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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Aug 14. 2021

설악 누리길을 걷다

[설악산 자생식물원]


          속초 시외버스 T - 바람꽃마을 - 자생식물원 - 종합운동장 - 척산온천 

     







요즘은 서울, 지방, 어디를 가든 다양한 길 이름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곳들이 많다. 하지만 이 길들은 새로움보다는 처음부터 있던 곳이 대부분이다. 세월이 지나다 보니 '어떤 길'이라는 '이름'을 저마다 하나씩 갖게 됐다. 동네 걷던 길들도 여러 갈래길로 나눠지며 더 복잡해졌다. 직진하면 바로 갈 수 있는 길도 꼬불 꼬불한 길을 걷다 보면 허탈해질 때가 종종 있다. 물론 제주도 올레 길도 첫 시작은 '아름다운 제주 걷기'로 여행자들이 편하게 걷도록 표지판과 리본으로 방향표시를 알렸지만 짜인 코스로 인위적인 길들이 이어지다 보니 위험하기도 했다. 첫 올레길이 열렸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도로 날아간 나는 일주일간 무슨 사명감이 부여된 것도 아닌데 기필코 끝까지 코스를 완주하겠다는 일념으로 무리하게 걷다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린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는, '어떤 길'을 가기보다는 걷다 보니 '이 길이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걷는 길은 속초에서도 '이름'이 있는 여러 갈래 길 중 하나인 '설악누리길'로 동네를 걷듯 가볍게 걸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작은 설악산'이라고 불리는 이곳이 궁금했다.





바람꽃마을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자생식물원’으로 버스에 내려 약 1시간 정도 걷는 코스로 날씨가 좋아 적당한 곳에 내려 피톤치드 뿜어내는 고즈넉한 누리 길을 시작했다. 저녁에 비예보가 있었는데 갑자기 10분쯤 걷다 보니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역시 일기예보는 믿으면 안 되는 것인가. 우산이 없어 모자를 눌러쓰고 걷다 보니 조금 지나 비가 그쳐 흙냄새, 풀냄새가 걷는 내내 더 뿜어져 나왔다.





설악산, 울산바위





식물원은 누리길 양방향으로 갈 수 있고 마을을 지나는 코스와 종합운동장에서 시작하는 숲길 코스가 있다. 초행길이라 출발은 '바람꽃마을'에서 시작했다. 항상 버스로 지나치는 마을 이름이 너무 예뻐 내려보고 싶었던 '정류장'이다.





이 푸르름은 나를 설레게 한다




자생 식물원은 설악산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멸종 희귀 식물부터 일상에서도 볼 수 있는 야생화까지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식물원이기보다는 자연학습장에 가깝다. 작은 미로길, 수중식물, 온실원 등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걷다 보면 볼거리가 계속 생겨난다. 특히, 산책로는 정말 숲길을 걷는 듯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 그대로인 곳도 있어 걷는 재미가 있다. 또 방문할 때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숲 해설’도 있어 크지 않은 이곳을 함께 누빈다면 오롯한 '숲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은 설악산인 자생식물원
숲길 산책로
야생식물
 온실원





식물원 아랫길로 내려가다 보면 ‘설악 누리길’이라는 표지판이 나와 돌아가는 길은 숲길 코스를 걷기로 했다. 





설악누리길 코스





초입부터 ‘멧돼지 출몰지역’이라는 알림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행동요령 안내 표지판이 있다. 

'멧돼지를 만나면 도망가지 말고 가만히 바라보세요' 그리고 소리 지르지 말고, 등을 보이지 말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추가로 쓰여 있었다. 


멧돼지는 방송에서만 봤지 만난다면, 정말이지 큰일이다. 

굵은 나뭇가지라도 양손에 들고 싶었지만 마땅치 않아 찜찜한 마음을 갖고 숲길로 들어섰다.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는 호기롭게 '괜찮을 거야. 설마 멧돼지가 나오겠어.' 누가 옆에 있는 것처럼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며 걸어 나갔다. 누리길은 제법 위아래로 바쁘게 지나야 하고 나무도 너무  빽빽해 ‘어디선가 멧돼지가 나오면 어떡하나’하는 생각은 걸어가는 내내 숨을 가쁘게 했다. 

걸으면 걸을수록 경고판이 곳곳에서 불쑥 튀어나오니 오금이 저릴 정도의 짜릿짜릿한 스릴감까지 더해 평소 땀도 나지 않은 나지만 다시 땀샘이 폭발했다. 왜 등골이 오싹할 때마다 땀이 나는 걸까.





돌담길을 건너면 설악누리길이 이어진다





30분 정도 걸었을까.

건너편에서 오는 분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며 지나쳤다.

그때 솔직한 심정은 낯선 남자 3명을 따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바쁘게 다시 걸어갔다. 그 이후 얼마나 더 걸었을까, 차 소리가 들리고 도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주한 도로는 아직 공사 중으로 여자 혼자 걷기에는 위험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속초에 살지만 처음 온 외진 곳으로 여행이라면 솔직히 더 추천하고 싶은 길은 아니다. 이렇게 없던 길을 넓히다 보니 아무래도 아직 정비가 되지 않아 인적도 드물고 안쪽 도로다 보니 조심해야 한다. 





자연을느낄수있는 길





내가 이곳에 온  또 다른 이유는 어느 잡지에 '숲길'소개글이 있어 '한번 걸어볼까' 했던 길이었다.   

'오롯한 숲길'을 느낄 수 있다기에 가까운 곳이라 찾아왔다. 하지만, 그것보다 멧돼지가 출몰할 수 있다는 경고 함께 나무 막대기를 들고 혼자 걷기보다는 누군가와 동행하라는 주의문구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담력 테스트'라면 모를까, 걷는 내내 '경고문구'가 너무 많아 더 무섭게 다가온다.





종합운동장




포장된 도로길을 걷다 보면 종합운동장이 나오는데 그 길을 지나 올라오면 버스정류장이 있다. 

이 길은 오르막으로 우연히 위를 보니 신호등과 나무가 보였다. 

사진을 찍어보니 참 예뻤다. 

끝나지 않을 길이라 생각했지만 이 길을 올라가면 신호등이 있다니 이제 숨을 크게 쉴 수가 있다. 

걷는 내내 가쁜 숨을 쉬며 빨리 벗어날 생각에 바삐 걸었더니 또 나를 반겨주는 기다림을 만났다. 

낯선 곳을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우연함에 다시 힘을 받고 걷게 되고 떠나게 된다.  





겹벚꽃은 5월에 만발하고 6월까지도 볼 수 있다.





이제 조금만 가면 긴장한 몸을 녹여줄 ‘척산온천’이 기다린다.

가끔씩 가는 곳으로 노천탕은 여행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오늘은 특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더 빠르게 온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풀고 싶다.


또다시 떠나기 위해. 





길을 걷다 보면 좋아하는 길이 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또 다른 길이 보인다



걷기 Tip! 혼자보다는 2명 이상 걷기 좋은 길로, 혼자라면 등산스틱을 준비해서 걷기.

여행 Tip!! '척산온천'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어보기. 

               '설악 산책'이라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멀리 않은 곳에 있다. 

YOUR 미션!!! 식물원에는 의자가 많다. 잠시 '쉼의 시간' '멍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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