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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Sep 04. 2021

지금 '속초'를 걷는다면, 금강대교 VS 설악대교

[아바이마을 가는 길]


속초 시외버스 T 수복탑 금강대교 - 아바이마을(갯배) - 설악대교 고속버스 T


  


금강대교에서 '갯배'가 보인다.





서울에서 속초로 이사 올 때 '바다'를 매일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내 가슴은 설렜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미래에 대한 불안, 떠나 온 거리만큼이나 여기의 삶에 익숙해져야 하는 두려움이 공존하는 시작부터 녹녹지 않았다. 하루, 한 달, 1년, 3년, 5년째 나는 아직도 속초에 살며 길을 걷고 있다.


오늘 걷는 길은 '스릴(thrill)' 넘치는 곳으로 대교 위를 걷는다. 이곳은 택시 안에서 본 바다가 너무 멋져 '다음에 걸어봐야지.' 하며 시간을 내 이 낯선 길에 첫 발을 내디뎠다. 시작은 수복탑 아래에서 오른쪽 파란색 금강대교를 보고 직진한다. 대교 양옆으로는 '자전거길과 도보'가 가능한 길로 걷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차가 많을 때는 소음도 있지만 '30분' 걷는 길에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낭만 있는 이 길은 '그깟 소음'은 쿨하게 넘길 수 있다.


그만큼 걸으면 걸을수록 매력적이다.

날씨가 좋을 때도, 흐린 날 걸어도 바뀌는 바다를 보면 다른 느낌이 있어 종종 걷는 동네 산책길이다. 또 가끔씩 높은 곳에서 바다를 보고 싶을 때, 오늘은 '노을이 이쁘겠다'는 생각이 들면 올라오는 곳이기도 하다.






날씨가 좋으면 바다는 초록색
바라보는 시선에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우연함에 걷기 시작했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면 '해돋이''야경'을 보는 스폿으로도 이미 유명한 곳이다. 부러 찾아오는 곳이니, 속초에 왔다면, 더군다나 '뚜벅이 여행자'라면 꼭 걷기를 추천한다. 동쪽 바다로는 해가 뜨고  어둠이 내리면 설악산 너머로 해가 진다. 점점 더 검은 바다가 보이기 시작할 때쯤엔 나갈 채비를 하는 오징어 배들의 불빛들이 하나, 둘씩 활짝 기지개를 켠다. 그만큼 이곳은 여러 풍경을 담고 있는 '속초'를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속초다움'이 아직까지 살아 있는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중간 길을 걷다 보면, '아바이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도 있고 엘리베이터도 있어 부담이 없다. 하지만, 이 길은 끝까지 걸으면 더 좋다.  난 이 길을 걸을 때만큼은 내 속에 있는 무거움을 내려놓으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한다.






속초는 어디서든 설악산이 보인다.
가끔씩 이곳에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본다.





어디든 막연히 기대고 싶을 때

높은 곳에 올라가 소리치고 싶을 때

누군가와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고 싶을 때

아니면, 지금을 다 잊고 싶을 때

아니면, 다시 무언가를 잡고 일어서고 싶을 때


내 '마음속 자아'가 너무 힘들어 '나'에게 말하는데 언제부턴가 자꾸 외면하게 되는 '내가' 있다는 안다. 내가 위로해 줘야 하는데 때를 놓치다 보면 여러 감정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단지, 옆에서 함께 공감하고 때론 울어주며 다독여주고 묵묵히 한 방향을 보며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려 주는 것뿐인데 그걸 놓칠 때가 있다. 그래도 감정의 클라이맥스에 도달해 터지기 전 이곳에서 함께 내 감정들을 추스를 수 있어 다행이다. 이곳은 그렇게 나만의 아지트가 되었다.


금강대교에서 시작한 걷기는 어느덧 설악대교 끝까지 걷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다시 반대편을 걸었다. '아바이마을'로 내려가 의자에 앉아 조용한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아바이마을도 예전 하고는 다르게 편의시설이 많이 들어와 깨끗하게 변했지만 그냥 옛 모습으로 머물렀으면 하는 곳이다. 멋스러움을 찾기에는 너무 현대로 돌아왔다.


오래전, 후배와 이곳에서 바다를 보고 떠날 때  버스시간이 촉박해 택시가 없어 난감해한 적이 있었다.

그때 트럭 한 대가 앞에 서며 "어디로 가요? 태워 줄게."

한파가 온 추운 겨울이라, 낯선 두려움보다는 추위가 너무 심해 주저하지 않고 올라탔다.

"고속버스 터미널이요." 그 한 마디에 아저씨는 "그래요. 날씨도 많이 추운데."

막상 내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잠시 하는데 먼저 말씀을 건네셨다.

"조심히 가고. 다음에는 따뜻할 때 놀러 와요." 하며 출발하셨다.

지금이라면 태워주지도 않고 타지도 않겠지만 그때는 그런 '정'이 있었다. 돌아오는 내내 후배와 따뜻한 마음을 안고 다음에 다시 오자며 했던 이곳에 내가 지금 살고 있다.  






 자연적인 전망대가 제법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곳곳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곳.
아래로 가면 '아바이마을'





이렇게 바다는 나에게 한없는 '넉넉한 마음'을 준다.

조급하게 생각한다고 일이 풀리는 것도 아닌데 연연하다 보면 미쳐 보지 못하고 놓치는 게 있다.

그 성급함에 누군가는 맘을 다치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누구나 살면서 실수는 할 수 있지만 난 그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는 어떤 일에도 서두르고 싶지 않다.

인생을 살며 터득한, 욕심을 버리고 살아가는 방법이다.


내 삶에 '젊음'이라는 것이 다가와 영원할지 알았는데 언제부턴가 '미래'보다는 '과거'가 있고 변한 '나'를 보며 돌아보니 '흑백사진'인 어린 '내 모습'이 끝에 보였다.






이 끝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하늘, 바다, 구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싶은 그런 날...
파도를 바라다보면 하나, 둘씩 생각이 올라온다.





어디론가 혼자 걸어갈 때,
혹은 그냥 산책을 할 때도 우리는 사실 혼자가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과
함께 하는 것이다.

미셰 퓌에슈 '걷다'에서



지금도 시계의 분침은 '재각 재각' 움직이고 있듯 나도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언제든 떠날 채비를 할 것이다. 혼자 걷지만 진정 자신과 함께 한다는 이 말처럼, 나를 위한 길을 멈추지 않고 걷고 또 걸을 것이다.

첫걸음을 내딛으면 바로 시작이다. '첫' 글자에서 주는 그 설렘을 안고 일단 출발하면 멈출 수 없는 즐거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니, 이제는 너도 함께 한다.





조카도 걷고 싶은가. '속초 교육도서관'에 조카의 작품 '생각의 나무' 벽화가 있다.
조카 작품으로 귀여운 눈이 포인트다.  벽화'책생각'

걷기 Tip! 대교 중간 '아바이마을'로 내려가는 양방향 계단이 있다.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걷는 길로 이어폰보다는 편하게 걸어보자.

YOUR  미션!! 해 질 녘 설악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보자. 인생 샷을 만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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