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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료칸 주인장

[일본 소도시 여행_이즈코겐_통성명이라도 할걸, 아쉽다]

by 지금도바다

'아타미(熱海)' 지명의 유래는 바닷물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났다는 말이 있을 만큼 온천지역으로 손꼽힌다. 숙소 예약 때 많은 고민을 했다. 여기 있을까, 아니면 떠날까. 또 다른 목적지가 있기에 아쉬움을 접고 이즈반도(伊豆半島) 이즈코겐에 있는 료칸에 가기 위해 다시 열차에 올랐다. 이토를 지나 목적지까지는 1시간을 더 간다. 계획을 세운 여행이지만 하루씩 숙박을 하다 보니 짐을 들고 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시즈오카현 전체가 온천지역인 만큼 지금 가는 도시도 유명하다. 료칸은 다녀봤지만 혼자 묵는 건 이번에 처음이다. 하코네 갔을 때는 친구라도 있었는데 5개의 방이 있는 작은 숙소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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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내려서 북쪽 출구였는데 구글도 정신이 없었는지 다른 호텔을 검색해 나를 인도했다. 아침부터 도쿄를 출발해서 지쳤는데 너도 힘든 거니. 재검색을 하고 도착한 료칸은 역에서 10분 거리인데 한 바퀴를 돌아 30분이 넘어 들어왔다. 오늘은 기운이 빠지는 날인가. 금세 어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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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은 깔끔했다. 주인장이 기계를 잘 다루는지 사이트에서 예약하자마자 얼리 체크인을 하라며 메시지를 보냈고 몇 시에 도착하는지도 확인했다. 덕분에 체크인이 수월했다. 몇 년 동안 후기가 없어 긴가민가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계단을 올라갈 때 나무의 삐그덕 거리는 소리, 간간이 울려 퍼지는 사람들의 소음, 미닫이 문을 열고 닫을 때 나는 소리까지 정겨웠다. 따뜻한 물도 보온병에 담겨 다음날까지 마셨시는데 부족하지 않았다. 혼자지만 큰 방으로 예약했다. 도쿄에서 너무 작은 호텔에 있다 보니 통 크게 썼다. 덕분에 숨 좀 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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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알코드로 온천탕도 예약해 혼자 편하게 목욕도 했고 아침도 송구하게 큰 상에서 혼자 먹었다.

온천을 하면 피부가 반들반들 해지는데 자고 일어나니 역시 살갗이 보드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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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비가 많이 내려 바다가 보이는 온천을 가기 위해 길을 물어보니 선뜻 태워주겠다며 회원가입까지 직접 해주셨다. 덕분에 200엔을 할인받았다. 역시 스마트하다. 언제 운전까지 해주는 일본 승용차를 타 보겠는가. 메일로 받은 입장권까지 확인하며 카운터에서 보여주면 된다고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대도시를 떠나면 사람들 표정이 바뀌는 건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인가. 주인장의 얼굴에는 어딘가 모르게 편안함이 보였다. 나도 서울을 떠나 속초에 살다 보니 그 환경에 따라간다. 포기하면 얻는 게 있듯 여기서도 자연을 보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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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 보면 머물고 싶은 곳이 있다.

한 번쯤은 내가 살아보고 싶은 곳,

여기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온천하며 글을 쓰고 책도 읽고 소박하게 방랑자처럼 지내보고 싶다.

그럼 내 마음이 치유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데 이곳은 내가 찾고 있는 작은 천국마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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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여행이란,

'여기서 살아볼까'하는 마음이 들면 지체하지 않고 질러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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