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여행_시즈오카현_아타미 해변]
바다가 좋아 속초에 살고 있는 지금, 여행에서 바다를 만난다고 해서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여기 바다는 어떤 색깔일까,
어떤 느낌을 가진 바다일까,
더 궁금해진다.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바다를 나는 진정으로 사랑한다.
아타미 역에서 내려 15분 정도면 바로 바닷가로 갈 수 있다. 안 갈 이유가 없다. 갈래길을 사이에 두고 아케이드형으로 헤이와도오리 상점과 나카미세 상점이 있다. 맛집, 디저트, 특산물 등 볼거리가 많아 언제나 사람들도 북적인다. 어묵이 맛있다는 가게를 찾아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어묵 한 개, 버섯 어묵 한 개를 구매했다. 두툼하고 기름도 잘잘 흐르는 걸 보니 갑자기 식욕이 돈다. 사람들이 앉아 있는 작은 의자에 비집고 들어가 야무지게 한 입 깨물었다.
해변까지는 비탈길로 내려가는 어렵지 않지만 벌써부터 올라오는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바다는 봐야겠지. 내려가는 길에 하수구를 봤는데 길고 얇은 직사각형의 하수구가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설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발이 빠질 염려도 없고 물이 잘 빠질 거 같다. 하수구까지 맘에 든다. 그만큼 여유 있는 마음에 주위에도 관대해진다. 여행에 내가 빠져 들어갔구나. 공사 소음까지도 리듬에 맞춰 춤을 추니 말이다. 도시에서 그냥 지나칠 쓸데없는 곳까지 시선이 간다.
천천히 내려가는 길 뒤에는 2명의 일본 할머니들이 나를 따르고 있었다. 건물 사이로 작은 지름길이 보여 계단을 내려와 신호등까지 함께 건넜다. 그런데 찾고 있던 동상이 보이질 않는다. 할머니들도 찾는지 자꾸 내 뒤를 쫓아왔다. 해변 끝까지 걸었는데 보이질 않아 반대편으로 갈까 해서 뒤를 도는 순간 할머니들과 눈이 마주쳐 크게 웃었다. 말을 잘하면 다시 함께 가자고 했을 텐데 할머니들은 바쁜지 벌써 가까운 육교를 건너고 있었다. 선비치와 수변공원 사이에 담이 있어 미쳐 보질 못 했는데 하필 그곳에 동상이 있다.
공원으로 다시 내려와 '칸이치와 오미야' 동상을 찾았다. '이수일과 심순애'로 유명한 '장한몽'의 원작은 '콘지키 야사'로 아타미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원작 소설 표지와 여기 세워진 동상도 똑같은 모습이다. 이수일이 심순애를 발로 차는 장면으로도 유명한데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이 동상 근처에는 여주인공 오미야의 이름을 딴 '오미야의 소나무(お宮の松)'도 있다. 도로와 해변을 사이에 두고 공원 길이 뻗어 있어 걷기에도 좋다. 바로 옆에는 야자수가 크게 있어 휴양지에도 손색이 없을 만큼 바다가 아름답다.
불꽃놀이도 이 바다에서 열린다고 하니 얼마나 멋질까. 지난번 에노시마 바다에서 쏘아 올린 불꽃놀이를 먼저 봤기에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뜨거운 태양 아래 편의점에서 산 시원한 맥주 한 캔과 아까 산 어묵을 안주 삼고 바다를 친구 삼아 잠시 쉬었다. 이번 여행에서 봄에 출시한 생아사히맥주를 처음 마셔봤다. 정말 거품이 예술이다. 여행 내내 낮과 밤을 함께 했다.
도쿄에서 아타미까지는 신칸센을 타면 40분이다. 주말에는 도쿄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기도 하다. 먹거리는 물론 온천지역으로도 유명해 많은 사랑을 받는 아타미는 상당히 매력적인 도시다. 시즈오카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 아타미, 내 마음속에 쏙 들어왔다. 다음에 다시 여행을 온다면 이곳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
나에게 여행이란,
열차시간이 다가와도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놓치지 않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