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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Mar 06. 2023

친절한 료칸 주인장

[일본 소도시 여행_이즈코겐_통성명이라도 할걸, 아쉽다]

'아타미(熱海)' 지명의 유래는 바닷물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났다는 말이 있을 만큼 온천지역으로 손꼽힌다. 숙소 예약 때 많은 고민을 했다. 여기 있을까, 아니면 떠날까. 또 다른 목적지가 있기에 아쉬움을 접고 이즈반도(伊豆半島) 이즈코겐에 있는 료칸에 가기 위해 다시 열차에 올랐다. 이토를 지나 목적지까지는 1시간을 더 간다. 계획을 세운 여행이지만 하루씩 숙박을 하다 보니 짐을 들고 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시즈오카현 전체가 온천지역인 만큼 지금 가는 도시도 유명하다. 료칸은 다녀봤지만 혼자 묵는 건 이번에 처음이다. 하코네 갔을 때는 친구라도 있었는데 5개의 방이 있는 작은 숙소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분명 내려서 북쪽 출구였는데 구글도 정신이 없었는지 다른 호텔을 검색해 나를 인도했다. 아침부터 도쿄를 출발해서 지쳤는데 너도 힘든 거니. 재검색을 하고 도착한 료칸은 역에서 10분 거리인데 한 바퀴를 돌아 30분이 넘어 들어왔다. 오늘은 기운이 빠지는 날인가. 금세 어둠이 찾아왔다. 





료칸은 깔끔했다. 주인장이 기계를 잘 다루는지 사이트에서 예약하자마자 얼리 체크인을 하라며 메시지를 보냈고 몇 시에 도착하는지도 확인했다. 덕분에 체크인이 수월했다. 몇 년 동안 후기가 없어 긴가민가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계단을 올라갈 때 나무의 삐그덕 거리는 소리, 간간이 울려 퍼지는 사람들의 소음, 미닫이 문을 열고 닫을 때 나는 소리까지 정겨웠다. 따뜻한 물도 보온병에 담겨 다음날까지 마셨시는데 부족하지 않았다. 혼자지만 큰 방으로 예약했다. 도쿄에서 너무 작은 호텔에 있다 보니 통 크게 썼다. 덕분에 숨 좀 쉴 수 있었다.





큐알코드로 온천탕도 예약해 혼자 편하게 목욕도 했고 아침도 송구하게 큰 상에서 혼자 먹었다.

온천을 하면 피부가 반들반들 해지는데 자고 일어나니 역시 살갗이 보드랍다. 





다음날 비가 많이 내려 바다가 보이는 온천을 가기 위해 길을 물어보니 선뜻 태워주겠다며 회원가입까지 직접 해주셨다. 덕분에 200엔을 할인받았다. 역시 스마트하다. 언제 운전까지 해주는 일본 승용차를 타 보겠는가. 메일로 받은 입장권까지 확인하며 카운터에서 보여주면 된다고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대도시를 떠나면 사람들 표정이 바뀌는 건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인가. 주인장의 얼굴에는 어딘가 모르게 편안함이 보였다. 나도 서울을 떠나 속초에 살다 보니 그 환경에 따라간다. 포기하면 얻는 게 있듯 여기서도 자연을 보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머물고 싶은 곳이 있다. 

한 번쯤은 내가 살아보고 싶은 곳, 

여기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온천하며 글을 쓰고 책도 읽고 소박하게 방랑자처럼 지내보고 싶다. 

그럼 내 마음이 치유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데 이곳은 내가 찾고 있는 작은 천국마을이 아닐까. 





나에게 여행이란, 

'여기서 살아볼까'하는 마음이 들면 지체하지 않고 질러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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