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여행 _이즈코겐_바다가 보이는 온천]
이즈 반도의 어느 지역보다 이즈코겐에서 숙박한 이유는 첫 번째 바다가 보이는 온천을 가기 위해서다.
바다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나는, 하루 한 번씩 숙소를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할 수 있었다. 물론, 돈만 내면 비싼 호텔에 숙박하고 바다도 볼 수 있겠지만 3박 4일도 아닌 3주 동안의 여행에 숙박비는 지출이 컸다. 도쿄는 틈날 때마다 검색을 해서 그나마 비슷하게 했지만 시즈오카현은 처음이라 어디가 좋은지도 모르겠고 요금도 도쿄보다는 비싼 편이다. 저렴한 호텔이 드물다. 나에게 여행은 화려함보다는 조금은 부족한 게 좋다. 고생하고 길도 헤매고 열차도 놓쳐야 재밌지 않은가.
온천이다 보니 촬영 금지로 직접 바다를 보여 줄 수 없어 아쉽지만 홈페이지 사진을 퍼왔다. 하루 종일 내린 비로 온천물은 수증기 구름까지 만들어 돈주고도 보지 못하는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바람도 불고 비도 오고 먹구름이 지금도 내 위로 가득이다. 여기저기서 스고이, 스고이(すごい)를 외칠 때 나도 한 번 속으로 외쳐본다. 스고이네(すごいね).
파노라마로 펼쳐진 바다는 어디를 앉아도 전망이 좋다. 무엇보다 노천탕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었다. 파라다이스다. 온천욕을 좋아해 속초에서 가끔씩 언니와 함께 척산온천을 다닌다. 언니도 무척 맘에 들어했을 텐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함께 와야지. 여행을 하다 보면 혼자가 좋을 때가 있고 친구, 가족이 유독 생각나는 장소가 있다. 오늘 처음 온 온천에서는 작은언니가 떠오른다.
당일온천관은 심층해양수 35.5°C를 기본으로 탕에 따라 온도 차이가 있어 심심하지 않게 이용할 수 있었다. 가끔 입에 들어가는 온천수는 짜다. 처음에는 '정말 짠가'하는 생각에 살짝 입에 댔는데 음, 소금간이 제대로다. 비바람이 쳐서 여행 일정은 다 취소하고 오후까지 머물렀다. 온천을 끝내고 우유 자판기가 있어 혹시 '바나나맛우유' 인가해서 눌렀는데 마셔보니 커피우유였다. 알려주고 싶다. 목욕 끝나고 마시는 최고 우유는 따로 있다고. 점심까지 먹고 오후 4시까지 꽉 채워 나왔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즐기면 되니까. 여행에 있어 시간은 금이지만 날씨를 이길 수는 없다.
셔틀버스를 타고 나와 시미즈로 가는 JR 도카이도선을 탔다. 비가 그치질 않는다. 내일 일기예보는 맑음인데 도대체 맑아지기는 할까. 의구심이 들지만 일주일 넘게 있었던 일본은 맑다가도 거짓말처럼 비가 내리고 비바람이 그칠 것 같지 않아도 다음날은 맑았다. 바닷가의 지리적 요건도 있고 더더욱 섬나라는 그럴 수밖에 없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듯 오늘은 온천욕으로 나른해진 몸에 빨리 눕고 싶어졌다. 그동안의 피로를 씻고 깊은 잠을 이루고 싶다.
나에게 여행이란,
잠시 비로 멈춤은 있어도 다시 앞으로 나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