해 주지 않고

지금 내가 조금은 손해가 있어도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견뎌보며 다음을 기다리는 것, 

절대 서두르지 않는 것, 

이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다. 


카페 길을 지나면 작은 비탈길이 있다. 그 길 위로 ‘거문고 전망대’가 있는데 거기서 바라보는 바다가 참 예쁘다. 물론, 카페로 올라와 보는 바다가 더 예쁘다. 옥색 바다로 속초에서 흔치 않은 바다다. 짧은 구간 굽이굽이로 이곳은 ‘낭만가도’ 최고의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날씨에 따라 바다색은 매일 변하지만 파도 없이 햇빛으로 가득 찰 땐 푸껫의 피피섬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멋진 곳이다. 





거문고 전망대에서 본 바다 
이 바다를 보며, 매일 매일 살아간다
씨씨(SEESEA)에서 바라다본 낭만가도, 속초 바다 





등대전망대는 올라가는 곳이 두 곳으로 오른쪽 나무계단으로 올라가는 게 편하다. 전망대 계단 중간쯤 올라가다 뒤를 보면 바다가 멋지게 펼쳐져 있는데 꼭 잊지 말고 한 번은 돌아봐야 한다. 올라가 보니 현재 전망대는 운영되지 않아 아쉽지만 경치만 보고 내려왔다. 전망대를 지나면 해돋이로 더 유명한 곳 '영금정'이 있다. 탁 트인 바다가 보고 싶다면 정자까지 올라가 보는 것도 좋다. 






거문고 전망대에서, 카페 seesea 가 보인다.
속초등대전망대





다음은 동명항 옆 방파제 길 끝을 걷다 보면 '빨간 등대'가 나온다. 이 등대는 사진 찍는 예쁜 장소 중 한 곳이다. 다른 곳도 등대가 있지만 이곳은 속초가 한눈에 보이는 곳으로 경관이 좋다. 빨간색 등대 기준으로 흰색, 녹색, 노란색 등대가 보인다. 중앙에서 바라볼 때 등대 뒤로 보이는 곳이 속초해수욕장이고 건너 오른쪽 옆으로는 아바이마을과 설악산이 보인다. 





낭만가도 길을 걷다보면
동명항 옆 빨간등대





등대를 뒤로 하고 오늘의 마지막 장소인 ‘동명동 성당’은 현재 속초시에서 ‘등록문화재’로 신청하고 심사를 기다리는 유서 깊은 곳이다. 1953년도에 지은 흰색의 아담한 성당으로 속초의 전경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가끔 조용히 바다 보고 싶을 때 찾아오는 곳이다. 





동명동 성당
성당위에서 바라 본 속초바다





오랜만에 동네 길을 걸다 보니 ‘나도 이제 속초 사람이 다 되어가는구나.’ 가는 곳마다 느껴지는 익숙함에 새삼스런 생각이 들었다. 어디를 가든 바다가 있고 탁 트인 절경들에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하며 걷다 보니 서울을 떠나 속초에서 보낸 지난 일들이 스쳐 지나가며 그동안 미뤘던 생각들도 정리가 된다. 






영금정





삶이란, 내가 제일 좋았던 어느 순간에 머물러 있을 수 없듯 이미 지난 일들도 잊는다고 덮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과거를 껴안고 있다 보면 현재의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막혀 있는 길은 내가 다시 뚫어야 갈 길이 보인다. 

힘들다고 멈추지 말고 좁은 길이라도 저 멀리 보인다면 나는 걸을 것이다. 

계속 걷다 보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나만의 믿음이 생겼다. 

그 마음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하다. 





길을 걷다가




▶ 여기서 잠깐 등대 tip 

국제항로표지협회 (IALA ) 규칙에 의해 적색녹색노란색백색 구분.

빨간색 등대 : 항구로 들어올 때 항로 오른쪽에 장애물이 있으니 왼쪽으로 들어오라는 표시.

흰색 등대 : 항로 왼쪽에 암초가 있으니 오른쪽으로 다니라는 표시.

노란색 등대 : 인근에 장애물이 있으니 주변 해상을 주의하라는 표시.

녹색 등대 : 주변에 보이지 않는 암초 등이 있으니 조심하고 근처에 오지 말라는 표시.




이 바다를 사랑한다



걷는 Tip ! 간편한 차림으로, 바다를 보며 걸어보자. 운동화는 필수.

여행 Tip!! 저녁은 포장마차 거리로 반짝인다. 카페, 음식점, 포장마차가 있는 곳으로 즐길 곳이 많다.

YOUR Tip!!! 해돋이 명소로 새벽 등대전망대와 영금정, 속초 바다에서 멋진 사진 한 장 남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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