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아사쿠사에서 일주일을 머물고 오늘은 아마티로 떠나는 날이다. 새벽 2시에 잠이 깨서 결국 4시 30분쯤 불을 켰다. 집에서도 매일 잠이 잘 오는 건 아니니까 괜찮다. 캐리어가 많이 비워질지 알았는데 더 무거워졌다. 옷의 무게인가. 인물 사진도 안 찍는데 옷은 딱 두벌만 가지고 올걸 그랬나. 괜히 자잘한 욕심을 부렸다.
호텔 조식이 6시 30분 시작이라, 27분에 내려가 15분 만에 먹고 올라왔다. 목표는 50분에 호텔 문을 나가는 것이다. 그쯤이면 전철에 사람이 많이 없겠지. 짐도 있어 부담스러워 빨리 움직이려고 한다. 긴자선을 타고 우에노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웬일인가. 어제 신칸센의 사고로 JR노선들이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이상 지연됐다. 7시 20분쯤이었는데 열차는 벌써부터 승객들로 만원이다.
한 번 보내고 어쩔 수 없이 탔는데 갑자기 뒤에서 밀기를 시작해 반대편 문 앞 두 번째까지 밀렸다. 필사적으로 버텨 보아도 공중으로 몸이 떴다. 여자들의 '어어'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려도 꼼짝도 하질 않는다. 나는 캐리어에 배낭은 바닥에 거의 붙다시피 해 필사적으로 손잡이를 붙잡았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빽빽한 열차인지 여기가 서울인지 도쿄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4호선 동대문 역사나 1,2호선 신도림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감이다. 말도 안 통하니 뭐라고 할 수 도 없다. 도대체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가. 부지런한 건가. 시내방향도 아닌데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졌다.
올해 3월 기준 도쿄도 인구는 1,397만 2,039명, 서울 인구의 10월 기준은 944만 3,722명이다. 약 453만 명이 도쿄가 많다. 2020년 기준 도쿄의 면적은 628k㎡, 2021년 기준 서울 면적은 605.24k㎡이다.
두 나라의 수도를 비교했을 때 면적의 차이는 크지 않다. 하지만 인구는 30% 이상 차이가 난다. 여기에 관광객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크다. 약 45~50% 정도의 수치는 나오지 않을까. 단순하게 면적과 인구만 비교해 봐도 답은 나왔다. 면적에 비해 사람이 집중되다 보니 아침, 오후, 저녁 열차 안이 붐빌 수밖에 없었다. 몇 년간 지속된 팬데믹으로 그 체감을 더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이 어느 때인데 사정없이 밀고 들어오는 건 너무했다. 위험천만한 사고로 이어질 정도로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도쿄에는 전철, 사철, 모노레일, 전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있지만 그것들로 인해 빈번한 사고도 많다. 오늘도 신칸센 사고가 주요 노선을 지연시켰고 언제 복구될지도 미지수다. 하루도 짧은데 짐까지 보태져 아침부터 기운이 빠졌다.