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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도바다 Mar 02. 2023

바다가 보이는 미술관 '아타미(Atami)'

[일본 소도시 여행_시즈오카현_처음부터 보이는 모든 것이 미술관이다]

아타미는 이즈 반도[伊豆半島]에 있는 일본 최대의 온천, 관광도시다. 도쿄에서 신칸센만 타도 1시간 내 접근이 가능한 곳으로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많이 찾는 곳이다. 시즈오카로 가기 전 선택한 곳, 처음 듣는 곳이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이유는 바로  '바다가 보이는 미술관'이었다.

 




MOA(Museum of Art)는 오카다 모키치가 1982년 설립 후, 몇 번의 공사를 거쳐 본모습이 완성됐다. 

현재는 개관 40주년 기념 '명품전 제3부와 12명의 인간문화재 공예품'들이 영상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대부분 미술관 관람 예절은 비슷하지만 특히 일본 사람들은 전시를 봐도 흐트러짐이 없다. 주위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시선과 배려가 더 느껴진다. 조카가 중학생 때 왔을 때는 미술관이 무료라 많이 다녔었는데 역시 여기도 청소년은 무료다. 갑자기 나도 중학생이 되고 싶다. 그때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아타미 JR역사를 나오면 바로 버스 터미널이 왼쪽에 있다. 승강장 번호 8번으로 가면 미술관까지 가는 81A버스가 기다린다. 3분 후 출발이니 시간도 딱 맞췄다. 괜히 이럴 때 여행할 때는 특히, 시간을 얻는 기분이 든다. 출발한다. 위로 더 위로 올라갈수록 버스는 롤러코스터로 변신한다. 갑자기 놀이동산이 됐다. 간혹 터져 나오는 소리에는 어린아이들처럼 표정도 신이 나있다. 그 멋진 바다를 보기 위해서는 그래, 높이 가야지. 더, 더 올라가자. 5분도 채 걸리지 않아 도착해 아쉽긴 하다.





말차음료를 포함 한 입장권을 구매하고  긴 에스컬리에터에 올랐다. 3단계로 이어지는 길에는 오색 불빛들이 빛난다. 중간 도착지점에는 원형 홀에서 꽃으로 변신한 빛의 오케스트라가 기다리고 있다. 잠시 앉아 화면에 빠져 감상 후, 한 번 더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면 기대했던 바다 미술관이 보인다.





무어 광장 앞에 펼쳐진 바다는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여기서 보니 더 특별한 감정이 든다. 미술관 앞바다 이것도 하나의 작품이다. 어느 미술관보다 아름답다. 건물 꼭대기에 있는 미술관에 갔을 때 이보다 멋진 곳은 없다 생각했는 데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자연이야 말로 비교 대상이 될 수가 없다. 계단을 오르면 바다는 한 프레임에 들어가 액자가 된다.





한 참을 서서 눈에 꼭꼭 담았다.

아, 여기서 멈추고 싶다. 

하루 종일 앉아  바다를 보고 싶다.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보일 듯 말 듯 서로에게 밀당을 했다. 





첫 작품으로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실제 사용했던 금으로 전면을 장식 한 티룸이다. 호사를 누렸다. '명품전 3부'로 차를 마시는 도구들이 많았고 부처상도 있고 병풍도 있는 그 시대상을 반영한 전시다. 부처상에서 설명을 요약하면 불교미술은 중국과 한국의 영향을 받았다는 문구가 있다. 헤이안 시대 후기부터 가마쿠라 시대에 걸쳐 시대의 신앙과 함께 다채로운 표현을 하기 시작했고 일본 불상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는 말로 마무리됐다. 어는 나라든 최고면 좋지 않은가. 비판보다는 예술의 세계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시대에 따라 약탈 한 국보들을 우기지만 않는다면 자국 예술의 평가는 내가 느끼고 판단하면 그만이다. 






1시간 넘게 관람을 마치고 정원으로 나갔다. 도쿄 단풍 절정이 11월 말이라고 하더니 점점 더 단풍 물이 지난주보다는 선명해졌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깊은 산속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보다는 '우아함'이 더 어울린다.





아타미 산을 깎아 미술관을 건축했다는 말에  절경도 빼어나지만 나무들도 그 기품을 지녔다. 다실(茶室)에서 따뜻한 말차 한 잔과 밤 양갱을 디저트로 먹었다. 안내하고 차를 가져다주시는 분이 들어오고 나갈 때 정중하게 90도로 하는 인사에 나도 마지막엔 허리 굽혔다. 차를 다루는 곳이라서 그런가, 나도 이 자세는 배우고 싶다. 나름 차를 배운 사람으로 사람과 차에 대한 예의는 곱씹어 볼 만하다. 





11월에 핀 동백꽃도 단풍이 짙게 물든 나무들도, 노랗게 핀 국화과에 속하는 털머위도 초록빛을 뿜어내는 대나무까지도 어느 것 하나 뺄 수가 없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미술관은 덤으로 있을 뿐 더 큰 미술관인 바다와 자연이 함께 하는 곳, MOA를 내 마음 공간에 저장했다. 다시 찾고 싶은 사랑스러운 공간이다. 

너를 만나 그동안 우울한 기분이 풀렸다.

행복해졌다.





나에게 여행이란, 

우연한 곳에서 나를 찾아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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