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여행_작은 기차역에도 정원이 있다]
도쿄에서 열차 지연으로 아타미에 1시간을 훨씬 넘겨 도착했다. 빠르게 역 안의 사물함을 찾았다. 5,000원이면 아메리카노 한 잔이지만 기꺼이 지불했다. 선비치까지 다녀오면 어두워져 숙소 찾기가 어려워 3시에는 다시 기차를 타야 했다. 아타미에서 이즈코겐까지는 기차로 1시간 정도 더 가야 한다. 기차 안에서 보는 바다는 내리지 못하는 아쉬움에 자꾸 고개를 돌린다.
여행을 다닐 때 나는 불현듯 생각한다.
다시 올 수 있을까.
여기에.
더더욱 진한 마음속에 남은 장소는 떠날 때면 계속 미련이 남는다.
하지만, 기차 안에서 바다를 보고 있자니 새롭게 가는 길이 무겁지 만은 않다.
저 넓은 바다만큼 좋은 곳이겠지.
이토 역을 지나 이즈코겐역에 도착했다. 너무나 아담한 기차역이다. 앉아서 기다리는 의자도 있고 음식점, 카페, 옷가게, 마트 등 없는 게 없다. 가운데 중정이 있어 양 갈래길로 다닐 수 도 있다. 도착했을 때는 숙소를 찾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다음날, 기차 출발하기 전 한 바퀴 돌다 보니 작은 정원이 보였다. 너무 이쁜 분홍 꽃이 피었다. 무슨 꽃이지? 학명은 '티보치나(Tibouchino semidecandra Cogn)'로 개화시기는 11월 ~ 5월이다. 현재는 들목단으로 불리고 옛날부터 관상용으로 심는 아름다운 꽃으로 친숙함에 한 번씩은 봤을 꽃이다. 지식백과에서는 '대단히 아름다운 꽃'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참 흥미로운 표현이다. 나도 그 꽃에 홀려 정원을 찾았으니 말이다.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정원이 고급 식당이 있는 곳인가 했는데 역 안의 정원이라 놀랐다.
역을 천천히 1시간 정도 구경했다. 정원에도 앉고 마트에서 파는 특산물 구경으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빨리 갔으면 못 봤을 텐데 20분 전에 개찰한다는 안내에 캐리어를 끌고 툴툴거리며 다녔는데 소박한 역사에 푹 빠졌다.
하루 종일 내린 비로 오늘 여행은 이동으로 지나가나 했는데 역구경에 옛날 서울역 구경하듯 재밌었다.
소도시로 여행을 하다 보면 표만 파는 곳도 있지만 제법 규모가 큰 역도 있어 시간을 갖고 다니면 좋다.
이즈코겐은 온천을 가기 위해 왔던 곳이지만 며칠 머물며 심신을 달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애착의 마음을 듬뿍 담아 뒤를 돌아보며 얘기한다. 이 작은 도시가 내 맘에 꼭 든다고.
나에게 여행이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나의 마음을 품고 떠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